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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 줄거리 & 명대사

by 책 읽는 꿀벌 2024. 4. 18.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나폴리 4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었습니다.

친구라는 존재는 어떤 때는 가족보다도 더 가깝고 의지되는 든든한 존재이면서도, 때론 넘어서고 싶은 라이벌이나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서로에게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과 그들의 성장통이 무엇보다 공감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어쩌면 릴라와 레누의 나폴리 4부작은 요즘 세대에 걸맞는 새로운 '작은 아씨들'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책소개>

저서 : 나의 눈부신 친구
저자 : 엘레나 페란테
발행일 : 2016-07-07
페이지 : 456


등장인물 

체룰로 집안 : 라파엘라 체룰로(리나, 릴라), 페르난도 체룰로, 눈치아 체룰로, 리노 체룰로, 동생들

그레코 집안 : 엘레나 그레코(레누차, 레누), 아버지, 어머니, 페페, 잔니, 엘리사

카라치 집안 : 돈 아킬레 카라치, 마리아 카라치, 스테파노 카라치, 피투차 카라치, 알폰소 카라치

펠루소 집안 : 알프레도 펠루소, 주세피나 펠루소, 파스콸레 펠루소, 카르멜라 펠루소(카르멘)

카푸초 집안 : 멜리나 카푸초, 남편, 안토니오 카푸초, 아다 카푸초, 동생들

사라토레 집안 : 도나토 사라토레, 리디아 사라토레, 니노 사라토레, 마리사 사라토레, 동생들

스칸노 집안 : 니콜라 스칸노, 아순타 스칸노, 엔초 스칸노, 동생들

솔라라 집안 : 실비오 솔라라, 마누엘라 솔라라, 마르첼로 솔라라, 미켈레 솔라라

스파뉴올로 집안 : 스파뉴올로, 로사 스파뉴올로, 질리올라 스파뉴올로, 동생들

그 외 : 올리비에로, 페라로, 제라체, 갈리아니, 지노, 넬라 인카르도

 

 

 

<줄거리>

프롤로그 - 흔적 지우기

엘레나는 릴라의 아들 리노의 연락을 받고 릴라의 실종 소식을 알게 된다. 증발하듯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하던 릴라였지만 작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66년의 인생을 모두 지워낸 릴라가 괘씸해진 엘레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유년기 - 돈 아킬레 이야기

릴라는 어렸을 때부터 나쁜 아이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무서워 하던 돈 아킬레를 찾아갈 정도로 용감한 아이이기도 했다. 초등학교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내며 윗학급 학생들과의 경쟁에서도 지지 않는다. 나는 레누를 동경하고 그 열정에 종속됨에 매료를 느낀다. 돈 아킬레의 집에 찾아가 받은 돈으로 '작은 아씨들'을 산 나와 릴라는 글을 써서 부자가 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릴라는 '푸른 요정'이라는 책을 써서 보여주기도 한다.

초등학교의 졸업을 앞두고 릴라는 또 한 번 과감한 일을 제안한다. 둘은 학교를 빠지고 처음으로 마을을 벗어나 바닷가로 향한다. 처음에는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설레고 즐거웠던 여정은, 하염없이 걷다 지치고 도중에 비까지 오기 시작하자 끝이 났다. 나는 어머니께 크게 혼났지만 중학교 진급을 위한 라틴어 과외는 계속 들을 수 있었다. 반면 릴라는 중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는 부모님에 대항하다 팔이 부러지고 만다.

이후 돈 아킬레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알프레도 펠루소가 구속되면서 나의 유년기는 끝난다.


