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에서도 굉장히 사랑받는 뮤지컬이죠.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꽤 오래된 뮤지컬입니다.
이 뮤지컬은 높은 연기력이 요구되는만큼 다양한 배우님들의 특색 있는 지킬과 하이드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신성록배우님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왔어요!
팔연 - 샤롯데 씨어터
2021.10.19 ~ 2022.05.08
캐스트
헨리 지킬 & 에드워드 하이드 - 신성록
루시 해리스 - 아이비
엠마 커루 - 조정은
존 어터슨 - 윤영석
덴버스 커루 경 - 김봉환
줄거리
1막
지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존 어터슨의 회상으로 1막을 시작한다.
영국 런던의 의사인 헨리 지킬은 정신분열증을 앓는 아버지와 정신병동의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을 나누는 약을 개발한다. 성 주드 병원의 이사회에게 약물을 실험할 피실험자를 요구하지만 반인륜적이고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헨리 지킬과 엠마 커루의 약혼식에서 엠마의 응원을 받고 지킬은 힘을 얻는다. 약혼식 후 존의 권유로 술집 레드 랫에 함께 간 지킬은 폭력을 당하는 루시를 보고 명함을 준다.
집으로 돌아온 지킬은 자신을 피실험자로 하여 약물을 주입하고 그 결과 에드워드 하이드가 깨어난다.
지킬이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을수록 지인들은 그를 걱정하지만 지킬은 실험을 계속한다. 어느 날 루시가 상처를 입고 지킬을 찾아온다. 지킬은 그녀를 치료해주다가 상처를 입힌 자가 하이드라는 걸 알게 되고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둘은 호감을 느끼지만 지킬은 루시를 밀어내고, 말할 수 없는 사랑에 루시는 슬퍼한다.
그리고 하이드가 실험을 반대했던 이사회 중 한 명인 배싱스토크의 주교를 살해하며 1막이 끝난다.
2막
살인사건으로 시끄러운 런던에 이사회의 연이은 살해소식이 전해진다. 지킬은 약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며 점점 망가진다. 엠마는 지킬을 찾아와 그를 믿고 있다 말하고 지킬 또한 엠마에게 매달리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걸 느낀다.
하이드 또한 자신의 일부이기에 미워하지 못하는 지킬을 두고 엠마와 루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노래한다. 지킬을 기다리는 루시의 모습에 하이드는 질투를 느끼고 루시를 더욱 속박한다.
존은 약을 가지고 지킬을 찾아갔다가 하이드를 만나게 된다. 하이드가 약을 주사하고 지킬로 변하는 모습을 본 존은 충격을 받지만 지킬을 돕기로 하고 루시에게 편지를 전해준다. 지킬의 편지와 돈을 받은 루시는 슬픔과 배신감을 느끼지만 새로운 인생을 위해 떠날 준비를 한다. 이 때 하이드가 찾아오고 자신을 버리려 하는 루시의 모습에 분노를 느껴 그녀를 살해한다. 살해 후에 지킬로 돌아온 그는 충격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지킬과 하이드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싸우고 겉으로 보기에는 지킬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지킬은 엠마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선서 도중 하이드가 등장한다. 하이드는 자신의 연적이었던 스트라이드를 죽이고 엠마를 인질로 잡는다. 엠마는 지킬에게 말을 걸고 순간적으로 지킬이 돌아오며 자신을 죽이라고 존에게 부탁한다. 존은 차마 그를 죽이지 못하지만 지킬이 그의 칼에 직접 달려들어 죽음에 이른다.
후기
초반에 지킬의 신념과 사람들의 모순적인 모습을 꼬집는 넘버들의 가사가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상류층의 위선적인 모습과 이를 비난하는 듯한 하층민(앙상블)이 대비되어 특히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지킬과 루시의 첫 만남이 있었던 레드 랫에서 루시와 앙상블의 퍼포먼스도 기억에 남는데 경쾌하고 빠른 템포와 중독적인 멜로디, 앙상블의 군무가 눈에 띈다.
연출로는 좌우에서 배경이 등장하며 무대 뒷쪽 중앙을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 형태로 구성되는 무대가 많이 생각난다. (첫 넘버의 정신병동부터 지킬의 연구소 등이 있다.) 특히 '지금 이 순간' 넘버가 진행되며 지킬의 연구실이 처음으로 갖춰질 때 굉장히 집중해서 봤다. 무대 뒤쪽에서 실험 테이블이 나오고 좌우에서 플라스크와 거울이 있는 2층 선반이 나와 중앙에서 만나는데 조명과 무대장치, 지킬의 연기, 넘버 모두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감정의 고조를 잘 유지해서 '변화'와 '얼라이브'에서 터트리며 하이드의 화려한 등장을 알린다.
