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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삼생삼세십리도화 - 당칠공자 / 줄거리 & 명대사 & 후기

by 책 읽는 꿀벌 2022. 7. 14.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오랜만에 로맨스 소설을 읽어 봤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될만큼 유명한 소설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더라구요!

무협과 판타지가 과하지 않게 섞여 있어서 무난하게 읽기 좋았습니다.

특히 각 주인공들 간에 얽혀있는 서사가 깊은 여운을 줬습니다.


<책소개>

저서 : 삼생삼세십리도화
저자 : 당칠공자
발행일 : 2017-06-20
페이지 : 572
등장인물 : 백천(소소&사음), 야화, 아리, 묵연, 이경, 소금

               절안, 넷째 오라버니, 천군, 경창, 필방 등

 

<줄거리>

14만살의 구미호 상신 백천과 5만살의 구중천 태자이자 상선인 야화의 3가지 생에 걸친 서사.

 

백천은 5만살 무렵 남장을 하고 '사음'이라는 가명으로 묵연의 17번째 제자가 되어 수련을 한다. 이때 사음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귀족 황자인 이경에게 마음을 여는데, 이경은 자신이 아무래도 단수(남자 동성애자)가 아닌 것 같다며 배신을 하고 백천의 얼굴을 술법으로 따라한 백천의 조카와 혼인한다. 이후 귀군 경창이 전쟁을 일으키고 이 전쟁에 전신 묵연이 출전한다. 묵연은 사음의 겁운을 대신 받고 회복이 덜 된 상태였는데, 동황종에 경창을 봉인한 뒤 혼백이 흩어져 죽는다. 사음은 백천으로 돌아와 묵연의 시신을 7만여년 동안 보관한다.

 

그 중간에 동황종의 봉인이 불안정함을 느낀 백천은 경창과 한 번의 대전을 하게 되고 그 결과 기억과 법력을 봉인당한 채 속인이 되어 준질산에 떨어지는 겁운을 겪는다. 속인이 되어 기억을 잃은 백천은 천족의 태자인 야화를 만나게 되고 '소소'라는 이름으로 야화와 혼인을 올린다. 야화의 아이를 갖게 된 소소는 신선계에 불려간다. 소소는 오해에 휘말리며 야화의 측비인 소금에게 눈을 빼앗기는 등 고초를 겪는다. 3년 후 아리를 출산한 소소는 소금의 말에 속아 주선대에서 스스로 몸을 날리고, 주선대의 사나운 기운에 겁운을 마친 백천은 기억을 잊는 약물을 마신다.

 

300년 후, 동해수군의 잔치에서 백천과 만난 야화는 그녀가 소소라는걸 알아보고 끊임없이 구애한다. 비록 약혼으로 맺어진 사이더라도 야화와의 나이차이가 심하다고 생각한 백천은 계속 그를 밀어내고 묵연의 귀환에 집중한다. 야화의 도움을 받아 백혼등으로 묵연의 혼을 모으고 백천과 야화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야화가 속세에서 벌을 받게 되고 이 기간동안 묵연이 돌아온다. 야화가 돌아오기 전 백천은 소소의 기억을 찾게 되고 슬픔과 질투, 분노에 휩싸여 돌아온 야화를 만나주지 않는다. 야화는 백천을 기다리다가 동황종의 봉인을 깨고 나온 경창을 막은 후 혼백이 흩어진다. 백천은 뒤늦게 후회와 슬픔에 젖는다.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백천이 다시 돌아온 야화를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마주하며 소설은 끝난다.

 

 

<명대사>

등불을 한참 쳐다보던 야화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희롱당하면서 왜 피하지도 않았어요?"

나는 무안해졌다. "그래봐야 한두 번 건드린 것뿐인걸요."

야화가 무표정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내 입술을 핥았다.

나는 한참 동안 반응할 수 없었다.

야화가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봐야 한두 번 입맞추는 것뿐인걸요."

- 8장 아리의 생일 中 -

 

야화는 이미 잠든 듯 호흡이 길었고 몸에서는 옅은 복숭아꽃 향기가 풍겼다. 나는 정말 죽을 지경이 되어 침대 끝으로 자꾸만 옮겨갔다. 이 길고도 긴 밤이 언제나 끝날지......

