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헤르만 헤세의 정신적인 전기라고도 불리는 소설이자, 학생 때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고전 소설 '데미안'입니다.
길지는 않지만 문장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게 돼서 절대 빨리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청소년기 필독서 중 하나로, 성인이 된 후에 다시 읽어도 새로운 감상을 남기는 책인 것 같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느낌이어서 주말에 조용히 사색에 잠겨 읽는걸 추천드려요!
<책소개>
저서 : 데미안
저자 : 헤르만 헤세
발행일 : 1919년
페이지 : 240
등장인물 : 에밀 싱클레어, 막스 데미안, 프란츠 크로머,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 크나우어 등
<줄거리>
1. 두 세계
싱클레어는 유년기 시절 불량소년 프란츠 크로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과수원의 사과를 훔쳤다고 거짓말 하고 이를 약점으로 잡혀서 크로머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갈취당한다. 여기서 프란츠 크로머가 속한 어두운 세계와 부모님이 속한 밝은 세계가 대립되는데, 이때 싱클레어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감, 경멸, 무시 등의 감정을 느끼며 자신이 밝은 세계에서 분리되는 것을 경험한다.
2. 카인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처음 만났을 때, 아벨을 죽인 카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데미안은 카인이 악인의 대명사가 아니라 "용기와 특성을 지닌" 인물이라고 말하며, 기독교적 종교관과 해석에 의문을 제시한다. 이후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다른 의미에서 (정신적으로) 싱클레어를 밝은 세계에서 분리시킨다.
3. 도둑
데미안은 성경에 나오는 두 도둑 중 참회하지 않은 도둑을 "우직한 개성을 지닌" 인물로 해석한다. 이는 성경을 비롯한 기독교적 신조를 자유롭고 개인적이며 흥미롭고 상상력 넘치는 방법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도록 이끌어준다. 싱클레어는 해설을 들으며 기독교의 이원론적 해석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4. 베아트리체
싱클레어는 중등 교육기관인 김나지움에 진학한 이후, 술을 마시고 쾌락을 좇으며 산다. 그러다 어느 날 공원에서 한 여인을 보고 마음 속으로 '베아트리체'라고 이름 짓는다. 그녀는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녀를 본 이후 싱클레어는 그림을 그리고 술을 멀리하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다. 얼마 후 오랜만에 데미안을 만난 싱클레어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데미안은 싱클레어 집 출입문 아치의 문장에 그려진 새를 먹이려 한다. 새는 싱클레어를 안에서부터 먹어치우려 했고 이에 두려움을 느끼며 잠에서 깬다. 그리고 지구(알)을 깨고 나오는 황금색 머리의 매 그림을 그려 데미안에게 보낸다.
5.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이후 교과서 사이에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데미안이 그림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쪽지에 적힌 신 '아브락사스'에 대해 알아보던 중,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를 만난다. 교회에서 연주를 하는 그와 가깝게 지내며 신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악마이기도 한 아브락사스에 대해 알아간다. 그는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을 통해 내면의 갈등을 마주보고 내적 자아의 성장을 이뤄내면서 자신의 꿈, 생각, 감정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된다.
