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성향이 짙은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습니다.
데미안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헤르만 헤세의 글은 주인공의 심리와 이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 묘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에서는 아름다운 글과 주인공의 상황이 대비되어 더 감정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청춘을 지나고 있는 모두에게 추천드립니다.
<책소개>
저서 : 수레바퀴 아래서
저자 : 헤르만 헤세
발행일 : 1906년 ( 2001년 08월 10일 )
페이지 : 278p
등장인물 : 한스 기벤라트, 헤르만 하일너, 요제프 기벤라트, 플라이크, 아우구스트, 엠마 등
<줄거리>
한스 기벤라트는 낚시를 즐기고, 토끼와 자연을 사랑하는 섬세한 감성의 소년이었다. 한스는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어렸을때부터 영민함을 보여서 교장선생님과 목사로부터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힘든 공부를 마치고 신학교 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도 예습을 하며 방학을 보낸다.
한스는 신학교 생활 초반부터 잘 적응하여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 그러다가 룸메이트인 '헤르만 하일너'와 가까이 지내게 된다. 하일너는 천재적이고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학생으로, 한스는 하일너와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주입식 교육과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는 학교 생활을 점점 힘들어한다. 게다가 또다른 룸메이트인 힌딩거의 죽음과 하일너의 퇴학 이후 더더욱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며 심신이 피폐해진다.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무기력과 우울증 속을 방황하게 된다. 어느 날은 플라이크를 도우러 갔다가 그의 친척인 엠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엠마가 말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이 만남 역시 끝나게 되고 한스는 또 한 차례 깊은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아버지의 권유로 기계공으로 취직하여 새출발을 하려던 그는 노동과 정신적 갈등 속에 첫 주를 보낸다. 취직 후 처음 맞이하는 일요일에는 아우구스트를 비롯한 동료들과 주점에서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 했으나, 그날 저녁 만취한 채 혼자 귀가하던 중 강물에 빠져 죽고 만다.
<명대사&구절>
작년에 시험공부 때문에 낚시를 금지 당했을 땐 정말 많이 울었어. 정말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낚시를 하는 법조차 가물가물하군.
물끄러미 강물을 내려다보며 그는 한참 앉아 있었다. 왠지 슬픈 느낌이 들었다. 아름답고 자유롭던 어린 시절의 거친 즐거움이 멀리멀리 사라져버린 것을 느끼며 그는 주머니에서 빵을 꺼내 여러 족가으로 뜯어 뭉쳐서 강물에 던졌다.
- 1 中 -
처음에 느꼈던 사소한 불만은 이미 사라졌다. 생각할수록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려면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스는 절대로 뒤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는 한스 자신도 알지 못했다.
- 2 中 -
두 소년의 우정은 좀 남달랐다. 하일너에게는 사치스럽고 변덕스러운 오락이었고, 한스에게는 자랑스러운 보물이자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었다. 지금까지 한스는 저녁 내내 공부했다. 그런데 이제는 거의 날마다 하일너가 와서 놀자고 책을 빼앗는 바람에 한스는 그가 또 올까봐 밤마다 마음을 졸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중략) 유별난 아이와의 우정이 자기를 지치게 하고, 때 묻지 않은 내면의 순수한 존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자기가 그 친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자각이 그를 한층 더 다정하게 하고 으쓱하게 했다.
- 3 中 -
선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청년기의 발효가 시작되는 위험한 시기에 조숙한 소년의 본질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다. 애당초 선생들은 하일너의 천재적 기질에 섬뜩했었다. 원래 천재와 선생들 사이에는 예로부터 깊은 심연이 놓여 있게 마련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천재가 학교에서 보여주는 몸가짐은 선생들에게는 등골 싸늘해지는 것이다. 존경심이라곤 전혀 없고, 14세에 담배를 피우고, 15세에 사랑에 빠지고, 16세에 술집에 드나들고, 금지된 책을 읽고, 파렴치한 작문을 쓰고, 선생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들은 선생들에게 그저 불량학생일 뿐이다. (중략)
하지만 진정한 천재들의 상처가 언젠가 아물어, 뛰어난 작품을 창조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먼 훗날 그들이 죽어 시대의 격차라는 후광에 둘러싸일 즈음에는, 선생들도 젊은이들에게 그 작품을 걸작 내지는 귀한 모범으로 소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에서 학교로, 규칙과 정신 사이의 투쟁이 되풀이되고, 국가나 학교는 해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귀하고 심오한 젊은이들을 뿌리째 뽑아버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 4 中 -
"(생략)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겠나?"
한스는 권력자가 내민 오른손에 자기 손을 놓았다. 교장선생은 엄격하면서도 다정하게 그를 보았다.
