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오랜만에 단편 소설집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일상이 바쁘고 힘들수록 단편집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하루하루가 쉽지 않고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하지만 결국 그 날들도 평범한 하루일 뿐이란 것도 알고 있죠.지극히
<책소개>
저서 : 이토록 평범한 미래
저자 : 김연수
발행일 : 2022-10-07
페이지 : 276쪽
<줄거리>
이토록 평범한 미래
난주의 바다 앞에서
진주의 결말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엄마 없는 아이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사랑의 단상 2014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명대사&구절>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햇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략) 말로는 골백번을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이토록 평범한 미래 中 자유로운 마음 발췌 -
"메이저리그 투수가 한 말중에 이런 게 있어요. '이기면 조금 배울 수 있지만 지면 모든 걸 배울 수 있다.' 지기만 하는 인생도 나쁘지 않아요. 중간에 선택을 바꾸지만 않는다면."
(중략)
어릴 때 내가 상상한 미래는 지구 멸망이나 대지진,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나 제3차세계대전 같은 끔찍한 것 아니면 우주여행과 자기부상열차, 인공지능 등의 낙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 이토록 평범한 미래 中 -
자연을 닮아 인생의 나날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비와 눈과 바람 같은 일들이 느닷없이 벌어지곤 했다. 그때마다 그들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짜려는 소설가나 숨겨진 의미를 알아내 불가해한 것들을 상징으로 만들려는 시인처럼 자신의 인생사를 설명했다.
- 난주의 바다 앞에서 中 -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 진주의 결말 中 -
"(생략) 모든 믿음이 시들해지는 순간이 있어. 인간에 대한 신뢰도 접어두고 싶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때가. 그럴 때가 바로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 아무리 세찬 모래 폭풍이라고 할지라도 지나간다는 것을 믿는, 버스 안의 고개 숙인 인도 사람들처럼. 그건 그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였어.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도 책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그분들은 왜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할까? 나는 왜 같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을까?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된 거야, 그 이유를."
"이유가 뭔데?"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지."
-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中 -
그녀가 미국으로 떠나던 날, 아버지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인생에는 있는 법이다.
- 엄마 없는 아이들 中 -
명준은 그렇게 상실을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그 울음은, 말하자면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의 울음이었다.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그렇게 엄마 없는 첫 여름을 그는 영영 떠나보냈다.
- 엄마 없는 아이들 中 -
'明日よ、 自由を、自由をおくれ (내일이여, 자유를, 자유를 다오)'라는 그 가사처럼, 한때는 간절한 마음이 전부였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건만 이제는 서로를 비추는 두 개의 거울처럼, 서로의, 서로에 대한 기억들만이 원망의 목소리도, 흐느낌도, 한숨 소리도, 웃음 소리도 없이 순수한 묵음으로 남 아 있을 뿐이니.
-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中 -
"언제나 마음이 유죄지."
영원한 여름이란 환상이었고,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사랑이 저물기 시작하자, 한창 사랑할 때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마음이 점점 길어졌다. 길어진 마음은 사랑한다고도 말하고, 미워한다고도 말하고. 알겠다고도 말하고, 모르겠다고도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말만 하고.
마음은 언제나 늦되기 때문에 유죄다.
- 사랑의 단상 2014 中 -
사람은 평생 삼천 명의 이름을 접한다고 한다. 이름과 얼굴을 함께 기억하는 사람은 삼백 명 정도인데 그중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서른 명이고, 절친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세 명이라고. 그렇다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건 언제나 한 명뿐이라고 지훈은 생각했다.
평생 삼천 명의 이름을 접한다고 해도 그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단 한 명뿐이라고. 그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사람의 삶은 외로운 것이라고.
- 사랑의 단상 2014 中 -
그처럼 내 안에는 당신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들, 아무런 쓸모도 없는 말들이 가득하네요. 끝내 부치지 못할 이 편지에 적힌 단어들처럼. 그중에서도 가장 쓸모없는 말은, 그때는 말할 필요조차 없었던, 하지만 이제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게 된 그 말, 한때 나를 사랑했던 너에게는 말할 수 있었으나 이제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는 그 말,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나를 사랑했던 너에게, 그리고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부디 잘 지내고, 잘 지내시길.
- 사랑의 단상 2014 中 -
<마무리>
김연수 작가는 반복되는 찬란한 상실 속에서도 미래를 기억하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특히 우리가 잃어버린 사랑과 잊고 지냈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과거는 미화되고 이뤄지지 못한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워진다. 누구나 빛바랜 기억 속에서 반짝이는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꺼내보는 이 기억을 아름다운 단어들로 풀어낸 소설로, 사랑이 그립지만 사랑하기는 두려울 때 다시 꺼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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