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에르난 디아스의 소설 트러스트를 읽었습니다.
한 부부를 중심으로 소설 속의 소설, 남편의 자서전, 비서의 수필, 아내의 일기가 챕터 별로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보는 세상은 언제나 평면적일 수 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책소개>
저서 : 트러스트
저자 : 에르난 디아스
발행일 : 2023.02.24
페이지 : 488p
등장인물 : 채권 - 벤저민 래스크, 헬렌 래스크(브레보트), 셸던 로이드, 캐서린 브레보트 등
앤드루 베벨, 밀드레드 베벨, 아이다 파르텐자, 아버지, 잭 등
<줄거리>
채권 - 해럴드 배너 (소설)
나의 인생 - 앤드루 베벨 (자서전)
회고록을 기억하며 - 아이다 파르텐자 (수필)
선물 - 밀드레드 베벨 (일기)
1920년대 경제 대공황을 겪으면서도 금융계에서 대성공을 거둔 투자가 '앤드루 베벨'과 그 아내 '밀드레드 베벨'의 이야기를 다룬다.
둘을 모티브로 쓴 소설 [채권]을 시작으로 소설의 거짓을 밝히기 위해 집필한 '앤드루 베벨'의 자서전 [나의 인생]이 이어진다. 이후 자서전을 대필했던 비서가 그 회고록을 회상하며 쓴 수필을 뒤로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가 공개되며 진실을 밝힌다.
<명대사&구절>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았다면, 벤저민은 금융계에 끌린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를 어려워했을 것이다. 금융계의 복잡성이 한 가지 이유였던 건 사실이지만, 그 밖에도 벤저민에게 자본은 균 하나 없는 생물로 보였다는 이유도 있었다. 자본은 움직이고 먹고 자라고 새끼를 치고 병들며 죽을 수도 있지만, 깨끗하다.
- 채권, 하나 中 -
헬렌은 자기가 지루함의 밑바닥 너머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너머에는 폭력이 있었다. 그녀는 홱 돌아 정원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와 어머니를 초대한 집주인이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있던 그늘진 장소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마을로 산책하러 가겠다고만 말했다. (중략) 그때 헬렌은 이처럼 엄숙한 형태의 기쁨을, 아무런 내용물이 없기에 너무도 순수하고 다른 누구에게 기대지 않기에 너무도 기댈 만한 그 기쁨을 앞으로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리라는 걸 깨달았다.
- 채권, 둘 中 -
평생 자족적으로 살아왔다는 점을 자랑으로 삼던 사람이 문득 세상을 완전하게 만드는 건 친밀함이라는 걸 깨달으면, 친밀함은 참을 수 없는 짐이 될 수 있다. 축복을 발견하면 그 축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 채권, 셋 中 -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 정해진 시간이 할당된다. 그 시간이 얼만큼인지는 신만이 아신다. 우리는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 어떤 형태의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간이 전부 소진될 때까지 일 초씩, 십 년씩 지출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땅에서 보낼 우리의 날에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늘 노력과 성실함을 통해 미래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
- 나의 인생, 서문 中 -
내가 그녀를 얼마나 깊이 그리워하는지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내가 살면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그녀의 곁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그녀가 나를 구원했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녀는 인간성과 온기로 나를 구원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친절함으로 나를 구원했다. 나에게 가정을 만들어줌으로써 나를 구원했다.
- 나의 인생, Ⅳ. 밀드레드 中 -
나의 행동으로도 시장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그보다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나는 내 행동이 공익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늘 공익의 수호자였다. 미국의 성장을 이끈 기업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기록 자체가 그 증거다.
- 나의 인생, Ⅴ.번영과 그 적 中 -
"모든 걸 만드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물건을 만드는 곳에서 일할 이유가 있을까요? 돈이 바로 그거잖아요, 모든 것. 최소한 돈은 모든 것이 될 수 있죠. 돈은 우리가 다른 모든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보편적 상품이에요. 그리고 돈이 상품의 신이라면 여기가," 나는 손바닥을 뒤집어 사무실을 감싸는 호선을 그렸고, 그건 그 너머의 건물을 의미했다. "그 신의 최고 신전이죠."
- 회고록을 기억하며 Ⅰ-6 中 -
그 남자들 각각의 개인적인 특징은 -카네기의 자족적인 독실함, 그랜트의 근본적인 품위, 포드의 딱딱한 실용주의, 쿨리지의 수사적 검약 등등- 당시 내가 생각하던 그들 모두의 공통점 앞에 무너져내렸다. 즉, 그들은 모두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자신들의 말이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야 마땅하다고, 자신들의 결점 없는 삶에 관한 이야기는 반드시 전해져야 한다고. 그들 모두가 내 아버지에게 있던, 바로 그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야말로 베벨이 글로 옮기고 싶어하는 확신이라는 걸 알았다.
- 회고록을 기억하며 Ⅱ-5 中 -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직장에서든 사생활에서든 무수히 많은 남자들이 내 아이디어를 자기 것인 양 내 앞에서 되풀이해 말하는 경험을 했다 - 처음에 그 생각을 떠올린 사람이 나라는 걸 내가 기억하지 못할 것처럼 말이다. (중략) 내가 만들어준 허구의 세계에, 베벨은 현실에서 아버지가 나를 대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내에게 반응하는, 자기가 만든 장면을 덧붙였다.
- 회고록을 기억하며 Ⅲ-10 中 -
A는 자주 내 병에 화를 낸다(물론, 그 병은 내 안에 있다). 이제야 내가 이 모든 일을 얼마나 엉망으로 관리해놨는지 알겠다. 전에 여러 번 썼던 그 방법을 썼어야 했다. A가 통제권을 쥔 사람은 자기라고 믿도록 그를 올바른 방향으로 부드럽게 조금씩 밀고 갔어야 했는데. 암에 대해 알게 되자마자 A에게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하고, A의 의사들이 질병을 "알아내고" + A에게 책임을 맡길 수 있도록 해주었어야 했다(어차피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마당이니). 그 모르게 한 테스트 + 검사로 뒷받침되는 절망적 진실을 알려준게 실수였다. A는 슬픈 정도를 넘어서서 방향을 잃은 것 같다.
- 선물 中 -
정말로 우리끼리 지내게 된 지금에야 그 +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겠다.
그가 지겨운게 아니다 그가 곁에 있을 때의 나라는 사람이 질린다.
- 선물 中 -
<마무리>
베벨 부부를 둘러싼 형식도, 서술자도 다른 4개의 글은 끝까지 진실을 흐리게 한다. 진실이 밝혀지는 듯하다가도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 또다른 전말이 있었다는 식이어서 마지막 글을 읽고 나서도 쉽게 의심을 떨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RE : VIEW > 고전 & 현대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년의 금서 - 김진명 / 줄거리 & 명대사 (1) | 2024.06.03 |
---|---|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 줄거리 & 명대사 (0) | 2024.05.13 |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 엘레나 페란테 / 줄거리 & 명대사 (0) | 2024.05.03 |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 엘레나 페란테 / 줄거리 & 명대사 (0) | 2024.04.24 |
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 줄거리 & 명대사 (2) | 2024.04.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