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 줄거리 & 명대사 & 후기

by 책 읽는 꿀벌 2022. 9. 3.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한동안 현생을 사느라 책을 많이 못 보다가 오랜만에 e-book을 켰습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삶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이렇게 사는게 옳다.'라는 기준은 없지만 더 나다운 삶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책소개>

저서 :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 니코스 카잔차키스
발행일 : 1946년
페이지 : 482
등장인물 : 나, 알렉시스 조르바, 오르탕스 부인, 과부(소멜리나), 스타브리다키
미미코, 마브란도니, 마놀라카스, 자하리아 신부 등

 

<줄거리>

나는 아테네 항구의 선술집에서 친구 스타브리다키와의 헤어짐을 회상한다. 그러다가 선술집에 들어온 조르바와 만난 나는 함께 크레타 섬으로 떠난다. 크레타에서 나와 조르바는 갈탄 광산 개발에 착수한다. 이 동네에서 조르바는 늙은 카바레 가수 오르탕스 부인을 '부불리나'라고 부르며 연애를 한다. 그리고 나는 마을 청년들을 홀린다 하여 배척받는 젊은 과부에게 한눈에 사로잡히고 만다.
나와 조르바는 갈탄 광산 개발을 위해 케이블을 설치할 생각을 하게 되고 조르바는 고가 케이블 설치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시내로 향한다. 이때 한 청년(파블리/ 마브란도니의 아들)이 과부와 이어지지 못해 자살을 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더욱 과부를 저주하게 되는데 나는 이런 상황에서 과부를 옹호한다. 조르바를 기다리면서 나는 오르탕스 부인에게 조르바가 결혼을 생각중이라고 농담을 한다. 조르바는 시내에서 롤라라는 젊은 여인과 연애를 하고 돌아와서 이 소식을 알게 된다.
조르바가 돌아온 후 케이블을 설치할 숲에 대한 계약을 하러 수도원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자하리아라는 수도승을 만나 동행한다. 수도원에서 밤중에 총성이 울리고 금발의 신부가 살해된다. 사건에 대한 진상을 숨기기 위해 나와 조르바는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 후 수도원을 떠난다. 오르탕스가 그들을 찾아와 결국 조르바와 오르탕스는 바닷가에서 약혼을 한다.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듣고 과부를 찾아간다. 다음날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나는 붓다의 원고를 마무리하게 된다.
부활절 날, 나는 오르탕스 부인의 문병을 다녀오는 길에 춤을 추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만난다. 그때 시끌벅적한 틈을 타서 교회에 꽃을 바치러 왔던 과부는 사람들에게 들켜 몰매를 맞는다. 마놀라카스(파블리의 사촌이자 마을 경관)이 단도를 들고 과부를 죽이려 하는 순간 조르바가 나타나 그를 막는다. 하지만 빈틈을 노려 마브란도니 영감이 과부의 목을 그어 피살한다. 실의에 빠진 나와 조르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르탕스 부인이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찾아간다. 마을 사람들은 연고가 없는 오르탕스 부인의 재산을 탐내서 곡을 하며 그녀의 죽음을 기다린다. 오르탕스 부인은 곧 죽음을 맞이한다.
수도원을 떠나기 전, 조르바는 수도원에 환멸을 느낀 자하리아를 부추겼는데 결국 그가 수도원에 방화를 일으키고 오두막을 찾아온다. 조르바는 그가 해변에서 죽은 것을 보고 그 시신을 수도원에 갖다 놓는다. 고가 케이블 설치를 끝내고 준공식 날이 밝았다. 수도원에서 사람들이 나와 방화 사건에 대해 방화범이 시체로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케이블을 처음으로 가동 한 결과, 노력했던 것과 달리 불꽃이 튀며 케이블이 무너져 3번의 시도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준공식에 온 수도승, 마을 사람 모두 도망치고 조르바와 나만 남는다.
조르바와 나는 준비된 술과 음식을 먹으며 춤을 춘다. 이후에 둘은 헤어지게 되고 간혹 우편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갑작스럽게 직감하게 된 나는 조르바에 대한 원고를 집필하게 되는데, 이를 모두 끝냈을 때 조르바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명대사>

슬픈 이별의 인사, 약속, 긴 입맞춤, 다급한 당부의 말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친구는 친구에게 달려갔다. 영원히 떠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작은 이별들이 다른 이별, 영원한 이별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풀이 어떻게 돋아나고 똥과 진흙 속에서 어떻게 꽃으로 자라나지요? 조르바, 자신한테 비료와 진흙은 사람이고 꽃은 자유라고 말해 보는 게 어때요?
"그러면 씨앗은요? 풀이 돋아나려면 씨앗이 있어야 할 게 아닙니까? 우리 안에 그런 씨앗을 집어넣은 건 누구란 말이오? 왜 이 씨앗은 친절하고 정직한 곳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겁니까? 왜 피와 더러운 것이 비료가 되어야만 하느냐는 말입니다."
- 나 & 조르바 -

보다 고상한 정열에 휩쓸리는 것. 그것 역시 또 다른 노예 상태는 아닐까? 사상이나 민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우리가 따르는 것이 고상할수록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다는 뜻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좀 더 넓은 경기장에서 재미를 보다가 그 사슬을 벗어나지 못한 채 죽는 건 아닐까? 그럼 그게 우리가 말하는 자유?

