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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인문학 & 에세이 & 시집

컬러의 시간 - 제임스 폭스/ 줄거리 & 구절

by 책 읽는 꿀벌 2023. 9. 8.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교양 서적은 오랜만에 읽었는데 두께가 상당하더라구요.

색채가 갖는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어떤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약간 과하다 싶은 관념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공감하면서 읽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책소개>

저서 : 컬러의 시간
저자 : 제임스 폭스
발행일 : 2022-04-30
페이지 : 468p

 

 

<줄거리>

서론

1. 검정 - 어둠 밖으로

2. 빨강 - 인류의 창조

3. 노랑 - 우상의 황혼

4. 파랑 - 수평선 너머

5. 하양 - 유독한 순수

6. 보라 - 합성 무지개

7. 초록 - 실낙원

결론 - 색으로 보는 세상

 

 

<구절>

지금 당장 잠깐만 당신 주변의 색을 살펴보라. 분명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삶의 너무나 많은 시간 동안 이 환영들을 경험하다 보니,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잠깐 멈추는 일이 드물다. 우리는 대부분 1분이나 1시간이 어떠한 느낌으로 흐르는짖 알 듯이 빨강이나 파랑이 어떻게 보이는지 안다. 그러나 색을 그다지 자신감 있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정말 솔직하게 답해보라. 당신은 '정말' 색이 무엇인지 아는가?

(중략)

폴 세잔이 표현한 대로 색은 "우리 뇌와 세상이 만나는 장소"다. 눈이 세상의 빛을 등록하고, 정신이 그것을 해석할 때 색이 창조된다. 이는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사건들이 길게 연쇄되는 복잡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색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여겨야 하며, '색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색은 어떻게 발생하는가?'라고 묻는 편이 더 유용하다.

- 서론 中 색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

 

색과 관련된 의미에는 세 종류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색채와 색조가 지닌 정서적이거나 심리적인 의의에서 나온다(빨강은 활기차고 갈색은 무기력하며, 밝은 파랑은 어두운 파랑보다 행복하다). 두 번째는 주관적 반응이 아니라 체계화된 사회적 관습에서 나온다(빨강은 경고를 뜻하며 하얀색 깃발은 항복하겠다는 표시다). 세 번째이자 역사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의미는 연상으로 생겨난다. 인류는 이 세 번째 유형의 의미를 수천 년 동안 만들어왔다.

- 서론 中 색의 의미 -

 

<스타워즈>는 빛과 어둠에 대한 마니교적 사고를 의도적으로 활용한 영화다. 여기에서 '다크사이드 Dark side'를 이끄는 두 남자는 완전히 검정으로만 차려입는다. 이들을 '라이트 사이드 Light side'라 불렀다면 그만큼 사악해 보였을까? 다스 베이더와 팰퍼틴이 흰 옷을 입었다면 그만큼 음험해 보였을까?

이런 예들은 방대한 편견의 건축물을 구성하는 작은 벽돌일 뿐이지만 모두 오래되고 단순한 비유에서 유래한다. 바로 검정은 일종의 어둠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몇백 년 동안 현대 과학이 이런 가정을 더 강화했다.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검은색 표면이 블랙홀 같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니 말이다. 검정은 시각스펙트럼 전체를 흡수하고 하나도 반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빛과 색의 완전한 부재이다. 여기에서도 검정은 악당의 역할을 맡는다. 세상에서 빛을 훔쳐가는 도둑이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정반대의 결론도 쉽게 뒷받침할 수 있다. 모든 빛을 흡수한다면 검정은 분명 '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검정이 가시광선의 모든 파장을 흡수한다면 또한 '색으로도 가득'하다.

- 1. 검정 中 지옥의 휘장 -

 

주위를 둘러보니 / 벚꽃도 / 주홍 단풍도 보이지 않는다

가을 저녁의 / 바닷가 초가집

- 후지와라 데카 -

이 시는 시들어가는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봄은 기억으로만 남았을 뿐이고, 가을 단풍은 떨어졌으며, 낮은 밤을 향해간다. 한편으로 이 시는 색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다. 데카가 벚꽃과 단풍의 따뜻한 색깔을 불러낸 이유는 그것들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빨강과 분홍이 채웠던 자리를 단조로운 해변의 소박한 오두막이 대신한다. 이런 교훈도 담겨 있다. 색 없는 삶은 그 자체로 충만한 아름다움이다.

