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나폴리 4부작의 3권까지 읽었습니다. (드디어!)
하지만 3권부터는 중년기의 시작이어서 그런지 1, 2권처럼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았어요.
10년 쯤 지난 후에 읽으면 또 다른 감상을 느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책소개>
저서 :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저자 : 엘레나 페란테
발행일 : 2017-05-31
페이지 : 624p
등장인물
체룰로 집안 : 라파엘라 체룰로(리나, 릴라), 페르난도 체룰로, 눈치아 체룰로, 리노 체룰로, 동생들
그레코 집안 : 엘레나 그레코(레누차, 레누), 아버지, 어머니, 페페, 잔니, 엘리사
카라치 집안 : 돈 아킬레 카라치, 마리아 카라치, 스테파노 카라치, 피누차 카라치, 알폰소 카라치
펠루소 집안 : 알프레도 펠루소, 주세피나 펠루소, 파스콸레 펠루소, 카르멜라 펠루소(카르멘)
카푸초 집안 : 멜리나 카푸초, 남편, 안토니오 카푸초, 아다 카푸초, 동생들
사라토레 집안 : 도나토 사라토레, 리디아 사라토레, 니노 사라토레, 마리사 사라토레, 동생들
스칸노 집안 : 니콜라 스칸노, 아순타 스칸노, 엔초 스칸노, 동생들
솔라라 집안 : 실비오 솔라라, 마누엘라 솔라라, 마르첼로 솔라라, 미켈레 솔라라
스파뉴올로 집안 : 스파뉴올로, 로사 스파뉴올로, 질리올라 스파뉴올로, 동생들
아이로타 집안 : 아이로타, 아델레, 마리아로사 아이로타, 피에트로 아이로타
그 외 : 올리비에로, 페라로, 제라체, 갈리아니, 지노, 넬라 인카르도
<줄거리>
중년기 -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엘레나는 2005년, 마지막으로 릴라를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40년 전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니노를 다시 만난 그날 저녁 엘레나는 피에트로에게 청혼을 받는다.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피에트로가 나폴리로 오고 레누는 부모님께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후 레누는 릴라가 머무르는 고향 동네로 돌아오지 않고, 명문가 집안의 아들이자 대학교수인 피에트로와 피렌체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고등교육을 마치고 작가로서 성공한 레누는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는 어머니로서만 존재하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한편 릴라는 브루노의 소개로 열악한 햄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들 젠나로를 키운다. 컴퓨터가 없는 상황에서도 정신적으로라도 엔초를 붙잡아놓기 위해서, 엔초와 매일 저녁 코딩 공부를 한다.
이들의 개인적인 성장과 변화와 함께 역사도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한다. 릴라는 햄 공장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노동투쟁에 나선다. 한편, 가부장적이고 일에만 몰두하는 피에트로와의 결혼 생활에 힘들어하던 레누는 집안일과 육아 때문에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변화로 레누는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정체성을 사유하며 내적으로 갈등한다. 이때 릴라의 건강이 안 좋아지고 레누는 이를 돕기 위해 아이로타 가문의 인맥을 사용한다. 이후 노동문제에 대한 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고 릴라와의 사이도 서먹해진다고 느끼게 된다.
이후 레누는 시누이 마리아로사와 어울리다 점점 페미니즘에 빠져든다. 이는 육아에 지친 레누의 삶과 지지부진한 글쓰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마리아로사가 주관하는 페미니스트 모임에 참가한 레누는 이들에게 실망하고, 이들처럼 급진적이고 거창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한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페미니스트들과는 다른 의견을 펼치는 책을 쓰게 된다.
