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교양 과제를 위해 읽었던 시집을 소개드립니다. 올해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이에요!
사실 시집은 잘 안 읽어봐서 조금 낯설었는데, 보다 보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시의 형식도 다양해져서 그냥 산문이라고 느껴지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유와 환유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을 끄집어내준다는 점이 시의 매력인 것 같아요.앞으로는 시집도 종종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소개>
저서 : 지구 밖의 사랑
저자 : 정보영, 문혜연, 이가인, 이은규, 차성환, 이윤우, 임지훈(평론가)
발행일 : 2023.03.10
페이지 : 188p
<줄거리>
동인 '행성'이 참여한 첫 앤솔러지 시집으로 6명의 시인이 6편의 시와 1편의 에세이를 선보인다.
각각의 장 뒤에는 행성 히치하이커 임지훈 평론가의 해설이 덧붙여져 있다.
프롤로그 - 지구 밖의 사랑 카운트다운 1분 30초 전
1. 눈 내리는 여름
- 그립
- 평양냉면 먹기
- 화곡
- 귀 기울여 듣는 여름
- 상영관
- 한겨울에 우유 데우기
- 우리, 첫눈이 내리면 만나요
- 행성 히치하이커 -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2. 슈팅스타, 톡톡
- 여름 이야기
- 한여름 슈팅스타
- 유월
- 여름
- 해변의 여름 귤나무
- 시계가 있던 자리
- 여름을 좋아하시나요?
- 행성 히치하이커 - 순간을 믿어요
3. 춤을 처음 춰 보는 사람들을 위한
- T
- 거울 - 커버
- skinny love
- 병실 영영호
- love, 버그
- 미미는 어디로
- 지속되는 한밤과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
- 행성 히치하이커 - 익숙한 시간 속에 불시착, 불시착
4. 차찬텡
- 나와 너와 귤과 탱자
- 당인리 발전소
- 흰
- 차찬텡
- 터키 아이스크림
- 밤의 물체 주머니
- 가도 가도 왕십리에서 버몬트 숲까지
- 행성 히치하이커 - 차찬텡, 차찬텡, 소리내어 말하면
5. 까맣고 못생긴 작고 슬픈
- 나의 개
- 버섯
- 캐시미어100
- 꽃
- 속눈썹
- 리미티드 에디션
- 희미한 슬픔만 남았으면 좋겠다
- 행성 히치하이커 - 계속 걸어볼까, 산뜻한 슬픔의 속도로
6. 위성들 위성들 위성들
- 상영
- 작고 의미 없는 것
- 붉은 잔
- 향으로 가득한 여백
- 사막의 꽃
- 가장자리
- 화면 안의 레벨업
- 행성 히치하이커 - 아름다운 가운데 단 하나
에필로그 - 사랑을 간직한 당신에게
추천의 말
<구절>
구름은 계속 서로를 뭉개고 있다 창문에 빗금이 쳐지고 있다 창을 조금 열어 빗소리에 귀를 널어 둔다 잘 그치지 않는 울음을 달고 여름이 지나고 있다.
