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파견자들 - 김초엽 / 줄거리 & 명대사

by 책 읽는 꿀벌 2024. 3. 19.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아련한 감정이 들곤 합니다.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들추면서도 공감 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파견자들 또한 그랬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혐오라는 감정을 무기로 휘두르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책소개>

저서 : 파견자들
저자 : 김초엽
발행일 : 2023-10
페이지 : 432p
등장인물 : 정태린, 이제프 파로딘, 선오, 자스완,

                마일라, 네샤트, 히로모, 스벤 등

 

 

 

<줄거리>

우리는 인류를 위해 일한다. 우리는 진실과 지식의 수호자로서 지상을 되찾기 위해 떠난다. 우리는 정직하고 명예롭게 행동하며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맹세한다. 우리는 우리 임무의 중요성과 눈앞에 놓인 위험을 직시한다. 우리는 최후의 방어선이며 어떤 역경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인류의 안전과 안녕을 우리 자신보다 먼저 생각한다. (생략)

- 파견자 선언문 中 -

 

[ 1부 ]

지구는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범람체)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하고,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찬 지상 세계를 피해 사람들은 지하 도시에 숨어 반쪽짜리 삶을 이어간다. 이들 중 파견자로 임명된 자들은 지상을 조사하고 돌아오는 임무를 수행한다.

태린은 스승이자 보호자인 이제프와 같은 파견자가 되어 그와 나란히 지상에 서고자 한다. 파견자 최종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태린에게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태린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처음엔 기억보조장치인 뉴로브릭 시술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아를 갖춘 존재라는걸 인식한 후 '쏠'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파견자 최종 시험에서 복귀하며 몸의 통제권을 잃고 도시에 광증 아포를 퍼트리는 사고를 일으킨다.

 

[ 2부 ]

견습 파견자인 태린은 위 사고의 처벌로 지상 기지의 후보군 지역을 조사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다. 마일라, 네샤트와 함께 내륙으로 출발한 태린은 처음으로 지상의 모습을 보며 파견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짐한다.

목표지점의 좌표가 잘못된 것을 알고 복귀하려던 찰나 태린은 도시에서부터 듣던 진동을 감지하고 일행을 설득해 내륙 깊은 곳까지 들어가게 된다. 조사단은 그곳에서 범람체의 네트워크망과 늪인들을 조우해 발이 묶인다. 그들과 지내며 쏠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태린은 결국 늪에 들어가 범람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마일라는 태린을 통해 약혼자의 의식이 늪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스로 늪으로 들어가 부패 되기를 선택한다.

 

[ 연구일지 ]

이후 태린은 쏠의 도움으로 잊고있던 과거의 기억을 보게 된다. 태린은 영유아 시절 광증 아포에 노출된 사고를 겪으며 바투마스 연구소의 실험체가 된다. 바투마스는 12세 미만의 아이들에겐 광증이 퍼지지 않는다는 점을 연구하던 곳으로, 태린이 속한 집단의 아이들이 12살이 돼도 광증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한다.

연구소로 파견을 온 이제프는 집단의 중심에 태린이 있다는걸 알고 면담을 하며 태린과 가까워진다. 태린은 뇌 속의 범람체(쏠)과 소통하는 법을 익히고 감각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길들인다. 하지만 연구소에서는 범람체를 제거하는 약물을 아이들에게 주사한다. 태린을 제외한 아이들은 이를 버티지 못하고 모두 사망했고 태린 또한 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 3부 ]

의식을 차린 태린은 네샤트가 테러로 늪인들을 해치고 사망하는 것을 목격한다. 늪인들의 도움으로 숲을 벗어난 태린은 도시로 돌아와 회복을 하던 중 쏠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바트마스 연구소에 잡힌 선오의 메세지로 인해, 연구소가 폐쇄되지 않고 광증 발현자를 감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을 이용해 파견본부가 늪인들을 생화학적으로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는 걸 알게 된 태린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병실을 빠져나간다. 연구소에서 탈출을 돕던 중 태린은 이제프와 대치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이제프를 죽이게 된다.

탈출은 성공하고 이후 파견본부의 만행이 밝혀진다. 늪인들과 범람체에 오염된 이들은 도시와의 중간지대를 요구한다. 상생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태린을 중심으로 중립지역이 만들어진다.

 

 

<명대사&구절>

원하면 원할수록 지표면은 손 아래에서 닳아갔다. 태린은 끊임없이 생각했다. 나는 지상으로 가고 싶은 것일까. 지상을 얻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그 지상을 쫓는 사람을 갈망하는 것일까.

