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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 줄거리 & 구절 + 후기

by 책 읽는 꿀벌 2022. 6. 30.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개인적으로 저는 파울로 코엘료 작가님이 인물들 각각의 고유한 해석과 주관을 직관적으로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각 인물들이 모두 개성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추상적이고 다채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거죠. 그래서 많은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자살이라는 소재가 연관되어 있습니다. 산다는건 죽어가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우리는 이 유한성을 깨닫지 못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낭비합니다. 이고르 박사가 말하는 비트리올 중독일까요.  이렇게 타성에 젖은 사람들 중 하나였던 베로니카는 빌레트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들, 그들은 오히려 더 큰 해방과 날 것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그 실마리를 엿본 것 같았습니다.


<책소개>

저서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저자 : 파울로 코엘료
발행일 : 2001-02-15
페이지 : 302
등장인물 : 베로니카, 이고르 박사, 제드카, 마리아, 에뒤아르

 

 

<줄거리>

수녀원에 세들어 사는 베로니카는 목숨을 끊을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꽤 타당했다. 스물네살이 되도록 할 만한 것은 다 해본 그녀의 삶은 이제 모든 것이 너무 뻔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도 세상도 악화될 뿐이라면 죽음을 택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수면제 네 통을 먹은 결과는 정신병원 빌레트 입원과 심장 발작으로 인한 시한부 판정이었다. 

빌레트에는 정신병자들 뿐만 아니라 완치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를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형제클럽이라고 불리는데 제드카와 마리아도 그 일원이다. (제드카는 우울증으로, 마리아는 공황장애로 입원을 했다.) 사회적인 의무를 질 필요가 없고 정신 병원의 자유분방함을 알아버린 이들은 흘러가는 시간을 빌레트에서 보낸다.

베로니카는 일주일의 시한부를 선고 받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 처음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도 자신의 손으로 삶을 끝내려 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한 밤에 살롱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그 장면을 에뒤아르가 말 없이 보고 있다. 외교 대사의 아들인 에뒤아르는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는데, 그럼에도 베로니카는 그가 자신의 음악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라고 여기게 된다. 

그들은 정원을 걸으며 삶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베로니카가 죽을 거라던 그 날에 빌레트를 탈출한다.

 

 

<명대사>

'솔직히 난 믿지 않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인간의 이해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이해해야만 해. 불의, 탐욕, 비참함, 고독일 뿐인 이러한 혼돈을 창조한 건 바로 신 자신이잖아. 신의 의도는 훌륭한 것이었겠지만 결과는 형편없어.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보다 일찍 이 세상을 떠나기를 갈망한 피조물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야 해. 아니, 오히려 우리가 이 땅을 거쳐가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지도 몰라.'

- 18p. 베로니카 -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마치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를 돕고 싶다는 듯 아주 근심스런 표정을 짓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그들 자신은 그나마 행복하다고, 삶이 그래도 그들에게는 관대했다고 믿으며 즐거워한다.

- 48p. -

 

그녀가 삶이 자연스레 강요한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만 것은 그녀 자신이 모든 것을 '그딴 바보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 66p. 베로니카 -

 

일단 정신병원에 발을 들여놓으면, 누구나 광기의 세계가 제공하는 자유에 익숙해졌고, 결국에는 나쁜 습관이 들고 말았다. 짊어져야 할 책임도, 먹고살기 위해 싸울 필요도, 반복적이고 권태로운 활동에 매달려야 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림만 바라보거나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를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보낼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 용인되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정신병자였으니까.

- 81p. 제드카 -

 

"(생략) 네가 나에게 던진 첫 질문, 기억해?"

"미쳤다는게 뭔지 알고 있냐고 했어요."

"그래, 바로 그거야. 이번엔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대답해줄게.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 90p. 제드카&베로니카 -

 

한순간,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엄마에 대해서도 증오심을 느꼈다.  (중략)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진 사랑을 증오했다. 그 사랑은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은 자연법칙에 반하는 부조리하고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그 사랑은 그녀를 죄책감으로 가득 채워놓았고, 그녀가 꿈꾸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그 사랑의 기대만큼은 충족시키고픈 욕망을 그녀에게 불어넣었다.

- 102p. 베로니카 -

 

"네가 폐를 끼친다든지 이웃에 방해가 되다든지 하는 생각 따윈 집어치워! 만약 네 행동이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들이 불평을 늘어놓으면 되는거야. 그들한테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건 그들 문제지. (중략) 자존심이란게 뭔데? 모든 사람들이 널 착하고 예의 바르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으로 여기길 바라는게 자존심이야?"

- 141p. 마리아 -

 

사회는 점점 더 많은 규칙들로, 그 규칙들을 반박하기 위한 법률들로, 또 그 법률들을 반박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들로 넘쳐났다. 그것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법규를 일탈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 147p. 마리아 -

 

"개개의 인간은 모두 유일해요. 자기 자신만의 자질, 본능, 쾌락의 형태, 모험을 추구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사회는 집단적인 행동 양식을 강요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게 되죠. 그들은 그걸 받아들여요."

- 229p. 이고르 박사 -

 

 

<마무리>

실제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는 파울로 코엘료는 한 번쯤 이 얘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책을 읽으니 각 내용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우리는 너무 많은 규칙과 관습에 얽매여서 스스로를 재단한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고 그렇지 않은 것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해놓기도 한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 수록 도의적으로,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그 외 다양한 이유로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은 점점 많아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지 않는 것이지만 말이다. 사회적 시선과 미래의 일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지금의 나만을 생각하는 선택을 상상해 본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기분 나쁜 말을 한 사람에게 욕을 퍼붓고 기분이 좋을 땐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느껴보지 못한 성적 쾌락을 위한 욕망을 표출하는 것들. 이런 종류의 생각이 비도덕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인'의 범주에 가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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