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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양들의 침묵 - 토머스 해리스 / 줄거리 & 명대사

by 책 읽는 꿀벌 2023. 10. 24.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한니발 시리즈의 시작인 소설이자 명작으로 유명한 '양들의 침묵'을 읽었습니다.

사실 무서운걸 못 봐서 영화나 드라마는 생각도 안 했는데 소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해봤어요.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억지로 무섭게 묘사하려는 의도 없이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는 서술이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스탈링이 한니발과 사건을 대하면서 겪는 정신적 변화와 스트레스가 한니발과 대조돼서 더 긴장하며 본 것 같아요.


<책소개>

저서 : 양들의 침묵
저자 : 토머스 해리스
발행일 : 1988.05.19 (2023.02.02)
페이지 : 503p
등장인물 : 한니발 렉터, 클라리스 M 스탈링, 잭 크로포드, 버팔로 빌

               프레드릭 칠턴, 바니, 아델리아 맵, 캐서린 마틴, 루스 마틴

 

 

<줄거리>

FBI 연수생 클라리스 스탈링은 어느 날 FBI 부장 잭 크로포드로부터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체구가 큰 여인들로 피부가 벗겨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어 일명 '버팔로 빌'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잭 크로포드는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한니발 렉터 박사를 만나보라고 스탈링에게 지시한다. 렉터는 뛰어난 정신과의로 명성을 날린 인물이었지만, 살해한 희생자의 인육을 요리해먹는 수법으로 자신의 환자를 9명이나 살해해 정신 이상 범죄자를 수용하는 특별 수감소에 수감되어 있다.
첫 만남에서, 렉터는 스탈링과 만나자마자 그녀의 체취와 옷차림 그리고 간단한 대화 몇 마디만으로 스탈링을 분석한다. 큰 소득 없이 돌아가려던 찰나 한니발의 옆 방에 수감된 믹스에게 스탈링이 몹쓸 짓을 당하게 되고 예의에 집착하는 렉터는 스탈링에게 정보를 일부 제공한다.


스탈링은 렉터가 제공하는 단서와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면서 클라우드의 시신을 발견한다. 버팔로 빌과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사건은 스탈링이 킴벌리(6번째 희생자)의 목구멍에서 나방의 번데기를 발견하면서 연관성을 갖게 된다. 이후 렉터는 자신을 찾아오는 스탈링에게 그녀의 과거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해 스탈링의 내면을 조금씩 분석한다.

그러던 중, 테네시 주 연방 상원의원의 딸 캐서린이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수감소의 소장 칠턴은 스탈링과 렉터 박사의 대화를 녹취하여 엿듣고 한니발 렉터가 버팔로 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칠턴은 마틴 상원의원에게 렉터에 대한 얘기를 전하고 직접 만날 수 있게 렉터를 이송한다. 상원의원은 범인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조건 아래 렉터를 좀 더 시설이 좋은 수감소로 호송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렉터는 이송된 시설과 관리자의 허점을 이용하여 그를 감시하던 경찰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탈출에 성공한다.

한편 스탈링은 렉터가 흘린 정보를 바탕으로 첫 번째 피해자의 거주지부터 현장 수사를 다시 진행하고, 수사 과정에서 버팔로 빌의 거주지를 방문한다. 범인이 고의로 전기를 끊어 암흑이 된 건물에서, 스탈링은 사투 끝에 버팔로 빌을 사살하고 캐서린을 구하는 데 성공한다. 연쇄살인마를 직접 사살하고 희생자를 구해낸 공로가 높게 평가되면서 스탈링은 유급에서 제외된다.

탈출에 성공한 렉터의 편지를 끝으로 이야기는 열린 결말을 맞는다.

 

 

<명대사&구절>

"(생략) 재치를 잘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해야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신속하게 본인이 원하는 화젯거리로 넘어갈 수 있는 거야. 우리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겨야 해.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었어. 당신은 예의 바르게 나를 대했고 내가 당신에게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지. 믹스가 했던 낯 뜨거운 말도 가감없이 내게 털어놓음으로써 나와 신뢰 관계를 구축한 거야. 이런 분위기에서 바로 설문지 얘기를 꺼내다니. 그러면 안 되는 거야."

- 3 中 한니발 렉터 -

 

미세한 빗방울이 얼굴로 떨어졌다. 곰팡이 냄새와 쥐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득 라틴어 문구가 떠올랐다. 연수 첫 날, 법의학 과목을 가르치는 교관이 칠판에 어느 로마 의사의 좌우명을 적었다. '프리뭄 논 노체레 Primum Non Nocere.'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쥐가 득실대는 창고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

아버지가 남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녀에게 했던 말도 생각났다.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 집까지 쫓아가서라도 싸워, 클라리스.'