우리가 흔히 받아들이는 모든 것이 조르바 앞에서는 엄청난 수수께끼가 된다. 지나가는 여자를 봐도 그는 말을 멈추고 큰일이라도 난 듯 이야기한다.
"저 신비스러운 정체는 뭘까요? 여자란 무엇인가요? 왜 이렇게 궁금하게 만드는 걸까요? 말해봐요. 나는 저 여자란 것의 정체를 묻고 있는 거요."
그는 묻고 또 물었다.
남자나 꽃이 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면서도 똑같이 놀라워했고 물었다.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 대했다.

"보스, 화내지 마세요. 나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내가 사람을 믿으면 하느님도 믿고 악마도 믿을 거요. 그게 그거니까. 보스, 그리되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고 나는 혼란에 빠질 겁니다." (중략)
"네, 안 믿어요. 몇번이나 말해야 알아든는 거요? 아무도 안 믿고 아무것도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것들보다 낫다고 하는 말은 아니오. 눈곱만큼도 나을 게 없지. 그놈 역시 짐승이거든.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조르바뿐이라 그렇소. 나머지는 모두 허깨비들이지.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낸 것만 믿어요.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죽는 거지.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죽는 거요."
- 조르바 -

"(생략)보스, 사람들을 그냥 놔둬요. 그 사람들 눈 뜨게 해 주려 하지 말고요. 좋아요, 뜨게 했다 칩시다. 뭘 볼까요? 비참하지요. 보스, 눈 감은 놈은 눈 감은 대로 놔두는 게 좋답니다. 꿈꾸게 내버려 두란 말입니다."
- 조르바 -

나는 행복했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행복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흘러간 뒤에야 그것을 돌아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그 크레타 해안에서 나는 행복했고 행복하다는 걸 실감했다.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그가 조금 뜸을 들이고는 말을 계속했다.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聖物)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나는 뇌의 기능이 더할 나위 없이 거칠고 대담한, 정신은 누군가가 건드릴 때마다 불이 되어 타오르는 이 사나이에게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조르바 -

"내게는, 저건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 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목, 나는 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도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태연하게 했습니다. 나는 사람의 멱도 따고 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습니다. 왜요? 불가리아 놈, 아니면 터키 놈이기 때문이지요. 나는 때로 자신을 이렇게 질책했습니다. <염병할 놈, 지옥에나 떨어져, 이 돼지 같은 놈! 싹 꺼져 버려. 이 병신아!>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 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생략)"
- 조르바 -

"인간이란 참 묘한 기계지요. 속에다 빵, 포도주, 물고기, 홍당무 같은 걸 채워주면 그게 한숨이니 웃음이니 꿈이 되어 나오거든요. 무슨 공장 같지 않소. 우리 대가리 속에 발성 영화기 같은 거라도 들어 있나 봐요."
- 조르바 -

"조르바, 우리는 구더기랍니다. 엄청나게 큰 나무의 조그만 잎사귀에 붙은 아주 작은 구더기지요. 아 조그만 잎이 바로 지굽니다. 다른 잎은 밤이면 가슴 설레며 바라보는 별입니다. 우리는 이 조그만 잎 위에서 우리 길을 조심스럽게 시험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잎의 냄새를 맡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알아보려고 우리는 맛을 보고 먹을 만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이 잎의 위를 두드려 봅니다. 잎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소리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겁이 없는 사람들이겠지요) 잎 가장자리까지 이릅니다. 거기에서 고개를 빼고 카오스를 내려다봅니다. 그러고는 부들부들 떱니다. 밑바닥의 나락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되지요. (생략)"
- 나 -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 조르바 -

"조르바,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위,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한 부류는 자기 삶을 사는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지요.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글쎄, 무슨 싸움일까요? ...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지요."
- 나 -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 (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마무리>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나는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조금은 지루한 기준을 갖고 있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적당한 윤리관을 바탕으로 현실에 타협하면서 사는 것이다. 일신의 안위와 간혹 즐기는 여흥을 위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의미 없는 일에 투자하면서 말이다. 이런 시간이 쌓일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사고는 편협해진다.
이 책은 조르바의 경험을 서술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에는 거침없는 그의 언행에 거북함을 느끼기도 했다. 전쟁을 겪고 수많은 남자와 여자, 사람을 겪은 조르바는 머뭇거리는 법이 없다. 하고싶은 말과 행동을 표현하는 것에 거침이 없고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짓도 하지 않는다. 현재에만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을 겪어내며 깨달은 단순한 진리일 것이다. 그러한 깨달음을 얻게 된 조르바가 부러우면서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