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생태학자가 집필한 소설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과 사랑, 범죄, 환경 등의 다양한 소재가 녹아 있는 소설입니다.
대중들의 선호도가 보증된만큼 뻔할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습지라는 독특한 배경 선정과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잘 받쳐져 있어서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또한 1969년 체이스의 죽음에 대한 수사와 1952년부터 성장하는 카야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독특한 구조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분량이 꽤 많은 책이기 때문에 쉬엄쉬엄 봐서 완독까지는 조금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책소개>
저서 : 가재가 노래하는 곳
저자 : 델리아 오언스
발행일 : 2019년 6월 14일
페이지 : 464p
등장인물 : 카야 (캐서린 대니엘 클라크), 테이트, 체이스, 점핑, 메이블
조디, 엄마, 아빠, 보안관 조&에드 등
<줄거리>
1부
1969년 10월 30일 체이스의 시체가 늪지에서 발견된다. 망루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보이는 시체의 주변에는 타인의 흔적 뿐만 아니라 체이스가 남겼을 발자취마저 없다. 이에 보안관은 타살의 가능성을 두고 사건을 조사한다.
1952년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카야의 엄마가 집을 나갔다. 이후 언니와 오빠들도 차례로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바로 손위 오빠였던 조디가 집을 나가자, 5살 카야는 늪지 속 판잣집에 아빠와 단 둘이 남겨졌다. 카야는 아빠가 가져오는 상이군인 연금을 생활비로 받아 혼자 집안일을 하고 식료품(그리츠 등)을 구입해 간단한 식사를 한다. 얼마 후 카야를 학교로 데려가기 위한 공무원들이 찾아온다. 밥이 나온다는 얘기에 첫 등교를 했지만 아이들에게 비웃음을 당한 이후 다시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술을 줄이는 듯 했던 카야의 아빠는 엄마로부터 온 편지를 읽고 다시 술에 손을 대기 시작하고 얼마 후 실종된다. 카야는 습지에서 캔 홍합이나 훈제 생선을 점핑에게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그의 아내 메이블의 도움으로 옷과 생필품을 받는다. 혼자 늪에서 생활하던 중 조디의 친구였던 테이트를 우연히 만나 글자를 배우고 함께 습지를 탐험하다가 몇년 후 연인 관계가 된다. 행복했던 시간 끝에 테이트는 대학 진학을 위해 바클리코브를 떠나고 카야는 다시 혼자 남겨진다.
2부
1965년 카야는 성숙해졌으나 여전히 나무 뒤에서 또래 아이들을 바라보는 늪지소녀, 마시걸이었다. 사람을 믿지 않게 됐음에도 사람과 성에 대한 끌림에 카야는 체이스를 만나기 시작한다. 사랑해서가 아닌 외로움을 덜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체이스와 만남을 이어가던 중 테이트가 돌아온다. 카야는 체이스가 약속한 미래를 믿고 애슈빌의 한 모텔에서 관계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가족과 친구들을 소개 받지 못하고 결국 신문을 통해 체이스의 약혼 소식을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나 카야는 테이트의 제안을 받아 늪지에서 모았던 표본들에 대한 책을 출간한다. 덕분에 테이트와의 사이가 개선되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또한 조디가 다시 돌아오면서 죽은 엄마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1969년 패티 러브 (체이스의 어머니)는 체이스의 시체에서 조개 목걸이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카야를 용의자로 고발한다. 이후 체이스의 옷에서 체취된 붉은 섬유가 카야의 집에 있는 모자와 동일한 소재라는 점, 사건 발생일로부터 최근에 카야가 체이스에게 강간 당할뻔한 점 등이 밝혀지며 카야는 법정에 살인혐의 피의자로 기소된다. 하지만 체이스 사망 당시 29일 새벽에 카야는 정확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출판사 편집자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1박2일을 보내고 왔던 것이다. 다양한 증거와 알리바이의 공방 끝에 카야는 2년의 구금 생활을 마치고 석방된다.
