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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 / 줄거리 & 명대사

by 책 읽는 꿀벌 2023. 12. 20.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톨스토이의 중단편 소설 모음을 읽었습니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매우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입니다.

톨스토이가 삶과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 수 있고 독자 또한 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길지 않으니 한 번쯤은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책소개>

저서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저자 : 레프 톨스토이
발행일 : 2016-07-30 (1886년 작)
페이지 : 264쪽
등장인물 : 이반 일리치, 프라스코비야 페도로브나, 표트르 이바노비치 등

               예브게니 이르테네프, 스테파니다, 리자 안넨스카야, 마리야 파블로브나(어머니),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장모) 등

               스테판 카사츠키(세르게이 신부)

 

 

 

<줄거리>

1. 이반 일리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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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공무원들은 그들의 동료인 이반 일리치 골로빈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리치의 친구였던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집에서 열린 장례식에 참가한다. 그는 관에 누워 있는 일리치를 보면서 굉장히 불쾌하고 오싹한 감정을 느끼고, 일리치의 아내인 프라스코비야 페도로브나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카드놀이를 위해 서둘러 집을 나간다.


이반 일리치는 성공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왔으며 법대을 졸업하고 그 후 보좌관을 거쳐 예심판사가 됐다. 그는 예의 바르고 능력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으며 프라스코비야 페도로브나를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부부관계는 악화 되었고 일리치는 가정보다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더 많은 명성과 봉급을 받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간다. 거기서 이사 간 집을 꾸미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창틀의 손잡이에 옆구리를 부딪혔다. 처음에는 멍이 든 정도에서 그쳤으나 고통이 커지면서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된다. 의사를 찾아가서 진료도 받고 약도 먹어보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아내의 남동생이 그를 방문하고 그가 얼마나 쇠퇴했는지를 보고 놀란다. 이 반응을 본 일리치는 그의 현재 상태가 굉장히 안 좋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점점 우울해지고 위안을 찾기 위해 업무에 몰두하며 현실을 도피한다. 그러나 자신이 이룬 어떤 것도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리치는 죽기 사흘 전 계속 신음과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자신이 죽음으로 인도 되는 "구멍"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끝에는 "빛"이 있다고 느꼈다. 그의 어린 아들이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맞추자 자신과 나머지 가족들에게 연민을 느낀 그는 더이상 죽음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게된다. 그는 빛과 기쁨을 경험하고 자신에게 "이제 죽음은 끝났다. 이제 죽음은 없다" 라고 말한 뒤, 생을 마감한다.

2.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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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봄에 영지로 돌아와 아버지의 빚을 갚고 재산을 지키기로 결정한다. 예브게니는 탕자가 아니었지만, 수도사도 아니었으므로 시골 생활에서 강요되는 절제된 생활에 힘들어 한다. 결국 산림지기 다닐라를 통해 농부의 아내인 스테파니다를 소개 받게 된다.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꼈던 초반과 달리 예브게니는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합리화를 하며 스테파니다를 계속 만난다.

 

도시로 나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리자 안넨스카야에게 청혼을 한 예브게니는 이후로 스테파니다와의 만남을 중단한다. 결혼 후 다시 영지로 돌아온 예브게니는 온순하고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아내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 리자는 유산을 한 차례 경험한 뒤 몸이 약해졌으나 다시 임신을 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예브게니는 스테파니다가 자꾸 눈에 밟히고 그녀를 향한 욕망을 참지 못한다.

 

이 작품은 미완성으로 두 개의 결말을 갖고 있는데, 첫 번째에서는 죄책감으로 지친 예브게니가 권총으로 자살한다.

또 다른 결말은 예브게니에게 악마와 같은 유혹이 되었던 스테파니다를 권총으로 쏴 죽이고 그 스스로는 알코올 중독이 된다.

3. 신부 세르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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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하고 유능한 장교였던 카사츠키는 약혼녀와 황제의 불륜 소식을 알고 파혼을 한 뒤 수도원을 들어간다. 수도원에 들어가고 3년이 지날 무렵 그는 세르게이라는 세례명을 받는다.

