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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기괴한 레스토랑2. 리디아의 일기장 - 김민정 / 줄거리 & 명대사 & 후기

by 책 읽는 꿀벌 2023. 8. 4.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기괴한 레스토랑을 계속 이어서 보는 중인데, 1권에 비해서 훨씬 더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1권은 레스토랑에 도착한 시아의 적응을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2권부터는 요괴들의 과거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레스토랑에 있는 요괴들의 과거가 촘촘하게 얽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작가님이 그리는 청사진이 서서히 드러난다고 느껴졌습니다.

또 각 인물들의 이야기 모두 흥미진진하게 전개돼서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책소개>

저서 : 기괴한 레스토랑2. 리디아의 일기장
저자 : 김민정
발행일 : 2022.06.13
페이지 : 371p
등장인물 : 시아, 루이, 하츠, 쥬드, 히로, 야콥, 해돈, 여왕

               리디아, 거미여인(아카시아), 톰, 붉은 손 잭 등

 

 

<줄거리>

하츠와 히로는 여왕의 성에서 무사히 탈출을 한다. 한편 시아는 다 마른 약초를 끓이기 위해 수프의 방에서 냄비를 빌리고 주인이 없는 리디아의 방에서 약초를 끓이기로 한다. 수프의 방에서 받은 루이의 공연단 티켓으로 시아, 쥬드, 히로는 공연을 보러 가기로 한다. 공연을 보다가 루이와 대면하게 된 시아는 모든 것이 뱀파이어 에드워드 백작의 최면 아래 진행된 연극이라는 것을 듣게 된다. 시아는 이 대면에서 루이에게 혹시라도 자신이 치료약을 찾지 못한다면 인간 세계의 부모님에게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온다.

공연 이후 하츠는 시아가 레시피를 가져오는 일에 도움을 준 요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시아를 협박한다. 시아는 쥬드와 히로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둘을 멀리하려고 하지만 따뜻하게 다가오는 쥬드를 끝내 밀어내지 못한다. 다음 날, 리디아의 방에서 끓이던 약초가 연기를 피우며 반응을 하자 시아는 다시 희망에 부푼다. 그러다 리디아의 방에서 그녀의 일기를 보고 리디아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시아는 여왕인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믿었던 정원사에게도 배신당한 리디아를 보듬어준다.

시간이 흘러 하츠로부터 두번째 식당 일, '레스토랑 웨이터'를 맡게 된다. 홀 지배인인 거미 여인과 홀 매니저 붉은 손 잭의 안내에 따라 웨이터 교육을 받는다. 위기에 빠질 뻔한 시아는 잭의 피아노를 미끼로 잭의 도움을 받아 위험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규칙을 어긴 잭은 거미 여인에게 바로 붙들려 가게 된다. 그날 밤 잭을 구하기 위해 홀 위의 거미줄로 기어 올라간 시아는 플라밍고 여인에게 거미 여인과 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최고의 무용수가 되기 위해 아카시아는 자신의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을 제거해 달라고 마녀 야콥에게 의뢰를 하고 야콥은 그 욕망을 점토로 만든 주전자에 담아 돌려준다. 이후 점토는 아카시아의 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며 사랑받고자 했고 그렇게 톰이 되었다. 아카시아는 최고의 무용수가 됐지만 부상을 무시하고 연습과 공연에 매진하다가 발이 부러지게 되고 거미의 팔과 다리를 달면서 절망하게 된다.

 

<목차>

15. 가짜 결혼식

16. 하츠의 고해성사

17. 수프의 방

18. 리디아의 방

19. 위기의 공연

20. 루이의 속임수

21. 에드워드 백작과 루이

22. 하츠의 경고

23. 밝혀진 리디아의 정체

24. 리디아의 일기장

25. 리디아의 일기장(2)

26. 작전 개시

27. 거미 여인과의 조우

28. 레스토랑 업무의 시작

29. 플라밍고 여인의 이야기

30. 톰의 비밀

31. 아카시아 양의 마지막 공연

 

 

<명대사&구절>

"당신은 이곳에서 무엇까지 잃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피아니스트 잭처럼 두 손? 성악가 떠들이 부인처럼 목? 아니면 발레리나 거미 여인처럼 두 발?"

"무,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예요."

시아가 강하게 부정했으나 루이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잃지 않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시체뿐이죠."

- 21. 에드워드 백작과 루이 中 -

 

"내가 잔인해?"

알면서도 물어오는 목소리가 미웠다. 시아는 눈물 어린 눈동자로 하츠를 노려보았다.

(중략)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시아에게 총을 쏘았다. 그리고 다시 만난 지금은 시아의 친구들을 죽이겠단다. 그럼에도 대놓고 분노할 수 없는 이유는, 사실 시아라고 해서 다르게 선택했으리란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소중한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을 살해하는 무한한 고리 속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마음속으로는 동정하고 있엇던 것이다.