이후 카야는 몇권의 책을 더 집필하고 테이트와 늪지의 판잣집에서 지내며 여생을 보낸다.
<명대사>
카야는 갈수록 아무하고도 말을 섞지 않고 갈매기한테만 이야기했다. 아버지한테 배를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으려면 어떤 거래를 해야 할까 고민이었다. 습지에 나가면 깃털과 조개껍데기를 모으고 가끔은 그 소년을 볼 수도 있을 텐데. 카야는 친구를 가져본 적은 없지만 친구가 왜 필요한지는 알 것 같았다. 매혹적인 이끌림이 느껴졌다.
- 7. 낚시의 계절 中 -
카야가 성냥을 당겨 초에 불을 붙이자 어둠이 구석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어둠을 본 카야는 빛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등유를 사려면 돈이 필요했다. 카야는 밭은 숨을 할딱거렸다. "차라리 마을까지 걸어가서 고아원에 자진 신고해야 되려나. 적어도 먹여주고 학교는 보내줄 거 아냐."
하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했다. "아니, 갈매기랑 왜가리랑 판잣집을 떠날 수는 없어. 나한테 가족은 습지뿐인걸."
- 11. 홍합따기 中 -
"다들 엄마 말 잘 들어. 이건 진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야. 그래, 우리 배는 좌초돼서 꼼짝도 못 했어.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어떻게 했지? 재밋거리로 만들었잖아. 깔깔 웃으며 좋아했잖아. 자매랑 여자 친구들은 그래서 좋은 거야. 아무리 진흙탕이라도 함께 꼭 붙어 있어야 하는 거야, 특히나 진창에서는 같이 구르는 거야."
엄마는 매니큐어 리무버를 사오지 않았고 칠이 벗겨지기 시작하자 윤기가 사라지고 분홍색으로 얼룩덜룩 지저분해졌다. 벗겨진 매니큐어를 보면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진짜배기 인생의 교훈이 생각났다.
낡은 병을 바라보며 언니들 얼굴을 그려보려 애썼다. 그러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했다. "엄마, 지금 어디 있어? 왜 우리하고 꼭 붙어 있어 주지 않았어?"
- 15. 게임 中 -
카야는 키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머리와 입술이 뻣뻣했다. 두 사람은 서로 떨어져 잠시 마주 보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테이트가 카야의 머리에 붙은 낙엽을 부드럽게 떼어 땅에 떨어뜨렸다. 카야의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엇나간 가족에게서 카야가 받았던 삐뚤빼뚤한 사랑을 다 합쳐도 이런 느낌은 아닐 것 같았다.
- 17. 경계를 넘어서 中 -
카야는 다른 반딧불을 바라보았다. 암컷들은 원하는 걸 얻어낸다. 처음에는 짝짓기 상대를, 다음에는 끼니를. 그저 신호를 바꾸기만 하면 됐다.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 20. 7월 4일 中 -
마음 깊은 곳에서, 카야는 자기 역시 체이스에게 해변의 예술작품 같은 게 아닐까 두려움이 앞섰다. 손으로 이리저리 뒤집어보다가 모래밭에 휙 던져버릴 신기한 조개껍데기 같은 존재. 그러나 카야는 계속 걸었다. 사랑에는 이미 한 번 기회를 주었다. 지금은 그저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싶었을 뿐이었다. 심장에 울타리를 쌓되 외로움을 덜고 싶었다.
- 23. 조개껍데기 中 -
카야는 체이스를 잃었기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거절로 점철된 삶이 슬펐다. (중략)
외로움을 아는 이가 있다면 달뿐이었다.
예측 가능한 올챙이들의 순환고리와 반딧불이의 춤 속으로 돌아온 카야는 언어가 없는 야생의 세계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한창 냇물을 건너는데 발밑에서 허망하게 쑥 빠져버리는 징검돌처럼 누구도 못 믿을 세상에서 자연만큼은 한결같았다.
- 30. 이안류 中 -
"테이트, 부탁이야, 나를 잊어야 해."
"한 번도 너를 잊은 적 없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 거야, 카야."
...
