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몰입도가 높은 추리소설이라는 얘기에 선택한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웠어요.
물론 전개도 매끄럽고 반전도 신선했지만 책의 소재와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계속 불편함을 줬습니다.
밝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껜 추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스포 방지를 위해 줄거리에 반전의 진실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책소개>
저서 : 홍학의 자리
저자 : 정해연
발행일 : 2021-07-26
페이지 : 336p
등장인물 : 김준후, 채다현,
강치수, 박인재, 황권중, 조미란, 정은성, 권영주
<줄거리>
고등학교 교사인 45세 김준후는 아내와의 불화로 집에서 먼 지역으로 전근을 나와 있다. 전근을 온 은파고등학교에서 제자인 채다현과 외도를 하게 되는데, 야간의 교실에서 정사를 한 후 수위를 따돌리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채다현의 죽음을 목격한다. 칼에 찔린 채 목을 매달고 죽어 있는 다현을 발견한 준후는 자신과의 관계가 들킬 것을 우려해 시체를 유기하기로 한다. 시체를 빼돌려 삼은호수에 유기하고 시체를 발견한지 3일이 지난 날 담임교사로서 실종신고를 한다. 이때 준후의 와이프인 영주가 남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집을 찾아온다.
실종신고 이후 삼은호수에서 다현의 시체가 발견되고 담당형사인 강치수와 박인재는 집중적으로 은파고를 수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교무부장 조미란 선생의 아들 진은성과 다현의 관계를 알게 된다. 다현의 엄마는 사기죄로 구속되어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 피해자 중 한 명인 다현의 소꿉친구 진은성의 아빠 또한 사기를 당한 후 자살을 한다. 이 사기 때문에 진은성의 가족은 힘든 삶을 살게 된다. 이후 진은성은 채다현을 괴롭히거나 돈을 갈취해 왔는데, 채다현과 함께 발견된 칼이 진은성의 소유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조미란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증거를 갖고 있다고 김준후를 협박하는 수위 황권중을 약물로 살해한다. 황권중에게 협박을 받고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던 김준후는 황권중이 차 안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 그대로 도망친다.
황권중 살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김준후는 영주와 다현이 만났었다는 형사의 얘기에 영주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주의 차를 빌려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영주와 다현이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안 준후는 영주의 캐리어를 뒤지다가 다현의 홍학 사진을 발견한다. 급히 학교로 돌아간 김준후는 조미란이 황권중 살해 용의자로 구속되는 것을 본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은성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조미란은 황권중 살해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한다. 조미란 덕분에 김준후 선생이 황권중에게 협박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형사는 김준후를 압수수색하려 한다. 하지만 김준후는 이미 영주를 속이고 집을 비운 뒤 출국을 준비 중이었고, 강치수는 출국금지를 신청하며 공항에서 김준후를 긴급체포하는데 성공한다.
<명대사&구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의 품에는 항상 다현이 있었다. 작은 몸을 바르작거리며 준후가 몸을 탐할 때마다 쿡쿡거리며 웃었다. 준후는 다현의 품 안에서 자유로웠다. 어떤 윤리도 그를 저지하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이 행복이 영원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런 끝맺음을 상상한 적도 없었다.
- 프롤로그 中 -
젊은 여성이 아기를 안고 있는 계곡의 사진, 아름드리나무 앞에서 노인이 무심하게 어딘가를 쳐다보는 사진, 꽃 앞에서 찍은 사진, 동물원 사진. 거의 모든 사진에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열 살가량으로 보이는 사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그들의 행복은 거기서 멈춘 것 같았다.
- 4장 中 -
- 이혼해요, 선생님. 그리고 나랑 살자.
다현답지 않은 말이었다. 전에는 준후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아내인 영주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이혼은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다현에게 가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인 영주나 그동안 모아온 알량한 재산은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었지만 교사라는 자리나 자신의 명예, 혹은 인생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 15장 中 -
"난 당신을 잘 알아요."
영주가 준후를 따라 벌떡 일어섰다. 준후는 말끄러미 그녀를 보았다. 다현도 그랬다. 선생님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왜 '안다는 것'에 그렇게들 집착하는 걸까. 자신을 가장 잘 안다던 다현은 알까? 다현의 죽음에 자신이 그렇게 슬프지 않다는 것을.
- 17장 中 -
"지금 형사들이 김준후 씨 자택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형사들은 김준후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집요해요."
(중략) 청소를 해도 증거는 희생자의 한처럼 그곳에 붙어 있다.
- 20장 中 -
다현의 엄마는 문제를 일으키고 자살하는 순간까지 자식을 걱정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기대던 할머니는 죽었다. 사랑하는 남자는 자신을 버거워했다. 그 남자의 아내는 다현을 모욕하고 저주하고 때렸다. 오랜 친구를 잃었다. 사기 사건의 피해자인 조미란이 학교에서 다현과 마주칠 때마다 어떤 시선을 보냈을지는 뻔했다.
그중 한 사람만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 21장 中 -
<마무리>
흡입력과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는 평을 듣고 이 소설을 선택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결말이었다. 특히 1인칭 서술의 주인공인 김준후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껄끄러웠다. 자기 합리화와 자신의 사회적 체면만을 위한 사고방식으로 점철된 서술을 읽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정신이 혼탁해졌다.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김준후는 진범을 추리하고 자신이 빠져나갈 길을 계속 모색한다. 그러면서 점점 초반의 여유로운 모습이나 가식은 사라지고 본심을 직접적으로 서술하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공격적이고 타인을 무시하는 성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인정을 갈구하는 다현과 영주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대하는데, 정작 자신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사회적 명예에 대한 집착) 등 모순적인 면모를 보여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해의 대상이 가까운 한 명인 것과 불특정 다수라는 것엔 차이가 있지만 우리 모두 누군가의 인정을 욕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 사건의 발단조차 제자와의 불건전한 만남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시체를 유기한 것이니 말이다. (애초에 의지할 곳 없는 미성년의 제자와 관계를 시작한 것부터 재활용 불가다.)
형사들과 각 인물들의 입장에서 보는 사건 수사의 과정이 답답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확실히 책의 몰입도는 높았다. 하지만 다음 장이 기대되는 두근거림이 아닌, 범인이 누군데 싶은 짜증과 김준후의 범행이 드러나길 바라는 신경질적인 집착에 가까웠다. 물론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취향 탓일 수도 있겠으나 취향을 감안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할 책은 아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숨겨야 할 진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한 명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다수의 삶이 진창을 구르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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