릴라는 레누의 도움을 받아 엔초와 함께 본격적인 코딩 공부를 시작한 이후 컴퓨터 언어에 높은 재능을 보인다. 공장을 그만 둔 이후에는 엔초와 시스템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미켈레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이고 그의 밑으로 들어간다. 레누는 동생 엘사와 마르첼로 솔라라의 교제 소식에 고향을 찾았다가 위 소식을 알게 되고 이젠 정말로 릴라와 자신의 삶을 분리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피에트로가 니노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레누의 마음은 다시 니노에게 향하기 시작한다. 니노가 은행장의 딸 엘레오노라와 결혼했고 어린 아들이 있다는 사실도 개의치 않았다. 가족끼리 함께 외식을 하는 자리에서 치장을 하고 자신이 집필한 책을 가장 먼저 보여주기도 한다. 니노가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집에서 묵게 되고 둘은 사랑을 나눈다. 이후 둘은 서로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도망칠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서로의 배우자에게 부정을 들킨 이후에도 결국 도망을 감행하기로 하고 레누는 이 사실을 릴라에게 알린다. 릴라의 거센 만류에도 불구하고 레누는 니노를 따라 비행기에 오르며 3권은 끝나게 된다.
<명대사&구절>
영악한 아이들은 공부를고생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속임수로 생각했다. 이런 아주머니에게 어떻게 사실은 내가 여섯 살 이후로 글자와 숫자의 노예처럼 살아왔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을까. 내 기분은 글자와 숫자의 조합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며 성취감은 드물게나 느낄 수 있고 그 감정마저 한없이 불안정해서 기껏해야 한 시간, 반나절, 하룻밤이 지나면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 10장 中 레누 -
나는 한편으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규율을 무시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캠퍼스를 누비는 젊은 남녀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벗어나려 했던 무질서에 붙들려 그 난리 통 속에 휩싸일까봐 두려웠다.
(중략)
나는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교육을 많이 받았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무지했다. 나 자신을 통제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다른 이들의 사상과 사건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느라 열정 없는 인생을 사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게다가 결혼과 안정적인 삶이 너무 빨리 시작될 예정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그곳에서 이미 몰락해버린 기존의 질서 체계 속에 너무 깊이 자리 잡게 된 것이었다.
- 14장 中 레누 -
『푸른 요정』이 공장 마당의 모닥불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공기 속에 흩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 릴라는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우리의 만남이 릴라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릴라는 며칠동안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하지만 릴라는 그 이유를 알려 하지 않았다. 이유를 알아봤자 상처만 된다는 것을 지난날의 경험으로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릴라는 자신의 불행이 일반적인 불쾌함이 되고 그러다 가벼운 우울함이 되고 그마저도 일상의 고달픔으로 희석될 때까지 기다렸다.
- 28장 中 -
"선생님들은 그걸로 먹고사니까 공부가 중요하다고 하죠. 하지만 실은 공부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요. 공부한다고 사람이 더 나아지지도 않고요. 오히려 더 못돼질 뿐이죠."
"엘레나가 못되게 변했다는 뜻인가요?"
"아뇨, 엘레나는 아니에요."
"왜죠?"
릴라는 젠나로의 머리에 울 모자를 씌웠다.
"어린 시절 둘이 약속했거든요. 둘 중 못된 역할은 제가 맡기로요."
- 37장 中 갈리아니 & 릴라 -
내가 방을 나서려는데 릴라가 꾸벅 졸다가 흠칫 놀라며 중얼거렸다.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지켜봐줘. 나를 항상 지켜봐줘. 나폴리를 떠나고 나서도 말이야. 네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 나도 항상 안심이 될 거야."
- 46장 中 릴라 -
나는 갈리아니 선생님을 향해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요. 릴라는 정말 똑똑한 아이에요. 나는 평생 릴라의 재능을 인정했고 사랑했고 모든 면에서 영향을 받았죠. 하지만 나도 죽도록 노력해서 나름대로 똑똑해졌고 성공했어요. 이제는 어딜 가든 인정을 받아요. 나는 적어도 잘난 척만 할 줄 알았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당신 딸 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중략)
분명한 것은 릴라가 본심을 감추고 있으며 내게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변화가 많았는데도 내가 여전히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평생 그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순간 나는 진심으로 심장전문의의 진단이 오진이기를 바랐다. 아르만도가 옳기를 바랐다. 릴라가 정말로 병들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바람을 억누를 수 없었다.
