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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Write3

눈물 눈물이 나는 것은 눈물이 흐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제 감정의 파편이 아닙니다. 항상 생각해보건데 내 감정의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다시 누군가에게 말하려 해도 알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말하는 바와 뜻하는 바가 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었을까요. 내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던 적은 있었을까요. 그 우울함과 불쾌함을 모두 합하니 말하듯 눈물이 납니다. 한 방울이 말하길 도망치라 하고, 두 방울이 말하길 포기하라 합니다. 나는 눈물이 만든 길을 따라 발자국을 옮겨 봅니다. 도망치고 포기해봅니다.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미 시작해버린 인생에서 어떻게 도망칠 수 있을까요. 죽음으로 벗어나는 길은 너무도 험난합니다. 그것은 또 다른 도전이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나는 힘들어.. 2024. 3. 2.
생명의 보고, 바다 위의 작은 언덕 내가 처음으로 본 바다는 손바닥 두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조금 큰 네모난 유리를 통해서였다. 먹먹해지는 귀를 누르기를 잠시, 얼마 후 오밀조밀한 빌딩들을 지나 하얀 구름들 속을 들어가더니 파랑이 펼쳐졌다. 내가 본 게 하늘인지 바다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멍하니 바라보다가 잠이 든 것 같다. 부산스러운 소음과 덜컹거리는 기체를 느끼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낯선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들 속에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국내여행조차 멀리 못 가본 내가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진정이 되지 않았다. 입국심사를 받는 동안에도 머릿속에는 푸른 바다가 아른거렸다. WELCOME CEBU 여권을 가방 깊숙한 곳에 쑤셔 넣으면서 공항을 나서서 이 문구를 보.. 2022. 6. 23.
내 삶에 파도가 친다 반쯤 열어둔 차창으로 바람이 밀려든다. 짠 내음 섞인 바람 냄새가 미처 보기도 전에 바다가 지척임을 알려준다. 버석한 모래사장 앞에 차를 멈추고 그렇게 한참을 바라본다. 얼마 만이더라.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니 꽤 오래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파도소리가 오랜만에 방문한 낯선 사람을 반기는 듯 잔잔하다. 조수석에 구겨져 있는 카디건을 들고 차를 나선다. 꼼꼼하게 문의 잠겼는지 확인을 한 후에야 걸음을 옮긴다. 장난스러운 바닷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졌다 풀리길 반복한다. 왜 혼자 왔냐고 타박하는 것 같다. "애인이나 친구들이랑 바글대며 여행 다니는 건 어렸을 적에나 했지. 취업하고 일에 치여 살다보니 오늘이더라." 새벽에 가까운 이른 아침의 바닷가 라는 건 넋두리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아예 .. 2022.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