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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마음 - 나쓰메 소세키 / 줄거리 & 명대사 & 후기

by 책 읽는 꿀벌 2022. 7. 1.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요, 1910년 일본이라는 점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보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을텐데요. 평생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 싶다가도 죽기 전에 누군가에겐 털어놓고 싶은 모순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러한 충동을 실행에 옮긴다면 이런 유서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소설 '마음'입니다.

 


<책소개>

저서 : 마음
저자 : 나쓰메 소세키
발행일 : 1914년발표 / 1966.12.2 출판
페이지 : 368p
등장인물 : 나, 선생님, K, 그 집 딸(처), 사모님

 

<줄거리>

선생님과 나

나는 친구의 추천으로 바닷가에 갔다가 선생님을 처음 만난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인간적으로 선생님에게 끌렸고 휴양이 끝난 후, 선생님 댁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선생님은 인간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었고 그건 의연하고 초연한 태도에 드러난다.

나는 선생님의 과거를 앎으로써 선생님을 더 이해하고자 하는데 선생님은 언젠가 말해주겠다는 약속만을 남긴다.

 

부모님과 나

아버지의 병환이 악화되며 나는 시골로 다시 내려가게 된다.

졸업을 한 이후 본가에 있는 동안 위독한 아버지의 병간호를 한다.이때 선생님께 두 통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마지막 편지가 유서란걸 알게 되자 바로 도쿄행 기차를 탄다.

 

선생님과 유서

내가 받은 선생님의 편지 속 유서의 내용으로, 선생님의 시점에서 과거 회상을 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윈 나(선생님)는 작은 아버지의 지원을 받으며 도쿄에서 공부를 한다.

어느 날 방학에 고향으로 내려온 나는 믿고 따랐던 작은 아버지가 부모님의 유산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인간에 대한 불신에 휩싸인다.

고향에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 다짐한 후 도쿄에서 하숙집을 얻게 되고, 그 집 딸을 사랑하게 된다.고향 친구였던 K가 양부모님과 친부에게 의절당하고 방황하자 나는 K를 하숙집에 들어오게 한다. 하지만 K도 그 집 딸을 사랑한다는 얘길 듣자, 초조해진 나는 먼저 구혼을 하고 K에게 말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얼마 후 K가 자살한 것을 발견하게 된 나는 결혼을 한 이후 지금까지 그 부채감과 외로움을 느끼다가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명대사>

"자네는 지금 저 남녀를 보고 비웃었지. 그 비웃음 뒤에는 자네가 사랑하고자 하면서도 상대를 구하지 못한 불만이 섞여 있을 게야."

"그렇게 보셨어요?"

"그랬네. 지금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따뜻한 눈길을 보냈을텐데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네. 자네, 사랑은 죄악이야. 그거 아나?"

나는 흠칫 놀랐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중략)

"왜 그렇죠?"

"왜인지는 지금 알았네. 아니, 지금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었지. 자네 마음은 오래전부터 이미 사랑으로 일렁이고 있지 않나?"

나는 그 순간 나를 확인해보려 했다. 하지만 내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빈 공간이었다.

"저는 선생님께 아무것도 숨기려는 게 없습니다만, 솔직히 지금 떠올릴 만한 아무 경험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 일렁이는 거야. 있다면 안정될 거라고 생각하니 일렁이는 것이지."

- 선생님과 나 中 -

 

"과거에 그 사람 앞에 무릎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만드는 법이네. 나는 훗날 그런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고 싶네. 나는 지금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을 참기보다 차라리 외로운 지금의 상태로 버텨가고 싶네. 자유, 독립 그리고 나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겠지."

- 선생님과 나 中 -

 

"(생략) 예전에는 말이야, 사람들과 만나 얘길 하다가 다른 사람의 질문에 내가 잘 몰라 대답을 못 하면 속으로 굉장히 수치스럽게 생각했는데, 요즘엔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수치스럽게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어서 답을 알아내려는 의욕이 생기지 않아. 뭐 간단히 말해서 늙었단 얘기지."