- 귀 기울여 듣는 여름 中 일부 발췌-
기다리는 부고가 있어요 / 바라는 건 아니지만 / 이제 때가 되어 버린 //
전화가 울리지 않네요 / 원래 그럴 예정이었겠지만 / 오늘 하루는 그냥 지나가나 봐요 //
눈도 코도 입도 / 모두 흘러내렸다 / 다시 돋아나는 기분 //
기분은 너무 길고 / 그림은 영영 멈춰 버렸고 //
- 여름 中 일부 발췌-
다만 겨울은 지나간 걸 붙잡지 않고 / 아무리 잡아도 내가 잡은 흔적들만
내가 닦지 않으면 그대로 묻어 있고 / 잡고 있던 나를 불쌍해하고
다시는 바라보지 않고 / 열 손가락은 여전히 내게 매달려 있다
- T 中 일부발췌 -
지난가을 내내 헬렌과 니어링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그러나 나는 도무지 어렵기만 해요 아름다움도 삶도 사랑도 마무리도, 웬일인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뾰족해지고
작은 시골 마을 버몬트에서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자급자족했다죠 상상해 봅니다 둥근 탁자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그 사이 달콤했을 저녁의 공기를
시럽이 눌어붙지 않도록 나무 주걱으로 오래 젓는 일상, 일생
- 밤의 물체 주머니 中 일부 발췌 -
등에 꽃이 피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꽃이 피어 꽃은 안전하다 나는 불안전하다 꽃의 뿌리가 간지럽고 근질거려 애인에게 뽑을 것을 지시했지만 애인은 거절한다 애인은 채식주의자다 꽃을 사랑한다 꽃봉오리가 만개하면 잡아 먹을 심산이다
- 꽃 中 일부 발췌 -
모두 눈을 감는 밤에만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 없이 포근하고//
박제된 눈동자에서 찾을 수 없는/ 이야기의 밖에서/ 찾아야만 했던 기억의 한편/ 제자리에 있고//
방황은 어차피 지나간다는 듯이/ 잊어버리고 나서야 완성되는 기억처럼//
관객을 기다리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모든 것들이
- 상영 中 일부 발췌 -
<마무리_서평>
우리가 느끼는 각각의 사랑은 우주의 행성들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이렇듯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렵고 종잡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 사랑을 품고 있다. '지구 밖의 사랑'은 정보영, 문혜연, 이가인, 이은규, 차성환, 이윤우 여섯 명의 시인들이 동인 '행성'으로서 참여한 앤솔로지 시집이다. 그들은 자신의 행성, 즉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여섯개의 시와 하나의 에세이로 얘기하고 있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행성 히치하이커 임지훈 평론가의 해설을 덧붙였다. 앤솔로지 시집의 특성 상 모든 작가의 가치관과 시상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에세이와 평론가의 해설이 시를 더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섯 명의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지구 밖의 행성을 여행한다는 컨셉에 맞춰 시의 구성과 순서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시는 풋사랑으로 시작해 여름의 뜨거운 사랑을 지나, 혼자라는 고독을 곱씹는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잔잔한 일상을 향유해 본다. 때로는 비틀린 사랑을 직시하고 우울해하면서도, 담담히 나로 걸어가는 법을 배운다. 사랑을 쓴다는건 삶에 대해 쓰는 것과 같다. 일생동안 반복되는 사랑의 순간들을 담은 행성 여행이 시작된다.
어떤 한 계절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는 건 그 계절에 사랑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나버렸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그 계절, 우리는 사랑을 했다. "말할 수 있는건 말했고 말할 수 없는 건 말하지 않"(「평양냉면 먹기」)는 사이였고, "언젠가 마주 앉아/ 생일 축하해 아주 근사한 새벽을 흘려 보내곤 했"(「상영관」)었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수많은 날들이 우리 앞에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든 관계의 끝은 오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제서야 그 계절을 회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사랑을 시작 한다는 건 동시에 마지막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끝이 있기 때문에 순간의 감정은 더 순수하고 애틋해진다. 