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판타지 소설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총 3권으로 내용도 양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읽기 좋았던 소설입니다.
큰 감동이나 울림이 있진 않았지만 잔잔하게 보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책소개>
저서 : 기괴한 레스토랑1. 정원사의 선물
저자 : 김민정
발행일 : 2021.09.17
페이지 : 381p
등장인물 : 시아, 루이, 하츠, 쥬드, 히로, 야콥, 해돈 등
<줄거리>
이사를 앞둔 시아는 차 안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던 중 오묘한 오드아이의 고양이(루이)를 발견하고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요괴들의 세상에 가게 된 시아는 요괴 레스토랑 주인인 해돈의 치료를 위해 자신의 심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해돈과의 협상을 통해 레스토랑 일을 도우며 또 다른 치료약을 찾는 조건으로 한 달의 유예기간을 얻는다.
시아는 지하실에 사는 레스토랑의 마녀 야콥, 그녀의 일을 돕는 쥬드와 함께 지하실에서 지내게 된다. 밀가루의 방, 술의 방, 사육실 등을 거치면서 레스토랑에 적응해 가던 시아는 야콥을 통해 모두가 무서워하는 '하츠'에 대해 듣게 된다. 하츠는 자신을 악마로부터 벗어나게해줄 수 있는 해돈의 도움을 얻기 위해 해돈의 병을 치료하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시아의 심장을 필요로 한다.
치료약을 찾던 시아는 정원사의 도움으로 약초를 받아 연구를 시작한다. 하츠는 악마 톰의 보증으로 해돈과 한 달 간의 계약을 한 시아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그는 시아에게 아주 어려운 일을 시키고 그 일을 실패하게 함으로써 계약의 종료와 동시에 시아의 심장을 해돈에게 바치고자 한다. 하지만 시아는 쥬드의 도움으로 하츠의 첫 번째 지시, '레스토랑의 레시피 문서 가져오기'를 성공적으로 마친다. 심장을 가져가지 못하게 된 하츠는 해돈의 명에 따라 다시 여왕에게 뇌물을 바치러 가게 된다.
<목차>
프롤로그
1. 앨리스의 동굴
2. 밀가루의 방
3. 눈물로 만든 술
4. 야콥의 지하실
5. 밝혀진 리디아의 정체
6. 수정 구슬의 비밀
7. 차의 방
8. 야콥의 이야기
9. 하츠와의 만남
10. 폭설 속의 하루
11. 환상
12. 정원사의 선물
13. 탈출
14. 여왕의 성
<명대사&구절>
"......그렇게 비참하게 살아가면서, 어떻게 그 모든 짐을 견뎌 내는 거죠?"
고민 끝에 시아는 대답 대신 또 다른 질문으로 받아쳤다. 그녀의 질문에 술꾼은 웃으면서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게 내 삶이 지치고 괴로울수록, 과거를 다시 보며 생각하는거지. 지금 이렇게 힘든 시간도 언젠가는 그저 수많은 과거의 한 조각으로 박혀버릴 거라고. 그리고 그 조각은 점점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흐물흐물해져, 나중에는 완전히 녹아 버리겠지."
말을 마친 술꾼은 다시 술을 들이켰다. 한편 시아는 술꾼이 한 말을 머릿속으로 다시 곰곰이 곱씹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의 과거 때문에 울고, 또 그 과거를 생각해 보며 위로를 받는다는 거네요."
- 3. 눈물로 만든 술 中 -
"난 어두운 게 좋아."
리디아의 목소리는 맑고 부드러웠다. 리디아는 여전히 시선을 시아에게 고정한 채, 머뭇머뭇 말을 이었다.
"어둠은 다른 시선들을 가려줘."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시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둠은 네가 싫어하는 것들만 가려 주는 것이 아니야. 네가 보고 싶어하는 것들까지도 모조리 가려 버려. 그럼 그건 어떡해?"
- 5. 밝혀진 리디아의 정체 中 -
"아아, 호기심 가득한 그 깨끗한 눈빛이 너무나도 귀엽구나. 그래, 요괴한테서는 그런 눈빛을 찾아볼 수 없지. 암, 그렇고말고. 우리는 태어나서 첫 숨을 내뱉는 순간부터 이보다도 더 기괴한 현상들을 보고 자라나니까."
아침 안개를 흐트러뜨리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였다. 부인의 목소리는 기다란 파이프 안에서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이 아름다운 고음으로 울려퍼지며 시아의 귀를 감쌌다.
"그러나 겨우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되지.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더욱더 놀랍고, 더욱더 잔혹한 것들이 전쟁터의 시체처럼 깔리고 깔렸으니까.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놀라면, 너도 결국 그 널린 시체들 중 하나가 되어 차갑게 썩어 가겠지."