- 선생님과 나 中 -

 

"시골 사람은 왜 나쁘지 않나? (중략)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정해진 인간은 없네. 평소에는 모두 선량한 사람들이지. 적어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라고. 그러던 것이 한순간에 갑자기 나쁜 사람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지. 그러니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말이네."

- 선생님과 나 中 - 

 

나는 형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가까이서 대하고 보니 그래도 우린 형제라는 느낌이 어디선가 배어 나왔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도 내 마음속에 형제애를 느끼게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우리 두 사람의 공통분모인 아버지, 그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형과 나는 서로 악수를 나눈 셈이다.

- 부모님과 나 中 -

 

향기에 반하는 것은 향기를 피워 올린 그 순간 뿐이고, 술맛에 감동하는 것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찰나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충동에도 그와 같은 순간이 존재한다고 믿네. 별다른 감정 없이 그 단계를 지나 상대에게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친밀함은 느껴지지만 이성을 향한 촉각은 점점 마비되는 것 아니겠나.

- 선생님과 유서 中 - 

 

나는 그녀를 볼 때마다 내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었어. 그녀를 생각하면 숭고한 기운이 내게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던 거야. 만약 사랑이란 불가사의한 세계에 두 개의 극점이 존재해서 높은 지점은 신성함이라 명명되고, 낮은 지점은 욕정이라 불린다면, 그녀를 향한 나의 애정은 분명히 높은 극점에 머물렀던 것이네.

- 선생님과 유서 中 -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모든 우리의 능력은 외부의 자극으로 발달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지만 사람이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어느 쪽으로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만나게 되는 건 사실이잖나. 잘못 판단하면 어떤 큰 자극으로 인해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은 물론 그 주변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

- 선생님과 유서 中 -

 

이상과 현실의 충돌 - 이것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지만 - 나는 이런 생각도 했네. K가 나처럼 혼자 남겨진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결국 마지막 길을 선택하게 된 건 아닐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난 갑자기 소름이 끼쳤네. 나 또한 K가 선택한 길을 그의 뒤를 따라 밟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거야. 소리 없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렇게 홀연히.

- 선생님과 유서 中 - 

 

내가 이 감옥 안에 더 이상 틀어박혀 있을 수 없게 됐을 때, 그리고 어찌해도 그 감옥을 깨부술 수 없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지. 자네는 어째서 그것만이 길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내 마음을 옥죄어오던 그 불가사의한 힘은 모든 면에서 나의 활동을 차단하면서도 죽음으로 가는 길만큼은 갈 수 있도록 날 놓아주었네.

- 선생님과 유서 中 -

 

나를 만든 나의 과거는 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 모든 걸 숨김없이 토해내기 위해 들인 나의 노력은 한 인간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네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헛수고가 아니라고 생각하네.

- 선생님과 유서 中 -

 

 

<마무리>

세 단락으로 나뉘어 있는 이 소설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서술자가 나뉜다. 처음에 대학생인 '나'의 시점으로 선생님을 만난 이후의 이야기가 서술되고, 선생님과 유서 부분에서는 선생님의 시점으로 과거회상이 이뤄진다. 

 

인간을 믿지 못한다고 끊임 없이 자기 암시를 하면서도 끝내 사람을 믿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생각한다.선생님이라는 인물은 부모님의 죽음으로 타인에 대한 의심을 갖고 그 집 딸을 만나서 이성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되며, 결국 K의 자살로 자신을 포함한 그 어떤 인간도 불신하게 된다. 극단적인 예시가 들어져 있긴 하지만 우리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스스로의 비겁함에 자기혐오를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과 살아 간다는 것은 이러한 리스크와 리턴을 감수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선생님과 유서'의 서술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 변한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존재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 긍정적인 마음이든 부정적인 마음이든 그 깊이가 깊고 크기가 넓을수록 그 마음은 점점 더 큰 위험도를 갖게 된다. 나는 선생님이라는 인물이 이 사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을 밀어낸 채 혼자이기를 자청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내 그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서 자살을 선택한게 아닐까.

모순적이지만 그의 선택이 공감이 갔다. 나는 내 마음을 줘서 상처 받을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은 얻고 싶다. 이기적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기록은 오롯이 나에게 속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견딜 수 있을 몫만큼만 마음을 내어주고 받아야 한다.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책임져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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