그때 야화가 몸을 뒤척여 나는 얼른 가장자리로 더 움직였다.

등뒤에서 야화가 물었다. "안겨 잘래요?"

- 9장 복숭아꽃 악연 中 -

 

이경이 한참 동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입을 뗐다. "아음, 그런게 아니다. 그날 네가 떠난 뒤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칠만 년 동안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어. 나중에 아주 많이 생각했지. 현녀의 말이 맞다. 그때 네가 옥혼으로 사부를 구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내주지 않았던 게야. 묵연을 질투했으니까. 아음, 사실 나는 너에 대한 마음을 버린 적이 없어."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탄식했다. "이경, 당신은 나에 대한 마음을 간직한 게 아니라 이미 잃어버렸거나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평생 쫓는 거예요. 일단 얻고 나면 더이상 소중하게 여기지도 않잖아요."

이경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12장 자승자박 中 -

 

필방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부축해 차 마시는 것을 도와주었다. 내가 한참 동안 조용히 있자 필방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옆에 있었다면 온몸의 신력을 다 쓰는 한이 있어도 당신한테 손도 못 대게 했을 거에요."

내가 멋쩍게 대꾸했다. "모두 호리동 식구니까 당연하지. 필방 너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면 나도 너를 도울 거야." 그런데 '온몸의 신력을 다 쓰는 한이 있어도'라는 필방의 표현에 비해 '돕다'라는 나의 표현은 좀 약한 것 같아 기침을 한번 한 뒤 덧붙였다. "설령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러니 필방보다 훨씬 선심을 쓴 것 같아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말로 하는 선심이야 입만 벌리면 되니 얼마나 쉬운가. 진심이 아니더라도 한마디씩 주고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 하지만 필방은 그렇게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데 그 모습이 뭔가 평소와 달랐다. 마치 원망하는 듯했다.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필방이 몸을 기울여오며 말했다. "천천,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겁니까? 내가 당신을 좋아해서 청구에 온 줄 뻔히 알면서 꼭 그런 말로 나를 자극해야 하나요?"

- 13장 사랑 이야기 中 -

 

야화의 오른손이 미처 추스르지 못한 앞섶으로 들어와 가슴 한복판을 눌렀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백짓장처럼 하얬지만 두 눈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백천, 당신 여기에 내 자리가 조금은 있나요?"

야화는 이미 두 차례나 같은 질문을 했지만 나는 정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당연히 야화는 내 마음속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자리와 내가 말하는 자리가 같은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며칠 동안 내 마음속에서 야화가 대체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조용히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내 가슴에 닿은 야화의 뜨거운 손이 점점 차갑게 식고, 타는 듯하던 눈동자도 어두워져 깊고 무거운 검은색만 남았다. 한참 뒤 야화가 손을 거두고 천천히 말했다. "이렇게 오래도록 당신은 그 사람이 돌아오기만 기다렸겠지요. 그가 돌아온 이상 이곳에 더는 다른 사람의 자리가 없을 텐데 내가 어리석었군요."

- 18장 설렘과 두려움 中 -

 

나는 잠시 망설이면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원하는게 없어요? 없으면 이만 돌아갈게요."

야화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거요? 내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나를 쳐다보며 다음 말을 이었다. "당신 하나뿐이었어요."

- 19장 두근대는 심장 中 -

 

 

<마무리>

2차 저작물이 나오는데는 이유가 있달까. 오랜만에 참신한 서사의 로맨스 소설을 본 것 같다.

전생, 현생, 내세로 표현되는 삼생이 있다는 불교의 세계관과 구중천, 사해팔황을 비롯한 도교의 세계관이 적절하게 섞여 가볍게 읽기 좋은 무협판타지 로맨스가 탄생했다.

정통 무협이 아니어서 입문자도 읽기 좋을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아서 이를 통한 유입도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깊은 해설은 없어서 섬세하고 탄탄한 세계관을 원한다면 조금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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