- 6. 수정구슬의 비밀 中 -
"안녕."
바람을 타고 들어온 것은 까만 날개를 거칠게 펄럭이며 공중에 떠 있는 소년이었다. 시아가 뒷걸음질을 칠 새도 없이 소년의 손이 내려와 시아의 고개를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시아의 손에서 커튼이 힘없이 흘러내렸다. 허무한 공기만을 그러쥔 손이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으로 향했다. 야콥이 시아에게 총을 쥐여 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작고...... 나약한......"
시아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는 말이 꼭 시아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네가...... 그...... 인간이구나."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언제나......
"나는 하츠라고 해."
불행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었다.
- 9. 하츠와의 만남 中 -
다시 뒤를 돌아 시아를 마주 본 하츠의 입꼬리는 오싹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가 한 손으로 총을 흔들어 보였다.
"이건, 너도 필요하다면 누군가를 죽일 의지가 있었다는 뜻이 되겠네?"
'적어도 사람을 죽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야.'
당당하게 내뱉은 말이 시아 자신의 머릿속에 갇혀 우스꽝스러운 메아리를 만들었다. 시아의 얼굴이 빨개졌다.(중략)
"사람은 자신이 감춰 버린 본성을 다른 사람이 드러내면, 그 사람을 비판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만족감을 얻지."
'나는 지금 도움을 구걸하는게 아니야. 정의를 말하고 있는 거야."
아까 전 하츠에게 확신에 차서 말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근데 그건 정의가 아니야."
- 10. 폭설 속의 하루 中 -
"나는 이미 이 정원의 일부인걸요."
시아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아, 불쌍한 정원사.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 정원의 나뭇가지들과 잎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녀의 몸통은 정원의 나무였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도 곧 이 정원의 일부라는 의미였다.
"나는 여기서 평생을 이 정원을 위해 일해야 해요. 정원을 위해 나 자신을 망쳐 가면서......"
정원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젠가 시체가 되어도 또다시 정원의 일부로 피어나겠죠. 이 성에서 일하는 요괴들은 모두 그래요. 모두 자신의 일을 위해 자신은 살아 움직이는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거죠."
정원사가 소리 없이 웃었다.
"모두 평생을 시간 감각 없이, 외부와의 소통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돌고 돌아 같은 일만 반복하며 기계처럼 일하다가, 시체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 레스토랑에서 나갈 수 있겠지요.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는 노동의 저주에 굴복하면서, 그래도 살아가기에 이곳 만한 곳은 없다고 자위하면서......"
- 12. 정원사의 선물 中 -
"네 생각엔 이 약초들이 나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담요, 친구, 불빛. 포근한 이 세 가지만으로도 시아의 내면은 금세 따뜻하게 데워지고 풍성해졌다. 이제 남은 건 희망뿐이었다.
"글쎄, 결말을 모르니까 희망도 가져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희망은 확신할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었다. 모순적이게도 불안감과 희망은 언제나 함께하는 친구였다. 저녁 공기가 찼다. 시아는 이불을 더욱 꼭 여몄다. 반딧불이 불빛이 새까만 지하실 안을 미미하게 비추었다. 빛에 닿기까지 걷잡을 수 없는 어둠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자 시아는 기분이 조금 울적해졌다.
- 13. 탈출 中 -
<마무리>
기괴한 레스토랑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요괴들의 세계는 기묘하고 잔인한 동화 같았다. 하지만 요괴들의 세계에도 각자의 사정과 슬픔이 있고 그렇게 다들 레스토랑에 들어오게 됐다는 걸 은연 중에 서술함으로써, 뒤를 잇는 2,3권에서 풀어질 요괴들의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주 등장인물의 연령이 10대로 설정되어 있어 감정선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고 레스토랑에서 지내는 동안 시아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다양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려 노력한 것이 보였으나 각 캐릭터의 외형이 아닌 가치관, 성격, 서사적인 측면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세계관에 대한 묘사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많이 가져온 것 같았고 하츠와 야콥에 대한 묘사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생각나는 외형이었다.
문득문득 시아의 감상보다 요괴들의 말에 공감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기괴하기만 한 요괴들의 레스토랑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은게 아닐까 싶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시절에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섣부르게 발 딛은 사회는 화려하면서도 차갑고 무섭게만 느껴졌다. 지금까지 생각조차 못 해본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나도 몰랐던 나의 편견을 알게 됐고 아직 내가 어리다는 사실을 매순간 자각하게 된다. 시아의 결말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요괴들의 레스토랑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에 동질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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