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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줄거리 & 명대사

by 책 읽는 꿀벌 2024. 2. 19.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김영하님 작가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어봤습니다.

영화로도 유명한 소설이죠.

빠르게 읽히는 간결한 문장에 비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생각을 많아지게 했습니다.


<책소개>

저서 :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 김영하
발행일 : 2013.07.25
페이지 : 176p
등장인물 : 김병수, 김은희, 박주태, 안형사 등

 

 

<줄거리>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하다 25년 전에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 그는 70세의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자신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와 맞서게 된다. 그 속에서도 김병수는 딸 은희를 구하기 위해 박주태를 향한 그의 고독한 싸움을 기록한다.

이 책은 김병수의 독백으로 하여금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해 얘기한다.

 

 

<명대사&구절>

거울을 보며 표정을 연습했다. 슬픈 표정, 밝은 표정, 걱정하는 표정, 낙담하는 표정. 그러다 간단한 요령을 익혔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표정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다. 남이 찡그릴 때 찡그렸고 남이 웃을 때 웃었다.

옛사람들은 거울 속에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지. 그들이 거울에서 보던 악마, 그게 바로 나일 것이다.

- 살인자의 기억법 中 29p -

 

모르긴 해도 6.25나 월남전에서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놈들도 있을 것이다. 그놈들이 다 밤잠을 설치고 있을까? 아닐 거다.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 살인자의 기억법 中 40p -

 

어쩌면 나는 너무 오랫동안 나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삶에 지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악마적 자아의 자율성을 제로로 수렴시키는 세계, 내게는 그곳이 감옥이고 징벌방이었다. 내가 아무나 죽여 파묻을 수 없는 곳, 감히 그런 상상조차 하지 못할 곳, 내 육체와 정신이 철저하게 파괴될 곳. 내 자아를 영원히 상실하게 될 곳.

- 살인자의 기억법 中 80p -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 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어쩌랴, 레일이 끊기면 기차는 멈출 수밖에.

- 살인자의 기억법 中 86p -

 

"악을 왜 이해하려 하시오?"

"알아야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말했다.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덧붙였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 살인자의 기억법 中 137p -

 

 

<마무리>

제목 그대로 연쇄살인범 김병수의 기록을 담고 있는 1인칭 시점의 소설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김병수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서술트릭에 갇힐 수 밖에 없다. 김병수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약간의 혼란(키우던 개의 유무 등)이 있지만 하나의 명제만은 명확하다. 딸 은희를 위협하는 살인자 박주태. 그리고 그 명제가 혼란 속으로 떨어지고 그의 삶은 무(無)를 향해 나아간다. 자신이 믿어왔던 삶은 시간이 선사하는 망각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고 그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한다.

 

간혹 우리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타성에 젖거나, 자존심, 무지, 지나친 자기확신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욕망은 어떻게든 표출이 된다. 자신의 창작물이나 꿈 또는 다른 어떤 것으로라도. 김병수는 어쩌면 평범해지기를 가장 바란게 아니었을까. 뇌 수술을 받은 이후의 평온한 일상을 그린 섬망과, 은희(딸)의 존재가 살인을 그만둔 삶의 지표와 같다고 느끼는 점 등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은희를 지키고자 하는 김병수의 모습을 응원했던 것 같다. 그의 서술에서 그는 영웅도, 악당도 아닌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그의 첫 살인이 친아버지였다는 서술도 이런 마음을 갖는데 한 몫했을 것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모두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도 아니고 과거에는 불우한 가정사 쯤 수두룩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울한 과거가 범죄자의 필수조건은 아닐지라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러한 과거 때문에 김병수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단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와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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