하이드는 왼쪽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되는데, 2막에서 지킬이 오른쪽 거울을 보며 고뇌하는 모습이 복선처럼 나온다.
바로 다음 넘버인 '기도하네'에서는 지킬을 걱정하는 주변사람들과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지킬의 심정이 돋보이는데 초반에 가사가 잘 안 들렸다. (여러 가사를 구분해낼 자신이 없다면 미리 듣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2막의 시작은 시그니쳐인 우산 퍼포먼스와 함께 화려한 앙상블이 포문을 연다. 비눗방울과 우산으로 비오는 런던을 표현했다. 이어지는 엠마와 루시의 듀엣을 지나 루시와 하이드의 듀엣인 '나도 몰랐던 나'에서는 위험하면서도 도망칠 수 없는 둘의 관계가 농밀하게 표현된다.
하이드의 집착과 루시의 고통이 주고 받는 노래가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뒤이어 지킬의 편지대로 도망칠 준비를 하던 루시가 부르는 '시작해 새 인생'은 듣자마자 이번 뮤지컬의 최애 넘버가 됐다. 이 뮤지컬을 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하며 들을 수 있을 가사와 루시의 가창력이 더해져 감성을 건드렸다.
솔로 후 서서히 암전이 돼서 장면전환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번개 치면서 하이드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소리가 엄청 커서 사이드쪽 앞 좌석 앉으신 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하이드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루시를 살해하게 되는데, '루시의 죽음'넘버의 가사와 루시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가사가 겹쳐진다. 개인적으로 지킬의 정신이 있을 때에도 하이드가 의식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그리고 지킬 앤 하이드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넘버 '그대 향한 길 + 대결'은 정말 대단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좌우로 지킬, 하이드의 분장을 하고 조명이 전환되며 넘버를 주고 받는데 한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빠르게 분위기가 반전됐다. 목소리 톤과 몸짓, 표정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듯 해서 연기력에 소름이 돋았다.
엔딩은 역시나 새드. 결혼식 시작할 때부터 그럴 것 같았지만 역시나 데드엔딩이었다.
커튼콜의 마지막에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면서 암전되는 장면까지 완벽했다.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신성록 배우님의 디테일한 연기와 조명을 이용한 연출, 화려한 앙상블이 돋보이는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우님들 대부분이 첫번째 캐스트가 아니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극의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강렬한 넘버 이후에 소소하게 위트있는 대사가 나와서 분위기를 환기 시켜 종종 웃음이 나기도 했다.
넘버 소개
- 1막
Prologue (프롤로그)
Lost In The Darkness (그대 향한 길) - 지킬
I Need To Know (알아야 해) - 지킬
Façade (가면 1) - 앙상블
I Must Go On (내가 걷는 길) - 지킬
Take Me As I Am (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 - 지킬, 엠마
Letting Go (홀로 설 때가 된 것을) - 댄버스 경, 엠마
No One Knows Who I Am (나는 누구일까) - 루시
Bring On The Men (뜨겁게 온몸이 달아올랐어) - 루시
Now There Is No Choice (선택은 없어) - 지킬
This Is The Moment (지금 이 순간) - 지킬
First Transformation (변화) - 지킬 → 하이드
Alive (얼라이브 1) - 하이드
His Work And Nothing More (기도하네) - 어터슨, 지킬, 엠마, 댄버스 경
Sympathy And Tenderness (사랑에 빠진 것 같아) - 루시
Someone Like You (당신이라면) - 루시
Alive 2 (Alive Reprise) (얼라이브 2) - 하이드 - 2막
Murder, Murder (살인, 살인) - 앙상블, 신문 파는 소년
Once Upon A Dream (한 때는 꿈에) - 엠마
Streak Of Madness (미워하긴 힘들죠) - 지킬
In His Eyes (그의 눈에서) - 루시, 엠마
It's A Dangerous Game (나도 몰랐던 나) - 루시, 하이드
The Way Back (나의 길을 가겠어) - 지킬
A New Life (시작해 새 인생) - 루시
Lucy's Death (루시의 죽음) - 하이드
Lost In The Darkness (그대 향한 길) + Confrontation (대결) - 지킬&하이드
Façade Reprise (가면) - 유령들
The Wedding (웨딩) - 지킬,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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