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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칼의 노래 - 김훈 / 줄거리 & 명대사 & 후기

by 책 읽는 꿀벌 2022. 8. 11.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오랜만에 책을 손에 잡아본 것 같습니다.

사장되어 가는 한문 문학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소설이죠. 이번에 읽은 책은 난중일기 등을 바탕으로 충무공 이순신의 인간다운 면모를 잘 표현한 김훈의 '칼의 노래'입니다.


<책소개>

저서 : 칼의 노래
저자 : 김훈
발행일 : 2014-01-15 (최초발행 2001)
페이지 : 487
등장인물 : 충무공(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도원수 권율, 여진, 송여종, 안위, 임금(선조)

               가토 기요마사, 고니시 유키나가, 진린, 유정 등

 

<줄거리>

백의종군 이후부터 전사한 순간까지의 충무공 이순신을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소설이다.

아비규환과 다를 바 없었던 16세기의 조선에 선조, 조정의 대신들, 명나라 장수, 조선의 백성과 일본 군사들 그 어느 곳에도 섞이지 못하고 번민과 고뇌로 밤을 지새운 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명대사>

나는 적의 적의敵意의 근거를 알 수 없었고 적 또한 내 적의의 떨림과 깊이를 알 수 없을 것이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적의가 바다 가득히 팽팽했으나 지금 나에게는 적의만이 있고 함대는 없다. - 칼의 울음 中 -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 가진 한 움큼이 조선의 전부였다. 나는 임금의 장난감을 바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력을 한탄했다. 나는 임금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함대를 움직이지는 않았다. - 다시 세상 속으로 中 -

 

임금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죽임으로써 권력의 작동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길삼봉은 천 명이 넘었으나, 길삼봉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중략) 길삼봉은 강력한 헛것이었다. 바다 건너의 적들처럼, 길삼봉은 보이지 않았다. 내 칼은 보이지 않는 적을 벨 수 없었다. 나는 두개골 속이 가려웠다. 나는 맑은 청정수를 들이켜고 싶었다. 이 세상과의 싸움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헛것은 칼을 받지 않는다. 헛것은 베어지지 않는다. - 허깨비 中 -

 

나는 임금이 가여웠고, 임금이 무서웠다. 가여움과 무서움이 같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임금은 강한 신하의 힘으로 다른 강한 신하들을 죽여왔다. - 몸이 살아서 中 -

 

나는 다만 적의 적으로서 살아지고 죽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나의 충을 임금의 칼이 닿지 않는 자리에 세우고 싶었다. 적의 적으로서 죽는 내 죽음의 자리에서 내 무와 충이 소멸해주기를 나는 바랐다. - 식은땀 中 -

 

명량에서는 순류 속에 역류가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다. 적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여기는 사지死地였다. 수만 년을 거꾸로 뒤채는 그 물살을 내려다보면서, 우수영 언덕에서 나는 생사와 존망의 흐름을 거꾸로 뒤집을 만한 한줄기 역류가 내 몸속의 먼 곳에서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몸의 느낌이었을까, 아니면 바람이었을까. 희미했지만, 그것은 확실했다. 내 몸이 그 희미한 역류를 증거하고 있었다. 그것이 삶에 대한 증거인지 죽음에 대한 증거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여기는 사지였다. - 적의 기척 中 -

 

내가 적을 죽이면 적은 백성을 죽였고 적이 나를 죽인다면 백성들은 더욱 죽어나갈 것이었는데, 그 백성들의 쌀을 뺏고 빼앗아 적과 내가 나누어 먹고 있었다. 나의 적은 백성의 적이었고, 나는 적의 적이었는데, 백성들의 곡식을 나와 나의 적이 먹고 있었다. - 구덩이 中 -

 

적들이 지나간 마을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적의 말똥에 섞여나온 곡식 낟알을 꼬챙이로 찍어 먹었다. 아이들이 말똥에 몰려들었는데, 힘없는 아이들은 뒤로 밀쳐져서 울었다. 사직은 종묘 제단 위에 있었고 조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 사지에서 中 -

 

임진년의 싸움은 힘겨웠고 정유년의 싸움은 다급했다. 모든 싸움에 대한 기억은 늘 막연하고 몽롱했다. 싸움은 싸움마다 개별적인 것이어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때마다 그 싸움이 나에게는 모두 첫번째 싸움이었다. 지금 명량 싸움에 대한 기억도 꿈속처럼 흐릿하다. 닥쳐올 싸움은 지나간 모든 싸움과 전혀 다른 낯선 싸움이었다. 싸움은 싸울수록 경험되지 않았고, 지나간 모든 싸움은 닥쳐올 모든 싸움 앞에서 무효였다. - 누린내와 비린내 中 -

 

나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희망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언어로 개념화되는 어떠한 미래도 생각하지 않았다. 희망은 멀어서 보이지 않았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죽음 또한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 - 국물 中 -

 

- 저자들 중에 내 배를 쏜 자들도 있습니다. 저자들의 머리를 걸지 않으면 어찌 우수영을 통솔하겠습니까?

(생략)

- 송여종, 베어져야 할 자는 너다. 

송여종이 눈을 부릅떴다.

- 그리고 나다. 네가 백성을 온전히 지켰더라면, 어찌 백성이 너에게 총을 쏘았겠느냐? - 더듬이 中 -

 

나는 울음을 우는 포로들의 얼굴을 하나씩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포로들은 모두 각자의 개별적인 울음을 울고 있었다. 그들을 울게 하는 죽음이 그들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죽음을 우는 그들의 울음과 그 울음이 서식하는 그들의 몸은 개별적인 것으로 보였다.그 개별성 앞에서 나는 참담했다. 내가 그 개별성 앞에서 무너진다면 나는 나의 전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었다. - 옥수수숲의 바람과 시간 中 -

 

 

<마무리>

우리 모두 충무공의 위인적 서사에 대해서는 어릴적부터 접해 왔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 조선을 구한 영웅이자 구국의 공신인 충무공 이순신.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북선이나 임진왜란을 떠올리거나 충무공을 주인공으로한 드라마, 영화 등을 생각한다. 하지만 영웅적인 면모 이면에 그 또한 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칼의 노래'는 이런 이순신의 모습을 픽션과 역사적 사료를 적절히 섞어 잘 풀어냈다고 생각된다.

비극적이고 잔인했던 조선의 현실에서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인간 이순신의 고뇌를 엿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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