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오늘의 리뷰는 뮤지컬 '하데스 타운' 입니다.
1년만에 뮤지컬을 보러 가서 굉장히 설렜습니다. 사실 내한 뮤지컬을 주로 보는 편이어서 하데스 타운을 보러 가기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넘버를 번역하면 원어와 다른 기시감이 생기는데 이게 은근히 신경쓰이더라구요.
그래도 한국 초연이고 넘버가 너무 좋아서 바로 예매했습니다.
'하데스 타운'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는 신과 인간의 사랑을 받는 음유시인입니다. 아내 에우리디케가 독사에게 물려 지하세계에 내려가자 그녀를 찾기 위해 하데스를 찾아갑니다. 그의 리라연주에 하데스와 지하의 신들은 감동합니다. 페르세포네의 간청에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풀어주며 오르페우스가 지상에 올라가는 동안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조건을 겁니다. 하지만 지상에 도착하기 직전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명계로 다시 끌려가게 됩니다.
뮤지컬은 미국 대공황시기를 배경으로 위 신화를 각색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나무위키를 참고해주세요.
LG아트센터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일단 굉장히 작았습니다. 샤롯데와 비슷한 정도였어요. (조금 더 작을지도...?) 하지만 '하데스 타운'이라는 작품자체가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뮤지컬은 아니어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샤롯데에서 캣츠 내한 했을 때는 무대가 정말 좁아보였거든요ㅠㅠ)
포토존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캐스트 판이 줄이 엄청 길었어요. 아마도 오르페우스역 때문인것 같았어요. 시우민님과 티켓사진으로 인증샷 남기는 느낌? 이었어요.
저는 같이 찍을 생각은 아니어서 옆에서 캐스트 판만 빨리 찍고 들어갔습니다.
1층 6열 23번 자리에 앉았습니다. 시야방해 없고 객석이 무대와 가까워서 배우들 얼굴도 아주 잘 보였어요.
1층 객석은 엑소 팬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오르페우스 역의 시우민님 티켓파워가 엄청났어요. N차 관람도 많은 것 같았어요. 다들 뮤지컬굿즈를 많이 들고 계시더라고요ㅎㅎ
줄거리 & 후기
초반에 등장인물을 모두 소개하는 넘버가 인상적이었어요. 코러스와 밴드도 함께 소개하는데 재즈풍 노래랑 어우러져서 무대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1막에서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이때 오르페우스가 노래로 꽃을 피워냅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을 나타내고 봄을 상징하는 붉은 꽃이죠. (포스터에 있는 붉은 카네이션이 바로 이 꽃입니다.) 그리고 이 꽃을 피워낸 멜로디도 넘버. Epic 1~3으로 반복되면서 점점 노래가 풍성해집니다. Epic 1에서 오르페우스 혼자 불렀던 노래가 갈수록 풍성해지는게 듣는 재미가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 하데스 타운으로 내려간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가는 넘버인 Wait For Me. 어두운 지하세계로 가는 길을 표현한 무대장치와 코러스의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넘버였습니다.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다섯개의 등이 내려오고 무대가 변경되면서 지하세계로 바뀌는게 1막의 클라이맥스라고 느껴졌습니다.
지하세계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려가기 위한 설득과 노래가 2막의 주요내용입니다. 여기서 넘버 Epic 3를 통해 이게 하데스의 프러포즈곡이라는게 밝혀지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로맨스도 너무 좋았어요. 하데스가 가진 집착이 믿음으로 바뀌는게 맘에 쏙 드는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이 넘버에요. Wait for me (Reprise)! 그리고 해당 넘버에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기다려달라는 가사에 나를 믿어달라는 뜻이 담긴 것 같았어요. 내가 갈테니 포기하지 말고 믿고 기다려 달라. 내가 함께하겠다는 느낌?
그러나 지하세계를 빠져나오는 넘버에서 역시나 운명의 세 여신이 나오고 오르페우스도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봅니다. 슬픈 사랑 노래라는 헤르메스의 설명이 딱 맞죠ㅠㅠ
신과 인간 모두 운명의 세 여신이 속삭이는 내면의 소리에 휘둘린다는 점이 신화와 같아서 좋았어요. 1막과 2막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넘버가 많은게 하나의 복선이라고 생각되는 구조로 마지막과 첫 넘버가 같은게 극의 완성도를 높인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사랑과 믿음이라는 소재를 물질과 자본이 가득한 하데스타운을 배경으로 풀어내서 둘을 비교 해보게 됩니다. 이 뮤지컬은 금전적인 것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와 화해를 하고 사랑을 다시 얻는 반면, 오르페우스는 보잘것없는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에우리디케를 잃게 되죠.
다시 시작하는 노래에서 오르페우스는 마음만으로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요?
https://youtu.be/hnLG3E3Flo8
넘버 추천
# 1-2. Any Way the Wind Blow
에우리디케, 운명의 세 여신
겨울의 추위에 대해 노래하며, 에우리디케의 외로움과 현실의 고난을 보여준다.
단조로우면서도 어두운 멜로디가 너무 취향저격!
# 1-7. All I've Ever Known
에우리디케,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둘은 사랑을 확인한다.
둘의 듀엣도 좋았고, 가사와 퍼포먼스가 너무 애틋했음
# 1-9. Way Down Hadestown
앙상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강제로 하데스타운으로 호출한다.
중독적인 재즈풍 노래로 섹소폰 열일 +) 하데스의 집착이 보이는 장면
# 1-17. Wait For Me
오르페우스, 헤르메스, 운명의 세 여신, 일꾼들
헤르메스가 오르페우스에게 하데스타운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찾아 올 것을 다짐한다.
# 2-10. Epic III
오르페우스, 앙상블
오르페우스가 젊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지나간 사랑에 대해 노래하자, 하데스의 마음이 움직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