 

신부가 되고 4년째 되던 해, 세르게이는 대도시 근처 수도원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지낸지 2년이 됐을 무렵, 자신의 교만함을 느낀 세르게이는 은자가 되기로 하고 암자에 숨어서 기도를 하며 지낸다. 암자를 찾아온 과부에게 유혹될 뻔 하지만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내며 이 유혹을 뿌리친다. 이후 과부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수녀가 되고 세르게이의 명성이 다시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르게이가 아픈 이를 치료하는 기적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사람들이 찾아온다.

 

세르게이는 한 상인의 아픈 딸을 치료하기 위해 암자로 부르고 그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아침이 밝기 전 몰래 도망친 그는 신의 존재에 대한 의혹을 품고 자살을 생각한다. 이때 꿈에 천사가 나타나 어렸을 때 알고 지냈던 파셴카를 찾아가 너의 죄와 구원을 찾으라는 계시를 내린다.

 

파셴카를 찾아간 세르게이는 자신이 신을 위해 산다고 생각했으나 사람을 위해 살아왔음을 깨닫고, 파셴카는 그 반대라는 것을 보며 진정 신을 위하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명대사&구절>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그들 모두 생각하거나 느낀 건 이런 거였다. '아, 그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어!' 하지만 이반 일리치와 비교적 가까웠던 이른바 친구라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장례식에 참석해 미망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 아주 성가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1. 中 -

 

"(생략) 이건 맹장이나 신장의 문제가 아니라 삶 그리고...... 죽음의 문제야. 그래, 삶은 여기에 있다가 이제 서서히 떠나가고 있어. 그리고 난 그걸 막을 수 없는 거야. 그래, 이렇게 나 자신을 속여봐야 뭐하겠어?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나만 빼고 다들 분명히 알고 있잖아. 문제는 몇 주 혹은 며칠이 남았느냐인데, 어쩌면 지금 당장일 수도 있겠지. 이곳에 있던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온통 어둠뿐이구나. 나 역시 이곳에 있지만 곧 사라지고 말겠지! 대체 어디로 말인가?" 온몸이 싸늘해지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두 귀에 심장 뛰는 소리만 들렸다.

(중략)

'죽음이라. 그래 죽음이란 말이지. 그런데도 저들은 모르고 누구 하나 알려고 하지도 않고 나를 딱하게 여기지도 않는구나. 그저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어. (문 저쪽 멀리에서 사람들의 노랫소리와 반주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저들도 다를게 없지. 언젠간 죽을거야! 바보들 같으니! 내가 먼저 가고 저들은 나중에 가는 것일 뿐, 누구도 그 길을 피할 수 없는 거야! 그런데도 마냥 즐거워하는구나. 저 짐승들!'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미움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럽고 비참했다. 모든 사람이 이처럼 끔찍한 공포를 겪어야 하는 운명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5. 中 이반 일리치 -

 

어린 시절 그때는,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에 매달려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정말로 행복한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 행복을 느꼈던 사람은 이제 없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추억인 것만 같았다.

(중략)

1년, 2년, 10년, 20년이 가도 늘 똑같았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생기를 잃었다.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며 걸었지만 사실은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 정말 그랬어. 다들 내가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만큼 내 발밑에서는 삶이 멀어져갔던 거야...... 이제 다 끝나버렸고, 죽음만 남아 있어!

- 이반 일리치의 죽음 9. 中 -

 

예전 같으면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생각을 절대 할 수 없었겠지만, 이제는 그게 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들에 맞서 싸우고 싶다는 충동, 마음속에 어렴풋이 떠올를라치면 서둘러 떨어내버렸던 그 충동, 그것만이 진짜고 나머지는 모두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일, 삶의 방식, 가족, 사교계와 직장의 모든 이해관계가 다 거짓일 수도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이 모든 것들을 변호하려 해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이 변호하려 하는 것이 너무도 헛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변호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11. 中 -

 