6. 야곱의 씨름
어느 날 그는 어머니이자 연인이면서 동시에 창녀이자 매춘부인 낯선 여성을 꿈 속에서 대면하게 된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꿈에 나타난 영상과 씨름하면서 선악의 대립되는 세계가 자신 안에서 통합되는 일체감, 즉 아브락사스를 체험하게 된다. 비로소 어릴 적 <두 세계>의 억눌림과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하지만 싱클레어가 과거의 종교 의식에 집착하는 피스토리우스를 비판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깨지고 만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진정한 성취는 자기 자신에게로 가 자신의 운명을 찾아 그 운명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그리고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실천하는 것, 이를 위해 감당해야 할 고독의 깊이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7. 에바 부인
싱클레어는 대학 진학 후 관습적인 문화에 염증을 느낀다. 그러던 중에 그는 우연히 데미안과 조우하게 된다. 이로인해 전체주의와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동시에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만난다. 데미안은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모임을 갖고 있었고, 싱클레어는 이 모임에 참여한다. 그는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들의 연대 공동체 안에서 커다란 충족감을 누렸다. 동시에 싱클레어는 꿈 속 영상을 통해 그토록 강렬하게 내면에서 그리워했던 아브락사스의 얼굴을 가진 에바 부인에게서 이성애를 느낀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 자신을 내면의 성숙으로 이끄는 상징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관능적 욕구를 불태우게 만드는 여인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8. 종말의 시작
에바 부인, 데미안, 싱클레어 모두가 전쟁의 예감을 각자의 방식으로 체험한 가운데, 전쟁이 시작된다. 데미안은 준비된 사람답게 국제 상황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었고, 대위로서 전쟁에 참여한다. 싱클레어 또한 데미안으로부터 전쟁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에게 맞닥뜨린 운명을 대면하기 위해 전쟁터로 나간다. 싱클레어는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당하게 되지만, 그에게 주어진 운명을 대면한 결과일 뿐이다
<명대사>
나는 꾸중을 들으면서 속으로 다른 잘못에 대해서도 함께 야단맞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때 문득 내 안에 새롭고 묘한 느낌이, 가시가 잔뜩 박힌 사악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스쳤다. 내가 아버지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잠시 동안이긴 해도 진실을 모르는 아버지가 우습게 보였고, 젖은 신발에 대한 꾸지람도 내게는 사소한 일처럼 여겨졌다. '만일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치 살인을 고백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훔친 빵에 대해서만 심문을 받는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추하고 불쾌한 느낌이었지만 강렬하고 몹시 매혹적이었다.
- 1. 두 세계 中 -
그들은 내 고백을 다정하게 들어주고 상냥하게 대해주며 안쓰러워하겠지만,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 모든 일을 일종의 실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은 운명이었는데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열한 살도 안 된 아이가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내 이야기를 들려줄 마음이 없다. 내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감정의 일부를 생각으로 전환하는 법을 배운 어른들은, 아이에게 그런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그런 경험 또한 있을 리 없다고 결론 짓는다. 하지만 삶에서 내가 그때처럼 치열하게 경험하고 괴로워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 2. 카인 中 -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평범한 사람에게 이것은 자신이 삶에서 원하는 바가 주변 환경과 격렬하게 충돌하는 순간이자,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가장 혹독히 싸워야 하는 순간이다. 어린 시절이 삭아서 천천히 붕괴될 때,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들이 떠나가고 문득 주위에 우주의 고독과 치명적 냉기를 느낄 때, 많은 이들은 일생 단 한 번 우리의 운명인 죽음과 재탄생을 경험한다.
- 3. 도둑 中 -
금지된 것을 전혀 하지 않고도 극악무도한 악당이 될 수 있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사실 이것은 단순히 편암함의 문제거든! 편안함에 빠져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귀찮은 사람은 법을 있는 그대로 따르지. 그게 쉬우니까. 반면에 다른 이들은 자기 내면의 법칙을 스스로 감지해. 그 법칙은 신사로서 날마다 해야 하는 일을 금지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른 일을 허용하기도 하지. 각자가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거야.
- 3. 도둑 中 -
내 내면이 이런 모습이라니! 세상을 경멸하며 쏘다니던 내가! 마음속에 자부심이 넘치고 데미안과 같은 생각을 하던 내가! 취한 채 흐트러져 있는 인간쓰레기, 역겹고 야비하고 더러운 돼지, 끔찍한 욕망에 사로잡힌 보잘것없는 짐승이 내 모습이라니! 모든 것이 빛나고 순수하며 부드러운 정원에서 자란, 바흐의 음악과 아름다운 시를 사랑했던 내가 이런 모습이라니! 나의 웃음소리, 취해서 흥청거리며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바보 같은 웃음소리가 여전히 들려와 역겨움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그게 바로 나였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견디는 일은 희열에 가까웠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눈이 먼 채 멍하니 기어다녔고, 내 가슴은 말을 잃고 헐벗은 모습으로 구석에 처박혀 있었기에 이런 자기혐오와 공포, 영혼의 끔찍한 감정조차 반가웠다. 어쨌거나 이것은 감정이었고 커다란 불꽃으로 타올랐으며 그 안에서 내 심장이 뛰었다! 비참한 가운데서도 해방과 봄 같은 것을 혼란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 4. 베아트리체 中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5.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中 쪽지-
"(생략) 다시 말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거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싶거든 잠시 멈추고, 그것은 아브락사스가 당신 안에서 상상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오! 당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은 결코 아무개 씨가 아니라 위장한 존재일 뿐이오.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이는 상대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이오. 우리 안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우리를 괴롭히는 법은 없으니까."