그럼에도 시아는 그가 잔인하다고 대답해야 했다. 그를 이해하고 동정하는 순간, 시아가 그에게 요청해야 할 도움이 이기적인 욕심이 되어 버릴 테니까.

'있잖아, 사실 나도 정의가 뭔지 몰라. 그럼에도 정의를 주장하며 너를 비판했던 것은, 그래야만 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정당해지기 때문이야. 이런 내가 이기적인 것을 알아. 어쩌면 너에게는 내가 더 잔인하게 비칠지도 모르지.'

"너는 잔인해."

정말 정말 미안하지만, 너는 잔인해야만 한다.

- 22. 하츠의 경고 中 -

 

"내 곁에 있어 준다고, 약속하겠다고, 그렇게 말하지 말아 줘."

그만큼 겪고서도, 겨우 그 정도 말에 흔들리는 자신이 비참하니까. 반복되는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얄팍한 가능성에 설레서 허덕이는 과정이 괴로우니까. 더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리디아는 지쳤던 것이다.

"정원사의 말도 거짓말은 아니었어. 단지 그 순간엔 진심이었던 마음이 변한 것뿐이야."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

"언니, 상황이 진심을 바꿔."

(중략)

"너를 처음 본 날, 나는 변하는 너를 보고 겁을 먹었어. 괴물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오늘, 나는 변하는 너를 안아 주었지. 더는 네가 괴물처럼 보이지 않았거든. 그냥 아파 보였어."

시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순서가 바뀌었어. 진심이 상황을 바꾸는 거야."

- 25. 리디아의 일기장(2) 中 -

 

"나는 내 발이 잘려 나갔을 때 이미 죽었어. 그리고 거미줄을 뽑으며 거미의 몸으로 춤을 추고 있는 지금도, 나는 계속해서 죽어 가고 있는 거야."

날 선 목소리가 딱딱하게 되뇌었다. 발이 잘린 발레리나가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너는 행복한 거야. 이곳에 온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사지가 멀쩡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잖아. 그런데 지금 너를 봐. 너는 도리어 우울해하고만 있지. 하긴, 가진 것이 많을수록 행복함과 감사함에 무뎌지기 마련이니까."

붉은 입술이 고혹적으로 올라갔다.

"잃어봐야 비로소 감사함을 배울 수 있지. 그것이 없는 자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강점이야. 그러니까 잘 들어. 이제부터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줄거야. 감사함이 무엇인지를......"

- 27. 거미 여인과의 조우 中 -

 

낯선 이름을 처음으로 어색하게 불러 보던 밤,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순수했던가. 잠 못 이루는 침대 위에서 이름을 끊임없이 속삭이던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진실했던가.

"매일 수십 번을 기도해. 죽을 때까지 춤추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무대의 중앙을 차지하지 않아도, 스포트라이트와 박수와 꽃을 받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아무도 없는 허름하고 조그만 다락방에서도 난 행복할 테니까. 그저 춤을 출 수 있게만 해 달라고."

(중략)

"진정한 절망을 가슴속에 품고 사는 자들은 신을 믿을 수밖에 없어. 그런데 그 절망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거나 희망이 미약하게나마 보인다면?"

아카시아 양이 웃었다.

"신? 그건 단지 그냥 몽상가의 개가 되어 버리는 거야."

- 31. 아카시아 양의 마지막 공연 中 -

 

 

<마무리>

협박을 당하면서도 쥬드와 히로의 도움을 거절하지 못 하는 시아의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함이 이해가 갔다.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서로를 속고 속이는 세계에서 의지할 존재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된다. 해결해주지 못해도 함께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는게 사람의 힘이 아닐까. 동화 같으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인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각 인물들의 과거가 섬세하게 설정되어 있고 그 삶을 바탕으로 시행착오와 도전을 반복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이 '사이다'를 터트리며 이야기가 스피디하게 진행되기를 바라지만 기괴한 레스토랑 속 시아는 주인공이 아닌 이방인에 불과하다. 그녀는 요괴들을 이해할 수 없고 두려워한다. 어쩌면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부딪힌다는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 아닐까.

 

2권에서는 리디아와 거미 여인, 톰 등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다양한 인물들 간의 관계도가 그려졌다. 레스토랑에 모인 요괴들은 서로의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특히 거미 여인 아카시아와 톰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을 제거한 결과 자기 자신에게 더 가혹해진 아카시아와 그녀에게서 분리된 욕망 톰. 둘은 동시에 하나이면서 분리된 존재들이다. 톰은 아카시아 그 자체이기에 서로의 인정을 아무리 갈구해도 채워지지 않고 관계의 끝은 파멸밖에 남지 않는다. 이 에피소드는 욕심과 욕망의 끝은 없다는 것을 슬프고 소름끼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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