- 1. 검정 中 검은 아름다움 -

 

이제 코치닐은 최강의 자리는 잃었을지 몰라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해마다 페루와 멕시코, 볼리비아, 칠레, 카나리 제도에서 수백 톤이 생성되어 전 세계로 공급된다. 이제는 '내추럴레드natural red 4', 'E120', 'C.I. 75470'이라는 덜 시적인 이름으로 팔리며, 식품 가공 업체와 음식 공급 업체에서 수프와 소스, 밀크셰이크, 아이스크림, 양념, 과일조림, 사탕과 과자, 케이크의 빨간색을 만들거나 더 선명하게 할 때 쓰인다. 많은 빨강 색소처럼 보디페인팅에도 스인다. 오늘날 방대한 세계 화장품 산업은 코치닐이 함유된 볼연지와 립스틱을 해마다 수십억 달러어치나 생산한다. 우리의 삶은 레드오커를 파내던 선조들의 삶과 닮은 구석이 거의 없겠지만, 유독 빨강을 좋아하는 성향만은 오래도록 남은 것이 분명하다.

- 2. 빨강 中 피를 제물로 바치기 -

 

빨강은 우리 삶의 매 순간 우리 안에서 고동치는 색이고, 따라서 우리가 끊임없이 우리 자신과 동일시하는 색이다. 많은 면에서 빨강의 역사는 우리 인류의 이야기다. 첫 번째 붉은 안료는 인류의 행동 현대성과 함께 출현했으며 행동 현대성의 발달에 기여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최초의 상징을 제공했고, 우리의 의례를 풍요롭게 했으며, 우리의 창조 신화에 등장했다. 선사시대부터, 그리고 그 후로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빨강을 사용해 누구든 걸어가야 하는 탄생과 죽음 사이의 위험한 여정을 이해했고, 그 사이를 수놓는 많은 통과의례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사랑과 욕정, 분노, 죄를 암시하는 이 상징은 인간사 자체를 가리키는 질긴 은유가 되었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 은유를 버릴 조짐이 없다.

- 2. 빨강 中 붉디 붉은 장미처럼 -

 

"떠오르는 태양은 [인간에게] 최초의 경이로움이자 모든 성찰, 모든 사고, 모든 철학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첫 계시이자 모든 믿음, 모든 종교의 시초가 아니었을까?"라고 19세기 문헌학자 막스 뮐러 Max Muller는 물었다. 뮐러는 태양이 인류 문명의 로제타석이라 생각했다. 거의 모든 신화의 토대라는 것이다.

- 3. 노랑 中 -

 

...노랑은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백인의 시체는 사후 잠시 동안 특유의 노란색을 띤다. 노랑은 배설의 색이기도 하다. 인체에서 내보내거나 배어나는 많은 물질, 이를테면 귀지, 점액, 고름, 대소변의 색이다...

그러므로 유럽인들이 노랑을 미천함abject, 원치 않는 대상과 끊임없이 동일시한 것이 놀랍지 않다. 12세기부터 노랑은 배신과 질투, 비겁함, 탐욕, 나태의 상징으로 다양하게 해석되었고, 국외자를 나타내거나 낙인찍는 일에 점점 이용되었다.

고대부터 '평판이 나쁜' 개인들을 표시할 때 노란색을 썼다. 그리스와 로마에서 창녀들은 노란 옷과 노란 머리띠, 노란 가발로 표시됐다. 중세시대에는 첩과 채무자, 가끔은 나병환자들까지 노란 옷을 입어야 했고, 종교 화가들은 유다를 칠할 색으로 노랑을 아껴 두었다.

- 3. 노랑 中 빛과 어둠 -

 

그들은 책에서, 파랑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의 원인이 지각이 아니라 '언어적' 변이에 있음을 증명했다. 두 사람은 20가지 언어(이후 여러 해에 걸쳐 100가지 넘게 확장됐다)를 검토하여 인류의 거의 모든 언어에서 색채어가 같은 순서로 발달했음을 보여주었다. 모든 언어는 처음에 검정과 하양을 구분했고 그 다음에 빨강을 나타내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어서 초록을 가르키는 단어가 나오고 노랑이 등장한 다음에야(가끔은 노랑이 먼저 나오고 초록이 뒤를 이었다) 파랑이 나왔다. (중략)

왜 파랑은 이름을 얻기까지 그리 오래 걸릴까? 내 생각에는 희소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다른 많은 색과 달리 파랑은 자연에서 손에 잡히는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우리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파란색 자연 광물이 없다. 파란색 식물은 5퍼센트도 되지 않고, 과일은 8퍼센트에 못 미친다. 파란색 새와 물고기, 양서류가 많이 있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대부분은 표면구조를 변형하여 파란색처럼 보이는 환영을 창조할 뿐이다. 사실 지구의 척추동물 6만 4000종 가운데 딱 두 종만(만다린피시와 픽쳐레스크-드라고넷) 파란 색소를 실제로 갖고 있다.

