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표지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고르게 됐던 책입니다.
설레는 일이 없다는 제목도, 표정 없는 버스 안 사람들의 얼굴도 모두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그 자체였으니까요.
<책소개>
저서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저자 : 쓰무라 기쿠코
발행일 : 2017.10.31
페이지 : 248p
등장인물 : 사토 시게노부, 모테기 부장, 시바노, 유카와 사나미 등
사토 나카코, 다카시, 도미타, 셋짱, 사에 등
사카마키, 시카타, 시기노 등
<줄거리>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건축 회사의 사토 시게노부와 디자인 회사의 사토 나카코는 시게노부의 회사 홍보물 제작을 위해 오사카에서 미팅을 한 이후 헤어진다. 이름도 생년월일도 같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한 그들은 이후 자신들의 일상을 보낸다.
시게노부는 오사카 출장을 끝내고 다시 도쿄로 돌아갔지만 결국 다시 오사카로 장기 파견을 나오게 된다. 현장 작업을 관리하던 중 진상의 민원 전화에 시달리기도 하고 맛있는 식당을 발견해 단골이 되기도 하고, 이삿짐을 풀지 않은 채 새해를 맞이하기도 한다. 나카코는 다카코와 헤어진 후의 일상에 적응하며 갑자기 자신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회사의 동료에 대해 고민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새해 맞이 대청소를 한다.
그리고 신년 연휴가 끝난 1월 4일, 사토의 생일, 그들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 오노우에씨의 부재
동기인 사카마키와 시카타는 그들의 사수였던 오노우에가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한다. 사유는 오노우에 씨가 최근 아이가 태어난 이후 휴가를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학벌 중심의 회사에서 몇 안 되는 실력을 갖추고 정당하게 업무를 배울 수 있었던 선배였던만큼 사카마키는 충격을 받는다. 이후 사카마키와 시카타는 총무부 소속 시기노와 함께 오노우에 씨의 향후 처우에 대해 추측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갖게 된다.
결국 오노우에는 회사를 떠나게 되고 셋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받아들인다.
<명대사&구절>
피클병을 열면서 구텐모르겐, 하고 중얼거린다. 영어로 굿모닝이다. 마가린이 잘 녹지 않아 군데군데가 맨 빵인 토스트를 베어 물면서, 완전히 현실도피 같다고 생각한다. 아침이 좋을 리가 없다. 구텐모르겐도 굿모닝도, 아마 누군가가 자신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 아침이라는 잔혹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中 22page -
가능하면 계속 집에서 자고 싶다. 약속이 없어도 휴일은 길었으면 한다. (중략)
사실 세상에는 며칠을 다퉈가며 해야 할 만큼 급한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좀 더 쉬게 해달라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인내심이 대단하네. 순간 감탄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이 화내는 것을 귀찮아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루 이틀 더 쉬겠다고 회사와 싸우느니, 출근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中 49page -
시게노부는 크게 하품을 하고 눈을 감는다. 차갑다고 느꼈던 바람이 조금 기분 좋게 느껴진다.
나라고 하는 신체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 삼십이 년, 다시는 처음처럼 깨끗해질 순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그래도 삼십이 년이나 움직여왔다는 사실이 안타까움도 아니고 감탄도 아닌, 그저 신기함으로 느껴졌다.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中 62page -
시게노부는 이미 회사 업무에서 자신을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위에서부터 쏟아지는 공격을 슬렁슬렁 피하면서 80% 정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양까지만 받고 있다. 내려오는 업무를 성실하게 전부 받았다면 당연히 견딜 수 없었겠다고 다카기를 동정할 정도로 일은 끊임없이 내려왔다.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中 86page -
서른두 살인 여자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 위해 성이 같았던 디자인 회사의 사토 씨를 떠올린다. 그 사람은 같은 나이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뭐랄까, 자신과 비슷한 정도의 피로가 축적되어 있고, 비슷한 정도로 요령이 생겼을 거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中 119page -
사토 씨는 지쳐 있는 모습이었다. 삼십 년 이상 조금씩 쌓아온 업을 씻어내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은 듯한, 하지만 그 사실에 필요 이상으로 발버둥치지도 않는 듯한 모습.
그에게 오늘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멍하니 생각했다. 다카시에게 했던 것처럼 공감과 위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차근차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계라고 생각하고 주저앉았지만, 음악을 듣는 정도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값싼 육체라는 것도.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中 131page -
자신과 다카시는 도미타 씨를 본받아야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카코와 다카시는 그녀와 정반대였다. 바깥 세계에서 자신을 좋게 보이기 위해, 둘의 세계에 아픔을 가지고 들어와 관계를 해쳤던 것이다. 도미타 씨가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어디서 누구에게 마음의 폐기물을 버리는 것이 좋은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 설레는 일, 그런거 없습니다 中 151page -
사카마키는 커피를 내리면서 자신보다 힘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치사하지만 뭔가 위로가 되는 것을 느꼈다.
- 오노우에 씨의 부재 中 210page -
나도 휴가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나도 나름대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위쪽 인간들이 약점을 이용한다면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아슬아슬한 선까지 할겁니다.
그리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전하고 싶었다. (중략)
후배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오노우에 씨가 없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라 손이 멈췄다. 사카마키의 마음속에서 그의 부재는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몸 전체를 뒤덮듯 퍼져갔다. 사카마키는 그 안개를 걷어내려고도 하지 않은 채 일을 계속했다.
"제가 말도 안 되는 거지같은 실수를 저질러서, 하지만 그쪽도 거지같아요. 하지만 저도. 아아, 어떡하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진정해."
샤프를 쥔 채 자신을 탓하는 후배에게, 사카마키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무언가가 자신에게 전염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무조건 기쁘다고는 할 수 없는 성가시고 책임감이 따르는 것이었지만, 자신은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사실을 조용히 깨달았다.
- 오노우에 씨의 부재 中 235page -
<마무리>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일까. 요즘 드는 생각들을 글로 읽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됐다. 특별히 재밌는 에피소드나 반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잔잔하면서도 씁쓸하게 웃을 수 있는 구절이 많은 책이었다.
인생에 한 번쯤은 루즈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시기가 오기 마련인것 같다. 사람마다 그 시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보통은 정신없이 학교 시험이며 학원, 친구들과 복작대던 청소년기를 벗어나 20대의 자유와 불안을 만끽한다. 그리고 빠르든 늦든 30대에 접어들 즈음이면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쟁 속에 살아온 이들은 멈추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열심히 달려온 우리는 언젠가 노력의 결실이 있는 도착지에 도착할 거라고 믿는다. 행복하고 평온한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영화 속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무언가 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완벽한 휴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깨닫게 된다. 오히려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가 산발적으로 튀어나온다. 학생 때는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달리는 경주마 같았다. 정해진 트랙 위를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 접한 사회는 온갖 장애물이 도처에 널려 있고 사방이 뚫려 있어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눈 가리개를 벗고 무수한 길이 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겁이 난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익숙한 길, 쉬운 길을 찾기 시작한다.
이렇듯 나의 길을 결정하고 나면 초반엔 안도감과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이 시기가 길어지면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은 내일같은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나는 시간에 무뎌지는걸 인정하기가 처음엔 두려웠다. 도태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는 열정이나 도전의식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선택임을 안다.
처음엔 저 멀리 보이는 다른 사람을 따라잡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는 올바른 방향도, 궁극적인 목표도 없다. 어쩌면 내가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선망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아가거나 물러서거나 혹은 그대로 있는 것 모두 존중 받아야 할 각자의 선택이다. 부디 함부로 평가하지도 말고 평가받지도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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