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삶과 죽음 그 경계의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어봤습니다.
노라 시드의 삶을 통해 인생의 두번째 기회에 대해 간접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어요.
하지만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으로 가득한 노라의 입장을 100%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노라와 같이 굴곡이 깊고 후회가 짙은 삶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이 어떤걸 잘 할 수 있는지도 모른채 무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미래의 다양성과 '나'에 대한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책소개>
저서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저자 : 매트 헤이그
발행일 : 2021.04.28
페이지 : 408p
등장인물 : 노라 시드, 엘름 부인, 댄, 조, 애쉬, 이지 (이사벨 허쉬), 위고 르페브르, 닐, 라비 등
<줄거리>
노라는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던 수영도, 좋은 성적도, 뛰어난 작곡과 노래 실력도 가졌다. 하지만 모든 걸 이루기 전 포기해버렸고 결국 고향 동네에서 혼자 고양이를 기르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중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죽음과 실직 등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노라가 수면제를 먹은 후, 사방에 안개가 깔린 장소에서 눈을 뜬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00:00:00에서 흐르지 않는 작은 크기의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가자 초록색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끝 없이 이어진 서가와 학교 사서였던 엘름 부인이 있었다. 이곳에서 엘름 부인은 노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엘름 부인은 삶과 죽음 사이에는 거쳐가는 중간 지대가 있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며 노라의 경우 '도서관'이 그 공간이라고 한다. 엘름부인은 이 '자정의 도서관(Midnight Library)'에 있는 책들을 통해 노라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먼저 '후회의 책'을 통해 자신의 후회와 마주한 노라는 댄과 결혼해서 펍을 운영하는 삶, 국가대표 수영선수, 빙하학자, 세계적인 밴드 가수, 친구 이지와 호주로 가는 삶, 자살을 시도했던 삶, 철학을 공부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삶 등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본다.
여러 가지 삶들을 겪어보며 노라는 결국 자신의 원래 삶이 가장 행복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도서관이 붕괴되면서 노라는 현실로 돌아온다.
<명대사>
"압박감이 너무 컸어요."
"하지만 바로 그 압박감이 우릴 만드는 거야. 석탄이 압력을 받으면 다이아몬드가 되는 거라고."
노라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닐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지 않았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둘 다 탄소이기는 해도 석탄은 불순물이 너무 많이 섞여서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다이아몬드가 될 수 없다. 광물학에 따르면 한 번 석탄은 영원한 석탄이다. 어쩌면 그게 현실적인 교훈일 것이다.
사람은 도시와 같아서 마음에 덜 드는 부분이 몇 개 있다고 해서 전체를 거부할 순 없다. 위험해 보이는 골목길이나 교외 등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다른 장점이 그 도시를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 '-하고 싶다'는 건 재미있는 말이야. 그건 결핍을 의미하지. 가끔씩 그 결핍을 다른 걸로 채워주면 원래 욕구는 완전히 사라져. 어쩌면 넌 무언가를 원한다기보다 무언가가 결핍된 것일지 몰라. 네가 정말로 살고 싶은 삶이 있을 거다."
어쩌면 자살마저도 너무 활동적인 행위일 것이다. 그냥 둥둥 떠다니며 달리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변화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인생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인생이 그럴지도 모른다.
"룩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물이란다." 엘름 부인이 말했다. "사람들은 룩을 만만하게 봐. 룩은 직선으로만 움직이지. 사람들은 퀸과 나이트, 비숍만 감시해. 왜냐하면 그 기물들은 교활하거든. 하지만 널 무너뜨리는 건 대부분 룩이야. 직선으로 움직이는 건 보기보다 간단하지 않아."
노라는 엘름부인이 체스 얘기를 하는게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잊어버린다. 경도와 위도가 얼마나 긴지 무감각해진다. 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광활한지 깨닫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노라는 짐작했다.
하지만 일단 그 광활함을 알아차리고 나면, 무언가로 인해 그 광활함이 드러나면,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희망이 생기고 그것은 고집스럽게 당신에게 달라붙는다.
하지만 어쩌면 모든 삶이 다 그럴지 모른다. 겉보기에는 아주 흥미진진하거나 가치 있어 보이는 삶조차 결국에는 그런 기분이 들지 모른다. 실망과 단조로움과 마음의 상처와 경쟁만 한가득이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험은 순간에 끝난다. 어쩌면 그것만이 중요한 의미인지 모른다. 세상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는 것. 부모님이 불행했던 이유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성취하겠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처음으로 무언가를 깨닫고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에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중략)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에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엠나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우울증의 기본이며 두려움과 절망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두려움은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문이 닫힐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반면 절망은 문이 닫히고 잠겨버린 뒤에 느끼는 감정이다.
그녀가 가진 단 하나의 진실이자, 이제는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쁜 진실, 타협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대놓고 환영하는 진실이었다. 노라는 그 진실을 서둘러, 하지만 종이 위로 펜촉을 꾹꾹 눌러가면서 확실히 적었다. 대문자, 일인칭 현재 시제로.
그녀에게 가능한 모든 인생의 씨앗이자 시작인 진실. 예전에는 저주였으나 이제는 축복이 된 진실.
다중 우주의 잠재력과 힘을 간직한 간단한 문장이었다.
나는 살아 있다.
후회하고 계속 후회하고 시간이 바닥날 때까지 한도 끝도 없이 후회하기는 쉽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다. 후회 그 자체다. 바로 이 후회가 우리를 쪼글쪼글 시들게 하고,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원수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 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지 못한 삶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모든 곳을 다 방문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을 다 만날 수 없으며,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삶에서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기지 않아도 승리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다.
<마무리>
'후회'라는 단어는 어떻게 봐도 부정적인 단어다. 우리는 매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면 산다. 후회는 죄책감, 자기혐오, 또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누구나 자신이 후회하는 순간으로 돌아가 그 선택을 바로잡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롯이 자신 때문에 그 상황이 일어났으므로, 자신이 돌아가면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나온 노라의 '후회의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저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후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후회는 그저 내가 인식하는 세계의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됐다. 과거에 무슨 행동을 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는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내 후회의 무게를 조금 가볍게 했다. 불완전한 후회는 언제든 사라지거나 새로 생길 수 있다. 이렇듯 불완전한 자기 착각만을 곱씹으며 삶을 영위하는건 스스로 삶의 기쁨을 바닥에 패대기치는 것이 아닐까.
살아 숨 쉬고 내 삶에 대한 선택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를 위한 더 좋은 결정을 내리고자 매 순간 노력할 것이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해왔다고 해도 삶 속에는 굴곡이 존재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 지는 몰라도 이러한 변화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앞으로 나갈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그 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을 위한 용기와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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