- 8 中 -

 

"(생략) 렉터 입장에선 그렇게 사람들을 고문하는 게 전망 좋은 감방으로 옮기는 것보다 더 좋을 테니까. 그는 그런 식으로 사는 걸 즐거워해. 타인의 고통을 자양분으로 삼는 인간이야.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더 현명해지지는 않아, 스탈링.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고통을 피하는 방법을 알게 되기는 하지. 내 생각엔 우리가 굳이 여기서 고통을 더 겪을 필요는 없다고 봐."

- 19 中 크록포트 -

 

"심리학과 법의학적 관점에서 버팔로 빌 사건에 대해 말한다면?"

"책에서 그는 가학성애자로 묘사되고 있어요."

"인생에는 책에서 다룰 수 없는 게 너무 많아, 클라리스. 낭창이 두드러기의 형태로 나타나듯이 분노는 욕정의 형태로 나타나지."

오른손으로 왼손 스케치를 마친 렉터는 목탄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까 책 얘기를 했는데, 블룸 박사의 책인가?"

"네."

"그 책에서 나에 관한 내용을 찾아봤지?"

"네."

"그는 나를 어떻게 묘사했지?"

"순수하고 완전한 소시오패스로요."

- 22 中 한니발 렉터 & 클라리스 스탈링 -

 

"(생략) 가장 힘든 시험을 치른다고 생각해. 분노와 좌절이 생각을 흩트리게 하지 마. 자네가 상황을 지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 감정을 낭비하고 어리석게 굴면 최악의 결과와 마주할 거야. 칠턴은 세상에 둘도 없는 멍청이고, 캐서린은 그놈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아직은 아니잖아. 아직 기회가 있어. 실험실의 액체 질소 온도가 얼마나 되지?"

"예? 아, 액체 질소의 온도는...... 섭씨 영하 200도 정도 됩니다. 그것보다 조금만 더 올라가도 끓어오르죠."

"액체 질소로 무언가를 얼려본 적 있나?"

"예."

"난 자네가 그런 식으로 마음의 쓸데없는 감정을 얼려버리길 바라. 칠턴과의 일을 얼려버려. 렉터에게 받은 정보만 취하고 감정은 얼려. 목표를 똑바로 봐, 스탈링. 중요한 건 바로 그거야. 자네는 정보를 얻으려 노력했고 대가를 치렀고 정보를 얻었어. 그럼 이제 그 정보를 사용해야지. (생략)"

- 31 中 크록포트 & 스탈링 -

 

"요즘도 한 번씩 잠을 설치지 않나? 캄캄한 새벽에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와서 잠을 깨지?"

"가끔요."

"당신이 버팔로 빌을 잡으면, 캐서린을 무사히 구해내면 양들의 울음소리가 그칠 거라고 생각하나? 그 양들도 모두 무사해지고 당신도 어두운 새벽에 양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깨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클라리스?"

- 35 中 한니발 렉터 & 클라리스 스탈링 -

 

스탈링은 마틴 의원이 자기에게서 천한 싸구려 도둑 같은 면을 봤을까 봐, 그래서 자신을 도둑 취급한 것일까 봐 두려웠다. 재수 없는 상류층년. 이렇게 말하면 렉터 박사는 하층계급의 분노라고 즐거워하며 지적했을 것이다. 모유로 전해진 분노가 내면에 잠재돼 있는 탓이라며 말이다. 스탈링은 교육과 지성, 투자, 외모 면에서 마틴보다 못하지 않았지만 이 사회에서 그 여자보다 철저히 아래였다.

- 47 中 -

 

클라리스, 양들은 울음을 그쳤나?

(중략) 하지만 클라리스, 당신이 보게 될 지하 감옥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앞으로 수 차례 보게 될 것이고 당신이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양들은 한동안 축복처럼 침묵하겠지. 양들의 울음소리는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고, 그 울음은 아마 영원히 멈추지 않을거야.

당신을 만나러 갈 계획은 없어, 클라리스. 당신이 살아 있는 세상이 내게는 훨씬 흥미로우니까. 당신도 내게 그런 예의를 차려주길 바라.

- 61 中 한니발 렉터 -

 

 

<마무리>

한니발 신드롬을 만든 소설 원작으로, 명작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라는걸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소시오패스이자 천재성을 지닌 정신과 의사 한니발의 기묘한 예우 때문에 긴장감을 놓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탈링의 과거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피해자들에 빗대어 작품 전체에 녹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레드 드래곤이라는 전작이 있다는걸 소설을 다 읽은 후에 알았다는게 아쉬울 정도였다.

한니발은 버팔로 빌을 비롯한 살인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원초적 욕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꿰뚫어 보고 수사 당국을 농락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전지전능한 신을 믿고 따르는 것처럼 한니발에게 홀리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건 살인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혐오감과는 별도로 순수한 지식에 대한 경탄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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