결혼을 하면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추악한 감정이 느닷없이 다시 나타난 것이 몹시 괴로웠다. 결혼한 뒤로는 아내를 제외하고 그녀에 대해서도, 그가 알고 있는 어떤 여자에 대해서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해방감에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기뻐했는데, 갑자기 맞닥뜨린 사소하고 우연한 만남은 그가 아직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지금 예브게니가 괴로운 것은 또다시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리자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를 원한다는 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 감정이 자신의 내면에 생생하게 살아 있으므로 그것이 고개를 들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악마 11. 中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뭔가에 압도당한 느낌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의지는 없고 다른 힘에 이끌려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운이 좋아 살아났지만,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일 혹은 그다음 날에는 결국 파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악마 13. 中 -

 

아무 할 일도 없이 두 시간쯤 머물면서 젊은 여자의 친숙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쉴 새 없이 눈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자신이 파멸했음을,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파멸했음을 직감했다. 또다시 고통이 시작되었다. 또다시 지독한 공포가 시작되었다. 구원은 없었다.

결국 예상했던 일이 그에게 일어났다. 다음날 저녁, 그는 자신도 모르게 스테파니다의 집으로 갔다.

- 악마 19. 中 -

 

'그 여자는 악마야. 분명 그녀는 악마야. 내 의지와는 반대로 나를 자기 손아귀에 넣어버렸어. (중략) 출구는 단 두 개뿐이야. 아내를 죽이든가 그 여자를 죽이든가. 그리고 또......

아 그래, 세 번째 출구가 있구나. 날 죽이는 것.'

- 악마 20. 中 -

 

'온 세상이 죄악으로 가득하고 그래서 그런 세상을 멀리해야 한다면, 이 매혹적인 세상은 왜 존재하는 겁니까? 어째서 주님은 이 유혹을 만드셨습니까? 이런 유혹을요! 제가 세상의 쾌락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뭔가를 준비하려 한다면 그것 또한 유혹이 아닌가요?'

- 신부 세르게이 5. 中 -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다른 이를 사랑하는가? (중략) 그저 자신의 지성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지식을 과시하고 싶어 훈계조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다. 그는 사람들의 사랑을 원하고 필요로 하면서도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없었다. 이제 그에게는 사랑도, 겸손도, 순결도 남아 있지 않았다.

- 신부 세르게이 7. 中 -

 

'파셴카는 내가 되어야 했지만 되지 못한 바로 그 사람이야. 나는 신을 위해 산다고 하면서 사실은 사람들을 위해 살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람들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지만 신을 위해 살고 있는 거야. 그래, 하나의 선행,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한 잔의 물이 내가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은혜보다 더 귀중한 거야.'

- 신부 세르게이 8. 中 -

 

 

<마무리>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어가는 사람을 통해 진짜 삶이란 무엇인지를 나타내려하는 역설적인 표현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절대적인 명제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가 있다. - 1.부정(Denial) 2.분노(Anger) 3.협상(Bargaining) 4.우울(Depression) 5.수용(Acceptance) - 이반 일리치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이반은 '왜 자신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계속 찾게 되는데, 이는 곧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반은 번듯한 직장과 비슷한 계급의 배우자, 적당히 상류층과 어울릴 정도의 소득으로 나름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우리가 잘 살았다라고 삶을 판단하는 기준은 타인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에게 있다. 이반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기만과 거짓으로 가득한 삶을 돌아본다.

언젠가는 인생의 마지막을 맞는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명확한 사실인데 보통 우리는 그 진실을 무시하고 살아간다. 인간은 죽는다는 명제 속에서 '나'를 보통의 인간과 동일시 하지 않는 것이다. (이반 또한 죽음을 인지하고 이런 괴리감을 느낀다.) 내가 접하는 모든 사람들은 나의 가치관과 시선으로 판단 되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각자의 개인에게는 나만이 알고 있는 기억과 감정, 입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와 타인(보통 인간)을 절대 동일시 할 수 없다. 완벽해 보이는 타인의 삶을 동경하고 내 삶을 아름답게 포장해도 나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있다.  

 

'악마'와 '신부 세르게이'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허영에 대해 다룬다. 욕망을 비도덕적이고 부정한 것으로 나타내는 묘사와, 그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이 죄악의 근원인 것처럼 나타내는 서술은 조금 불편했지만 각 인물의 감정 변화가 섬세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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