- 6. 야곱의 씨름 中 피스토리우스-
누구에게나 '과제'가 있지만 그 과제는 스스로 선택할 수도, 맘대로 결정해서 행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신들을 원하는 것도 잘못이었고, 세상에 무언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완전히 잘못됐다! 깨우침을 얻은 인간에게 의무란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길이 이끄는 곳이면 어디든 그 길을 따라 앞으로 더듬어 나아가는 것뿐, 그 외에 다른 의무는 절대, 절대, 절대로 없었다. 그 깨달음은 나를 깊이 뒤흔들었다.
- 6. 야곱의 씨름 中 -
"(생략) 유럽의 영혼은 끝없이 오랫동안 갇혀 있던 짐승과 같지. 자유를 얻었을 때 첫 움직임은 그리 아름답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방해받고 마비되기를 반복해온 영혼의 진정한 욕구가 드러날 수만 있다면, 제대로 가든 돌아서 가든 방법은 중요하지 않아. 그렇게 되면 우리의 날이 올 거고 사람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게 돼. 인도자나 새로운 법을 만드는 사람으로서가 아니야. 더 이상 새로운 법이 필요 없을 테니까. 그 대신 운명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설 준비와 의지를 갖춘 사람으로서 말이지. 이를테면 자신의 이상이 위협당할 때 사람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 일을 하려고 마음먹지. 하지만 새로운 이상, 새롭고 어쩌면 위험하면서 불길한 충동이 자라나 문을 두드리면 거기에는 아무도 없어. 그때 거기에서 준비하여 함께 나아갈 소수의 사람들이 우리가 될 거야. 그것이 우리가 표식을 지닌 이유거든. (생략)"
- 7. 에바 부인 中 데미안 -
붕대를 감는 일은 아팠다. 그때 이후로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하지만 가끔 열쇠를 찾아내 나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 내려가면 그곳에 있는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영상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 어두운 거울 위로 몸을 숙여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나 자신의 모습은 이제 그와 똑같아져 있었다. 내 친구이면서 인도자였던 그와.
- 8. 종말의 시작 中 -
<마무리>
유아기에는 대부분 가족이 보여주는 밝은 세계만을 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집 밖으로 나와 그에 대립하는 어두운 세계를 접하게 된다. 처음 싱클레어가 생각한 세계도 이처럼 이분법으로 나뉘어 있다. 그는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을 때 죄책감과 더불어 묘한 쾌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밝고 선하며 절대적이었던 존재를 거스른다는 불안함과 배덕감으로부터 비롯된 희열은, 옳지 못하다고 교육받았음에도 중독되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소년기에 자신의 내면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의 이상향과 실제 나 사이의 괴리를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자신의 모습을 맞추게 되고 사회가 말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하게 된다.
하지만 데미안에서 말하는 자아의 성장은 우리가 느끼는 내면의 선과 악을 하나로 느끼도록 한다.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을 통해 내면의 일치를 이루고 자신의 운명을 찾는 것이 유일한 과제라고 설명한다. 이를 깨닫고 다른 이들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의 신념과 판단 하에 선택을 내리는 이들을 책에서는 카인, 즉 '표식을 지닌 자'라고 표현한다. 평화의 시대가 끝나고 변화가 닥쳐올 때 사람들은 이들을 필요로 한다.
사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법을 따르기만 한다면 편하다. 내가 무언가를 판단할 필요도 재단할 필요도 없다. 이렇듯 평온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삶의 가치관과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아직 자아를 깨닫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라면 이 책이 외부에 간섭받지 않고 본인만의 주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데미안'이 수많은 청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나 경험했을 (혹은 경험하고 있을) 불확실한 신념과 흔들리는 가치관이 주는 괴로움을 싱클레어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길을 선택할 지는 각자의 문제이겠으나 자신만의 기준이 세워진다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든 그 스스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싱클레어가 말한 인생의 한 가지 과제를 더 빠르게 성취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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