정보영의 시는 흐려진 필름카메라 속의 풍경처럼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풋풋하고 어리숙한 모습이 매력적인 사랑. 정보영 시인의 사랑은 이렇듯 설레이는 시작과 끝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모순적이게도 겨울이란 계절의 끝에서 첫 눈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쪽만 상한 관계라고 해도 "상하지 않은 것은 끝내 이해할 수 없"(「한겨울에 우유 데우기」)는 끝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모두 끝나고 다시 시작한다. "또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지나치고 서로의 뒷모습이 될 테지만"(「우리, 첫눈이 내리면 만나요」) 그럼에도 매년 첫 눈을 기다리는 것처럼. 결국 감정의 잔재는 흐려지고 슬픔은 추억으로 승화된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사랑의 계절은 뜨겁고 끈적한 여름이었다. 함께한다는건 여름의 "쓰고 시고 그 다음으로 달콤한"(「해변의 여름귤나무」) 시간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껏 달아오른 감정이 식는 것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새에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계절은 뒤돌아보면 바뀌어"(「유월」) 있는 것처럼 불타는 열정도 시간 앞에서 사라진다. 이렇듯 문혜연 시인의 시에는 어떤 관계에도 끝이 있다는 슬픈 명제가 담겨있다. "반짝반짝 터지다가 사라져버리는"(「한여름 슈팅스타」) 마음을 반복하다보면 "살아 있는 것에 더는 이름 붙이지 않"게 된다. 이름이란 한 존재만을 위한 단어이다. 이름을 부르면 관계가 생기고, 관계가 생기면 감정이 비집고 들어온다. 이름을 매개로 상대방을 떠올리면 함께한 시간과 기억과 감정이 곱절로 쌓인다. 사람들은 부풀어 오른 마음이 언젠가 풍선처럼 터져버릴 것을 안다. 겁을 먹고 움츠러든다. 그래도 우리는 순간을 살아야 한다. 문혜연 시인은 "빈틈은 있기 마련이어서 어쩔 수 없이 어딘가 따갑겠지만"(「시계가 있던 자리」) 그래도 온 마음을 다해 지금을 사랑하자고 말하는 듯 하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으로 물든 하루들을 사랑하자고, 그러다보면 다가올 내일도 사랑하게 될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잘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처음엔 사랑이라는 감정에 취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깊게 취한만큼 후유증도 심했다. 감정이 피기도 전에 접었던 적도 있었다. 사랑을 표현해도, 표현하지 않아도 정답을 고른 것 같지 않았다. 잘한 사랑이란 어떤 걸까. 어떤 대상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은 남겨진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황홀했던 감정은 서로를 괴롭히는 상처였다가 종국엔 흉터가 되어 각자의 삶에 스며든다. 그렇기에 이가인 시인은 고독으로 사랑을 잘 끝내는 법을 말한다. 퍼부었던 감정들은 관계의 변화와 함께 무너져내린다. "목적지를 정하면/ 우리의 마지막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병실 영영호」)서, 파멸이란걸 알면서도 그 끝을 향한다. 어쩌면 사랑은 뫼비우스의 띠 위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잃어버릴 때까지/ 걷고 걷고 또 걷"(「미미는 어디로」)는 것일지도 모른다. 걷다 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사랑의 형태가 달라져도 언제나 이별의 순간은 온다. "거울은 지나간 걸 붙잡지 않고/ 아무리 잡아도 내가 잡은 흔적들만"(「T」)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울 속 허상을 더듬는다. 과거에 얽매인 인간은 기억의 주체로서 존재하는게 아닌 기억에 잠식 당한 채 침몰하는 객체가 된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덫에 걸릴 것을 알면서도 달리는 사슴과 같다. 하지만 "사슴은 갈라진 채 죽어 있는데 아파 보이지도 부끄러워 보이지도 않"(「거울-커버」)는 것처럼 관계의 죽음은 모순적이게도 종래엔 평안을 준다. 관계에 좇기는 불안함은 사라지고 결국 인간은 혼자라는 진리를 알게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고독 속에서 우리는 견고해진다. 일생동안 관계의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불쑥 잊고 지내던 미련이 떠올라도 인간은 망각 속에 "죽이지 않으려 하면 다시 살아나"(「love,버그」)는 벌레를 품고 살아간다.