사춘기 - 구두 이야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릴라와 달리 레누는 중학교 진급에 성공한다. 나는 생리를 시작하고 카르멘과 학교를 다니며 릴라와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혼자 하는 것에 열의를 못 느낀 나는 성적도 하락해 낙제를 하고만다. 하지만 릴라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라틴어를 독학하고 레누에게도 알려준다. 덕분에 나의 성적은 다시 상위권을 찾는다. 릴라는 구두 수선공인 아버지를 따라 일을 배우면서 새로운 구두를 디자인하는 것에 열의를 불태운다. 릴라에게 부자가 되는 길은 구두공장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쌓은 솔라라 집안의 형제는 밀레첸토를 타고 마을을 다니며 여자 아이들을 희롱했다. 하지만 릴라는 레누에게 손대는 마르첼로를 칼로 위협해 쫓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마을을 벗어나 도시를 다니는 법을 익힌다.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릴라가 그리스어와 영어를 자신보다 능숙하게 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1958년 12월 31일 자정, 마을의 아이들은 폭죽을 터트리고 신년을 맞이하기 위해 스테파노의 집에 초대된다. 이때 릴라는 경계의 해체를 처음 경험한다. 이후 릴라는 구두 제작에도 의욕을 잃고 리노의 집념을 걱정한다. 마르첼로의 구애도 거절하고 더이상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지도 않는다. 나는 올리비에로 선생님의 도움으로 방학동안 선생님의 친척이 있는 이스키아 섬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넬라 아주머니를 도와 휴가를 보내던 중 사라토레 가족을 만난다. 나는 다시 만난 니노에게 사랑에 빠지고 행복한 휴가를 보내던 도중 릴라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릴라의 작문실력에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마르첼로의 끈질긴 구혼에 고통받는 릴라에 대해 생각한다. 이때 니노의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에게 희롱을 당하고 밤중에 급히 나폴리로 돌아온다.

릴라는 마르첼로를 거절하기 위해 레누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의 계획 끝에 돈 아킬레의 아들인 스테파노 카라치와 약혼한다. 스테파노는 릴라와 리노가 만든 구두를 구매하고 체룰로 구두 산업에 투자한다. 릴라와 스테파노의 성대한 결혼식이 끝나가던 무렵 릴라와 리노의 구두를 신은 마르첼로가 등장하며 사춘기는 끝이 난다.

 

 

<명대사&구절>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 유년기 5장 中 -

 

그녀는 긴 얼굴에 관자놀이가 좁았는데 그 기다란 얼굴은 보통 칠흑같이 까만 생머리 뒤에 가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알폰소와 엔초를 이기기로 마음먹은 순간 그녀는 성스러운 여전사처럼 빛났다. 온몸에서 발산되는 열기로 두 뺨에 홍조를 띤 릴라를 보며 나는 그녀가 나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모든 면에서 2등이었던 셈이다. 나는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랐다.

- 유년기 9장 中 -

 

1958년 12월 31일 릴라는 처음으로 경계의 해체를 경험한다. (중략)

움직이는 모든 육체와 그 육체를 구성하는 골격, 그것들을 사로잡은 광기에 대해서 혐오감이 느껴졌다. '볼품없는 존재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보잘것없는 존재들이다. 떡 벌어진 어깨며 팔, 다리, 귀, 코, 눈이 어두운 하늘 먼 곳에서 땅으로 추락한 괴물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신체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졌다. 

- 사춘기 1장 中 -

 

릴라는 조심스럽게 내게 고등학교에 대해서 물었다. 나는 얼마 되지 않는 지식을 한껏 과장해서 얘기했다. 릴라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외지에서 일어나는 내 모험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게 하고 싶었다. 내가 그녀의 많은 것을 놓치게 될까봐 두려워하듯이 그녀도 나에 대해서 뭐라도 놓치게 될까봐 조금은 두려워하기를 바랐다.

- 사춘기 13장 中 -

 

릴라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네에 있는 모든 것이, 돌멩이 하나에서부터 나무 한 조각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존재했지만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성장해온 것이라고.

우리뿐만이 아니다. 릴라의 아버지도 마치 예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양 행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나의 어머니도, 나의 아버지도, 리노마저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 사춘기 18장 中 -

 

편지에는 아직도 『푸른 요정』을 썼고, 혼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하고, 페라로 선생님의 도서관에 있는 책의 절반은 읽어치우고, 구둣방에 액자로 걸어놓은 신발 그림을 그렸던 소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상 속에서는 그때의 릴라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예민하고 공격적인 '릴라 체룰로'의 형상이 망가져버린 것 같았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동네에 살고, 함께 유년기를 보냈고, 함께 열다섯 살이 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 사춘기 44장 中 -

 

"너 참 잘하는구나. 언제나 만점을 받을 만해."