"그럼 됐네.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 안 그러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 4 中 -
교장선생을 비롯하여 아버지, 그리고 선생들과 조교들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청년을 키워낸다는 자신들의 의무에 충실한 지도자들은, 한스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완고하고 나태한 성향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른길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정심 많은 젊은 복습 교사 말고는 그 누구도, 소년의 야윈 얼굴에 떠오르는 당혹스러운 미소 뒤에서, 수렁에 빠진 영혼이 헤어나지 못하고 두려움과 절망에 싸인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의 야만적인 공명심이 부서지기 쉬운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5 中 -
운명은 소년이 자신의 암울한 목표를 즐기도록 내버려두고 그가 날마다 죽음의 잔에서 기쁨과 열정을 한두 방울씩 찔끔찔끔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운명의 여신에게 상처 입은 젊은 영혼 하나쯤이야 하찮을지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그 영혼은 자기 존재의 수레바퀴를 다 그려야만 한다. 좀 더 깊은 인생의 쓰고 단 물을 마시기 전에는 무대에서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 5 中 -
그녀가 다른 곳을 바라볼 때면, 지금까지 몰랐던 쾌감과 떳떳하지 못한 양심을 느끼며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 그의 내면에서 무엇인가 찢어졌다. 그리고 저 멀리 푸른 해안을 따라 자신을 유혹하는 새롭고 낯선 땅이 그의 영혼 앞에 펼쳐졌다. 타오르는 불안과 달콤한 고뇌가 무엇을 뜻하는지, 고통과 쾌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비중이 큰지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저 희미하게 예감할 뿐!
쾌감은 그의 젊은 사랑의 힘, 늠름한 생명에 대한 최초의 예감을 의미했으며, 고통은 아침의 평화가 찢겨 어린 시절에서 영원히 떠났으며, 그의 영혼이 두 번 다시는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 6 中 -
한스는 처음으로 노동의 찬가를 듣고 이해했다. 그것은 적어도 초보자에게는 지극히 감동적이고 무척 매력적인 것이었다. 한스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존재와 삶이 어떤 커다란 리듬에 끼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 7 中 -
아름다운 햇살을 받으면서 거리를 느긋하게 걷고 있으려니 오랜만에 일요일의 기쁨이 느껴졌다. 손이 새까매지고 몸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일을 한 다음에 보는 길거리는 왠지 한층 더 엄숙해 보였고, 태양도 유난히 빛나는 것처럼 보였으며, 모든 것이 축일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햇살이 비치는 집 앞의 벤치에 걸터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정육점 주인이나 가죽 공장 직공, 빵집 주인이나 대장간 아저씨의 마음을 이젠 알 것 같았다. 그는 이제 더이상 그들을 속물이라고 경멸하지 않게 되었다. (중략)
인생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 술집 테이블에 어울려 앉아, 자기도 마땅히 그럴 자격이 있는 인간인 것처럼 유쾌하게 일요일을 보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 7 中 -
아버지가 그토록 꾸짖던 한스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채 조용하고 느릿하게, 어두운 강물을 따라 골짜기 아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구토도 부끄러움도 번민도 그에게서 지워져 있었다. 어둠 속을 흘러가는 한스의 메마른 몸을 푸른 가을 달빛이 차갑게 비추고 있었다. 시커먼 강물이 그의 손과 머리칼과 창백한 입술을 어루만졌다. (중략)
깨끗한 침대 위에 아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이마와 창백하고 영리한 얼굴로 누워있었다.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남다른 운명을 지닐 권리를 가진 특별한 아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 7 中 -
<마무리>
우리는 타인에게 기대하고 기대 받으면서 살아간다. 실망하고 실망시키면서 산다고도 할 수 있다. 성취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게 인생이라면 어린 시절에 싹튼 작은 재능은 어쩌면 독일지도 모른다. 넘어져본 적 없는 아이는 넘어질 때 손을 어떻게 디뎌야 하는지, 다시 일어날 땐 어떻게 힘을 줘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걷고 뛰기 시작한다. 이런 아이가 소년이 돼서 넘어지면 어렸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만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어릴 때, 다양한 길을 보고 내가 잘 지나갈 수 있는 길과 서툴지만 재밌는 길과, 무서워 보이는 길들을 고루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아이들에겐 이런 방향도 있다고 길을 알려주고 넘어져도 다시 일으켜주는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한스 기벤라트의 주변에는 단 하나의 길만을 제시하며 너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 아이라고 더 빨리 뛰라고 재촉하는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지치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관성처럼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달리는 경주마와 같다. 영문을 모른 채 결승선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한스의 가리개를 벗긴 것은 하일너다. 하일너는 한스가 엿본 최초의 일탈이자 자유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하일너조차도 한스의 안식이 되지는 못했다. 그는 떠났고 레일을 벗어난 한스는 길을 잃고 만다. 어쩌면 그에게 찾아온 죽음은 운명의 세 여신이 내린 안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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