- 4. 파랑 中 

 

그림자에 3분의 1쯤 가려진 행성이 달의 회색 지평선에서 텅 빈 우주로 떠오른다. 주변을 둘러싼 흑백 우주 속에서 지구는 빛나는 작은 방울, 파란 바다와 흰 구름의 교향악이었다. 반짝반짝 동그란 라피스라줄리 같았다. 지구가 그렇게 작고 연약해 보인 적이 없었다. 우주의 또다른 천체에서 그렇게 온전한 색깔로 지구를 본 적이 없었다. 모든 위대한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지구돋이>는 보는 사람의 시각을 변화시켰다. (중략)

역사의 대부분 동안 파랑은 다른 세상을 나타내는 색이었다. 머나먼 산, 깊이를 알 수 없는 대양, 도달할 길 없는 하늘, 우리 영혼 속 미지의 영토. 그러나 마침내 우리 세상을 벗어나서 그 너머로 여행했을 때, 우리는 파랑이 내내 우리 고향의 색이었음을 발견했다.

- 4. 파랑 中 우주인 -

 

하양은 색으로 가득한 동시에 색이 없다. 빛의 영역에서 하양은 모든 색채의 총합이지만, 물질의 영역에서는 어떤 색채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략)

인류 문화에서 하양은 검정과 빨강과 함께 가장 꾸준하게 의미가 부여된 색이다. 인류가 다른 색들을 표현하는 말을 갖기 오래전부터 이들은 우리 삶의 모든 면을 지배하는 상징적인 삼총사가 되었다. 검정이 어둠과, 빨강이 인가의 피와 연결됐다면, 하양은 세계 곳곳에서 육체적,도덕적 순결을 뜻하는 은유가 되었다. 

- 5. 하양 中 -

 

결국 문제는 다시 순수성이었다. 성경의 예언자와 계몽시대의 고대 전문가, 현대의 미니멀리스트들처럼 버지니아의 입법자들도 그들의 티 없는 하양이 색의 '혐오스러운 혼합'으로 오염될까 두려워했다.

미국의 입법자들은 미국혁명과 독립 이후에도 오랫동안, 연약한 하양의 순수성을 관리했다. 많은 주가 '한 방울 원칙'을 채택했다. '검은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인(전체적으로 백인인 가계에 아프리카인 조상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 시민은 흑인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에 회색의 그림자란 있을 수 없었다. '더럽혀진' 하양은 결코 하양이 아니었다.

- 5. 하양 中 지고한 하양 - 

 

보라는 색의 카멜레온이다. 빨강과 파랑의 혼합인 이 색은 가시스펙트럼의 양극단을 섞었을 때 나온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팔레트에서 가장 변덕스러운 색이 되었는지 모른다. (생략) 보라색을 띠려면 빛의 짧은 파장과 긴 파장을 반사하는 동시에 둘 사이의 좁은 파장 범위를 흡수하여야 한다. 유기화합물 중에는 이처럼 아슬아슬한 묘기를 해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보라는 검정과 어둠, 빨강과 피, 노랑과 태양처럼 단순하고 알아보기 쉬운 유사물과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보라의 가장 끈질긴 의미는 그것을 소유하기 위한 인류의 오랜 투쟁에서 나온다.

- 6. 보라 中 -

 

1880년대와 90년대 새로운 감수성이 전염병처럼 유럽 문화 곳곳에 퍼졌다. 그 희생자들은 가끔 스스로를 '퇴폐주의자(데카당)'라 불렀다. (생략) 퇴폐주의 운동은 전통적으로 (퇴폐주의 운동을 고취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 간행물 <옐로 북 The Yellow Book>을 따라서) 노랑과 결부되지만, 관련자들은 보라도 마찬가지로 사랑했다. "나는 보랏빛과 금빛으로 온통 일렁이는 이 단어 데카당스decadence를 사랑한다"라고 폴 베틀렌이 썼다. 이들이 보라를 소중히 여긴 이유는 보라의 두 가지 주요 의미(고대적 의미와 현대적 의미)가 그들의 원칙에 딱 맞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의미는 사치다. 보라는 로마시대 특권층만 소비했던 값비싼 염료를, 무절제에 빠졌던 고대 사회의 색을 떠올리게 했으므로 

- 6. 보라 中 -

 

 

<마무리>

인문학 서적은 오랜만에 읽어서 완독하는데 조금 오래 걸렸지만, 주석의 내용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두께에 겁 먹지 말고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색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오랜 시간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얽히고 설킨 이야기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특히 흑, 백, 적이 갖고 있는 무수히 많은 개념들은 문화를 넘어서 인류가 공유하는 하나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나 또한 무의식 중에 이러한 관념을 학습하고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었다는 점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추가로 자연물과 인공적인 색을 구분 없이 인지하고 있었는데, 색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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