릴라의 목소리에 빈정거림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순수한 칭찬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냉정하게 말했다.

"이제 다시는 네가 쓴 글을 읽고 싶지 않아."

"왜?"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를 아프게 하니까."

릴라는 이렇게 말하며 머리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 사춘기 53장 中 -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넌 공부를 계속하도록 해."

"2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해. 그러면 끝이지."

"아니. 절대로 멈추지마 필요한 돈은 내가 줄게. 넌 항상 공부해야 해."

나는 조그맣게 웃어 보인 후 릴라에게 말했다.

"고마워 하지만 언젠가는 학교 공부를 마칠 수밖에 없어."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 사춘기 57장 中 -

 

천민이 무엇인지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천민이었다. 음식과 와인을 둘러싼 다툼, 더 빨리 음식을 제공받고 더 나은 서비스를 해달라고 벌이는 싸움, 웨이터들이 분주히 오가는 더러운 바닥, 시간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저속한 건배사야말로 비천한 것이었다. 포도주에 취해 금속공예품 상인의 음담패설을 진지하게 듣다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아버지와 그 어깨에 몸을 기대고 있는 어머니도 천민이었다.

모두들 웃고 있었다. 릴라까지도.

- 사춘기 62장 中 -

 

 

<마무리>

이 책의 작가인 엘레나 페란테와 작중 주인공인 엘레나 그레코의 이름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삶이 알려지지 않아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개방적이면서도 보수적인 나폴리 4부작의 이야기는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보편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여성 인권이 바닥을 치고 가부장적인 사상이 만연하던 시대상을 읽으며 불편한 부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릴라와 레누가 자신의 삶을 확립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읽다 보면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고 싶어진다. 레누의 번뇌와 릴라가 현실과 분투하는 모습은 각자의 방식으로 악착같이 살아남고 있다는 인상을 전한다. 또한 마을 사람들의 복합적인 관계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불완전하고 어딘가 비틀려 있는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런 결핍을 어떻게 다스리고 극복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이 결핍이 그들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 바라보는 것은 스스로 내면의 결핍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1950년대 나폴리, 혼돈과 가난이 역동하고 마피아와 고리대금업자가 마을의 권력을 암암리에 차지하고 있던 시대이다. 

1권에서는 세습되는 가난으로부터의 탈피와 시간이 지남에 따른 부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유년기의 돈 아킬레와 사춘기의 구두 이야기 모두 경제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릴라와 레누의 꿈을 담고 있다. 그 구두를 부의 착취자인 마르첼로 솔라라가 결혼식장에 신고 오는 장면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이 굴레는 나폴리 4부작에 전반적으로 녹아 있어 우울함을 주기도 하지만, 담담하게 시대상을 잘 풀어냈다는 점이 좋았다.)

 

릴라와 레누의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레누의 시점에서 묘사 되는 릴라는 유년시절부터 영악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존재로, 평범한 자신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 난폭한 비범함에 매료되어 자신과 특별한 유대를 맺기를,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며 동경과 질투의 감정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에 수혜를 받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릴라가 아닌 레누다. 레누는 릴라로부터 자극과 영감을 받고 끈기 있게 학업에 매진해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쟁취한다. 또한 1권의 막바지에 릴라가 레누를 "눈부신 친구"라고 묘사하는 부분은 친구에게 느끼는 박탈감이 레누만의 몫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서로에게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투영하는 릴라와 레누의 관계는 '친구'라는 한 마디로만 정의하긴 어렵다. 그들이 서로에게 갖는 감정 또한 애정, 동경, 응원과 같은 밝은 면 뒤에 멸시, 질투와 같은 어두운 일면이 공존한다. 혼재된 감정 속에서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추측해보며 2권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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