- 60장 中 레누 -
어떤 이들에게는 학업이 한없이 힘든 과정이지만 (물론 이는 내 경우다) 어떤 이들에게는 놀이에 불과한 것은 (물론 이는 피에트로의 경우다) 불평등한 조건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 속에서도 어찌됐든 공부를 해야 했고 나는 좋은, 아니 뛰어난 결과를 이루어냈다. 나는 내가 걸어온 길에 만족한다. 나는 내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둔하다고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힘겨웠던 노력이 쓸모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에트로와 얘기할 때면 왠지 모르게 불평등한 조건의 부당함만 강조하게 되었다.
나는 피에트로에게 말하곤 했다.
"당신은 학생들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똑같은 성과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디즘이라고."
- 67장 中 레누 -
"다시는 내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말아줘.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못 돼. 난 네가 항상 최고였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이보다 훨씬 뛰어난 글을 쓸 수 있다고 확신해. 네가 더 잘하기를 원해. 그게 내 가장 큰 소망이야. 네가 뛰어나지 못하면 내 존재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 75장 中 릴라 -
나는 멈춰 서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데데가 미르코에게 지침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내 뺨을 때려봐. 알았지?"
풋풋한 어린 생명체가 나이 든 생명체를 장난삼아 흉내 내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이 사랑과 증오와 욕망과 폭력이라는 짐을 지고 무대에 오르는 그림자 인형일 뿐이었다.
- 80장 中 레누 -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 릴라가 병들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되살아났다.
릴라를 증오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릴라를 아끼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나는 평생 릴라를 증오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릴라가 날이 갈수록 상황을 회피하며 공허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 94장 中 레누 -
나는 성숙이란 결국 삶의 굴곡을 호들갑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적인 삶과 이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변화를 기다리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99장 中 레누 -
<마무리>
제목의 의미 그대로 고향을 떠난 레누와 나폴리에 머문 릴라의 선택을 조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학과정을 마치고 소설을 집필하는 등 나름 순탄한 삶을 그려나가는 레누는 자신의 과거를 뒤로 하고 나폴리를 떠나지만, 격정적이고 매 순간 변화하는 삶을 살아가는 릴라는 정작 나폴리를 떠나지 않는다. 전혀 다른 성향과 삶을 갖고 있는 둘이지만 서로가 알지 못하는 새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보이는 부분이다. 릴라의 과감함과 레누의 신중함은 서로에게 매력적이고 뛰어난 면모로 보여지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둘의 성향은 반전되는 기미를 보인다는 점이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듯 싶다.
3권까지 읽고 보니 그들의 20여년에 걸친 삶의 굴곡이 꽤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빛날 수는 없다. 찬란한 순간과 암울한 시기가 파도치듯 반복되는게 삶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데에는 서로의 노력 뿐만 아니라 이런 인생의 리듬 또한 어느정도 비슷한 파동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힘든 일을 겪을 때 친구도 안 좋은 일을 겪어야 한다는게 아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비슷한 결의 경험이 있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시기가 겹쳐야 관계가 오래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우정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릴라와 레누는 유년기를 제외하곤 전혀 다른 경험을 쌓았고, 심지어 둘의 파동은 정반대의 궤적을 그린다. 릴라의 아름다움이 꽃피고 호화로운 결혼식을 준비할 때 레누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걱정에 시달린다거나, 릴라가 니노와의 불륜으로 자신의 삶을 파멸로 이끌 때 레누는 대학에 입학해 새로운 세계를 만끽한다. 이후에도 둘의 입장은 계속 삐걱거리며 상대방을 올려다보거나 도와주려는 시점으로 묘사된다. 4권에서는 둘이 동등하게 서로를 마주볼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바라며 3권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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