가본 적도 없지만 이미 손안에 들어온 행성이 눈앞에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들 때마다 태린은 지구본을 돌렸다.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상에도, 누군가의 마음에도 그렇게 쉽게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 1부 中 정태린 -

 

이 순간 태린은 지상에 대한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 감정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어지러운 것이었다. 이 풍경을 아름답다 느끼면서도 소유할 수 없는, 지상으로부터 추방된 인간이 품게 될 감정은.

- 2부 中 정태린 -

 

<우리는 단지 살아 있는 것, 숨을 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은 그걸 영혼이라고 부르고 다른 누군가는 의식이나 자아라고 불러. 어쨌든 우리 인간에게는 하나의 개체로서 세상을 주관적으로 감각하는 것, 세상을 일인칭으로 경험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해.>

(중략)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중심적 삶만을 경험해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우리랑 결합한 상태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의식을 지닐 수 있어.>

- 2부 中 정태린, 범람체 -

 

그건 네 머릿속에 갑자기 생겨난 침입자잖아. 게다가 그게 너에게 주는 좋은 점도 없고. 널 방해할 뿐이야.

그건 선생님 생각이죠. 전 쏠이 있어서 좋아요. 그 애는 자신이 뭔지 몰라요. 그래서 혼란스럽고요. 하지만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슬픈 날에, 쏠은 제 머릿속을 헤엄치며 저의 슬픔들을 걷어가요. 그 슬픔들은 쏠이 끝에서 끝으로 움직일 때마다 가닥가닥 나뉘어 찰랑거리는 베일처럼 변해요. 저는 눈을 감고 그 슬픔 사이를 걸어요. 그러면...... 이전만큼 슬픔이 무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 연구일지 中 인터뷰어(연구원), T12-26(정태린) -

 

무언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이미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자고 설득하는 편이 훨씬 쉽다.

그때는 태린도 이 모든 것이 선물임을 이해하겠지. (중략)

지금 태린은 무슨 생각을 할까. 혼란스러워 할까. 아니면 그저 단잠에 빠져 있을까. 함께 지상에 가고 싶다던 마음을 여전히 품고 있을까.

이제프는 아주 먼 곳까지 갈 생각이었다. 태린이 원한다면 당연히 함께. 그걸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생각이 있었다.

- 3부 中 이제프 파로딘 -

 

태린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 변해 버린 사람들.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지만. 결국은 변한 사람들. 결합되었고 오염된 사람들. 더는 순수한 인간이 아닌 사람들.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 있고 이전과 다르게 세상을 보고 있었다. 태린이 변한 채로 살아가기를 택했듯, 그들 역시 변했지만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삶은 여전히 삶이었다. 어쩌면 이전보다 더 생생한 형태로 존재하는.

- 3부 中 -

 

"살아 있다고 아름다운 건 아니야."

이제프가 나지막이 말했다.

"난 네게 좋은 삶을 주고 싶어. 최선을 주고 싶어. 죽음은 모두에게 찾아와. 우리의 삶은 잠깐 반짝였다 스러지는 불꽃이지. 그렇다면 가능한 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야 해. 그렇지 않니?"

그가 진심을 담아 말하고 있다는 것이 태린을 고통스럽게 했다. 태린에게 세상을 알려주었고, 세상으로 나가도록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지금은 태린에게 세상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진심이었고, 순수한 만큼 태린을 아프게 했다.

- 3부 中 이제프 파로딘, 정태린 -

 

 

<마무리>

무수히 많은 삶, 그리고 사랑의 방식에 대해 얘기하는 듯 했다.

범람체들은 외계생명체지만 포자와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인간들은 당연히 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범람체 또한 지구에 처음 불시착했을 당시, 인간을 지성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미와 지하의 곰팡이가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힌다. 이런 관점은 인간의 입장으로 책을 읽을 때 꽤 불편한 이야기였다. 속수무책으로 지구를 빼앗기고 범람체에 증오를 품고 사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절대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던 두 종족은 끝내 공존의 방안을 찾아내는 과정은 한 편으로 감동을 준다. 물론 강제적으로 범람체에 오염된 사람들이 그 시초였지만 그들의 삶도 삶으로 존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자아의 확립을 존재이유로 생각하는 인간(태린)과 자의식에 대한 개념이 없는 범람체(쏠)이 서로에게 길들었다는 표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한 존재의 승리나 정복이 아닌 서로를 받아들이고 길이 든다는 것이 함께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라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