"테이트, 내 말 들어.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살기를 갈망했어. 정말로 누군가 내 곁에 머물러줄 거라고, 실제로 친구와 가족을 갖게 될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어. 집단 어딘가에 소속될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아무도 내 곁에 머물러주지 않았어. 그쪽도 떠나버렸고, 우리 가족도 내 곁에 남지 않았지. 이제서야 그런 상황에 대처하고 나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알았단 말이야. (생략)"
- 44. 감방 동무 中 -
"카야,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사람들한테서 더 멀어지면 안 돼. 사람의 영혼까지 쥐어짜는 시련이었지만 새 출발 할 기회일 수도 있어. 평결은 그들 나름대로 너를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일 수도 있다고."
"웬만한 사람들은 살인죄 사면을 받지 않아도 잘만 사회의 일원이 되더라."
"알아. 네가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도 당연해. 너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다만..."
"이래서 아무도 나를 모른다고 하는 거야." 카야가 언성을 높였다. "난 한 번도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이 날 미워했어. 사람들이 나를 놀려댔어. 사람들이 나를 떠났어. 사람들이 나를 습격했단 말이야. 그래, 그 말은 맞아. 난 사람들 없이 사는 법을 배웠어. 오빠 없이. 엄마 없이! 아무도 없이 사는 법을 배웠다고!"
- 55. 풀꽃 中 -
반딧불
그를 꼬드겨내는 건 / 밸런타인의 불빛을 깜빡이듯 쉬웠지
하지만 숙녀 반딧불처럼 / 그 불빛들에는 죽음의 은밀한 부름이 담겨 있네
(생략)
그리고 사랑 그 자체가 스쳐지나
그게 무엇이었든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네
- 57. 반딧불이 中 어맨다 해밀턴의 시 -
<마무리>
사회부적응자라는 말은 얼마나 잔인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그들은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같아지기 위해서 자신을 포기하고 내려놓으려 수십 수백번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포기하고 자신만의 성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공격하고 손가락질 해도 무너지지 않을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따르는 시간은 우리의 고독을 다루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독을 가지고 있고 이 공허함을 어떻게 다룰지는 우리의 몫이다. 어쩌면 우리가 외로움을 잊기 위해 사람들 속에 섞이려 노력하는 것은 고독을 잊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무리 안에 쉽게 동화되는 행운을 타고 나는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두려워하거나 배척하고 무시하기 때문이다. 카야를 둘러싼 수많은 편견과 오해들이 시간과 함께 쌓여서 결국 '마시걸'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아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던 그녀에게 습지는 친구와 가족, 선생님인 동시에 세계 그 자체였다. 비하의 의미에서 시작된 마시걸이 결국 그녀의 정체성이 되어 비석에 새겨지는 것을 보며 사람의 인식에 따라 옳고 그름이 나눠진다는 사실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졌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의미의 약자들이 있다. 마시걸 카야는 어떤 면으로 보나 약자인 입장에서 생존해왔다. 문명화된 도시와 떨어진 늪지는 낙오자들의 거주구역이었고, 그 중에서도 보호자와 가족이 없는 6살의 여자아이는 최약자였다. 카야를 도와주는 점핑과 메이블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길을 가다 돌멩이를 맞기도 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약자의 기준과 정의도 변한다. 우리도 언젠가 어느 조직에서는 약자이다. 나라면 그 안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카야의 사랑과 결정을 지지하게 됐다. 사회가 배척한 그곳에서 자신만의 것을 키워낸 삶을 어떻게 존중하지 않을 수 있을까.
'RE : VIEW > 고전 & 현대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 줄거리 & 명대사 (0) | 2023.03.21 |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 줄거리 & 명대사 (0) | 2023.03.06 |
다섯번째 산 - 파울로 코엘료 / 줄거리 & 명대사 (0) | 2023.02.22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줄거리 & 명대사 (0) | 2023.02.17 |
꿈을 낚는 마법사 - 미하엘 엔데 / 줄거리 & 구절 + 후기 : 어른을 위한 동화 (0) | 2023.02.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