우리는 무너져도 다시 일어난다. 계속 흔들리고 균형을 잡지 못해도 좋다. 상대방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않아도, "서로의 환경이 되어 주던 시절은 지나갔"(「나와 너와 귤과 탱자」)어도, 사랑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각자 너무 긴 서사를 갖고 있다. 가시 돋힌 마음 한구석씩 품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있다. 이은규 시인의 사랑은 이런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난다. 인간은 미숙한 존재이기에 서로를 상처 주고 외면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그 미숙함으로 다시 사랑을 한다. 이렇게 피어난 사랑은 처음처럼 세상의 전부를 줄듯이 열렬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아침을 상상해"(「차찬텡」)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고백이 될 것이다. "가까스로 해피엔딩은 어쩐지 때를 놓친 꽃 같"(「당인리 발전소」)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거짓말처럼 벚꽃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조금 달라도 괜찮다. 타인과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걷지 않는 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상의 범주에 속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사랑까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름다움도 삶도 사랑도 마무리도"(「밤의 물체 주머니」) 어렵게 느껴지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두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한다. 가만히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나 행복과 슬픔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다는 건 그렇게 평범하고 또 특별하게 사랑을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만큼 불공평한 관계가 있을까. "금세 허기진 얼굴로 굶주린 배로 풀이 죽어 다시 내게로 돌아올"(「나의 개」) 존재는 약자일 수 밖에 없다. 관계의 우위라는 건 이상한 면이 있어서 결국엔 양측 모두 만족하는 지점에서 고착된다. 불공평하지만 불만은 없는 (혹은 불만을 말할 수 없는) 관계. 이 관계는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함으로써 성립한다. 혼자인 나와 그런 나에게 귤을 얻어먹으려고 돌아오는 나의 개처럼. 차성환 시인은 2차원적인 낭만적 사랑의 이면을 비춘다. 어쩌면 이기심과 자기만족으로 점철된 개인의 내적욕망이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가려움과 불안함을 주는 "나는 정작 한 번도 보지 못한 꽃"(「꽃」) 은 나의 애인에겐 사랑의 대상이다. 애인이 원하는 나의 모습은 등판에 꽃이 있음으로써 완성되고, 나 또한 "애인의 등짝에 호미로 밭을 갈아 내가 좋아하는 방울토마토가 자" 라기를 바란다. 시인은 이를 '아갈마' 즉, "내가 사랑하는 그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여겨지는 욕망의 대상"(「희미한 슬픔만 남았으면 좋겠다」) 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우리가 정해놓은 프레임 속에서 상대를 정의 내린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프레임은 확고해져서 되려 서로의 본질을 가리고 억압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압적인 것은 대중의 관심이다. 불특정다수의 인정과 사랑은 이카로스의 날개와 같아서, 심취한 순간 프레임을 벗어나 추락하게 된다. "깃털은 너무 가볍고 가벼워서 세상 사람들이 지겨워하는 어느 날"(「속눈썹」), 나는 모두에게 외면 받는다. 혼자가 된 그곳에서 "속눈썹을 쥐어 뜯으며 엉엉" 울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사랑의 대상이란 허상이다. 그리고 이 환영과 실체의 간극이 클수록 이별은 더 빠르게 다가온다.
사람 사이의 인연은 삶이라는 미로 속에서 만나 잠시 함께 걸어가다가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것과 같다. 우리는 살면서 수 많은 교차로를 지났고, 다수의 사람과 함께 걷는 중이며, 앞으로도 새로운 길을 지날 것이다. 그 길의 시작과 끝에서 감당해야할 감정은 개인의 몫이다. 이윤우 시인은 이별의 반복을 겪는 '나'의 내면에 집중한다. 와인의 눈물은 당도와 점성이 진할수록 느리게 흐르고 오래 흔적이 남는다고 한다. 기억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겹겹이 쌓여가는 테두리와"(「붉은 잔」) 그 주변에 묻은 "몇번의 흔적"으로 과거를 덧씌운다. 시간이 흐르면 나를 구성하는 기억들은 "진흙처럼 부서지지 않고 구석에 맞추고 맞추어 더욱 단단"(「가장자리」)한 나를 만든다. 결국 사랑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바다이자 사막인 삶,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닐까.
사랑 받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이유는 그 감정이 이끄는 부가적인 감정을 상대방과 맞춰보고 싶기 때문이고, 사랑해라는 말이 진정성 없게 들리는 까닭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상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이라는 단어는 실제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다. 성애, 우애, 박애, 애증, 플라토닉 러브 등.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사랑을 노래하고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사랑은 정답이 없는 주사위게임과 같아서 이번에 맞이하게 될 사랑이 어떤 형태와 향기로 다가올지, 무슨 결말을 내포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매번 새로운 시작과 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정육면체의 어떤 면이 나와도 우리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랑이란 미지의 감정에 대해 확언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우리는 결국 사랑한다는 것이다.
지구 밖의 사랑을 돌아본 나에게 행성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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