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정말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어봤어요.
사실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골랐던 건데, 생각보다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한 번쯤은 가져봤던 생각과 감정, 뱉어봤던 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길지 않은 분량에 각 챕터도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삶에 지친 직장인 분들의 출퇴근 길에 추천드립니다.
<책소개>
저서 : 보통의 언어들
저자 : 김이나
발행일 : 2020-05-27
페이지 : 268p
<줄거리>
Part 01. 관계의 언어
“주파수가 맞으려면 박자를 맞춰가야 해”
좋아한다. 사랑한다 : 상대방을 향한 내 감정의 속성
실망 : 우린 모두 불완전한 인간
미움받다 :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을 것
#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
선을 긋다 :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
시차적응 : 각기 다른 마음의 시계
사과하다 :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
연애의 균열 : 지난 기억이 만들어낸 의심 사이렌
공감 : 통하는 마음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싫어하다 : 내게는 싫은 사람이 있어
이해가 안 간다 : 비난을 내포하는 말
속이 보인다 : 경험치에 기반한 어른만의 언어
뒷담화 : 부정적 감정이 깃든 일에는 룰이 필요하다
미안하다 : 털어내지 말고 심어둘 것
비난 :다정한 사람들은 말수가 적다
지질하다 :구차하면 좀 어때
상처 : 서로의 아픔을 볼 수 있다면
포장하다 : 주는 이의 마음이 담긴 그 무엇
염치가 있다 : 내가 꼭 지키고 싶은 것
재벌, 갑질, 애교 : 우리에게만 익숙한 단어
소중하다 : 우린 매일 이별에 가까워지는 중
# 아픈 이별로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다면
Part 02. 감정의 언어
“감정, 누르지 않고 자연스레 곁에 두기”
부끄럽다 : 매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찬란하다 : 각기 다른 기억을 끄집어내는 말
슬프다. 서럽다. 서글프다 : 아프고, 괴롭고, 외로운
# 마음을 방치하지 말아달라는 혼잣말
묻다. 품다 : 차마 어쩌지 못해 내리는 결정
위로, 아래로 : 오늘 그 감정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소란스럽다 : 주변과 대비되는 그 사람만의 감정
외롭다 : 오롯이 내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싫증이 나다 : 내 사랑의 진원지를 찾을 수 있다면
간지럽다 : 알다가도 모를 기괴한 행복감
기억, 추억 : 다르게 적혀 있는 지난 날
Part 03. 자존감의 언어
“약해졌을 때는 잠깐 쉬었다 갈 것”
성숙 : 애어른이 자라서 어른아이가 되는 아이러니
# 나이 든다는 것
꿈 : 꼭 이루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것
유난스럽다 : 그건 당신이 특별하다는 뜻
호흡 : 불안감에 빠진 나를 구원하려면
#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사람
드세다. 나대다 : 사람을 주저앉히는 말에 대해
정체성 : 나의 본모습이 혼란스러울 때
한계에 부딪히다 : 또 다른 가능성과 마주하는 순간
겁이 많다 : 결과적으로 늘 강한 사람들
이상하다 :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길
살아남다 : 영원히 근사한 채로 버텨낼 순 없다
창작하다 : 영감과 체력의 긴밀한 관계
쳇바퀴를 굴리다 : 일상의 반복이 알려주는 특별한 하루
기특하다 : 나의 존엄을 가꾸어 나가는 일
Radio record : 나를 지켜주는 말
Lyrics : 마음에 깃든 노랫말
<명대사&구절>
선을 긋지 않는다는 건, 모양이 없는 액체 괴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까 선을 긋는 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반대로 남들보다 더 관대하거나 잘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시원하게 트여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라는 사람을 탐험하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부분이 된다. 그래서 어떤 관계는, 나도 몰랐던 내 영역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통해 확장되기도, 스스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 Part 01. 관계의 언어 : 선을 긋다 中 -
누가 굳이 뭐라 하지 않아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혐오의 순간을 겪는다. 못나고 부족한 것들이 크게만 보이는, 멘탈 면역력이 바닥을 치는 어느 밤. 악플 잠복균은 온몸에 두드러기처럼 올라온다. '어쩌면 그 사람 말이 맞을지 몰라'로 시작되는 자기의심은 대단한 속도로 혐오까지 달려간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외로운 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악플은 그 얄궂은 시간 속에서만큼은 논리력을 갖는다. (중략) 비난을 듣고 나면 처음엔 분개하고 방어하지만, 마음이 약해지는 날에 자꾸 스스로에게 화살을 쏘게 되는 비난의 말들이 있다.
- Part 01. 관계의 언어 : 비난 中 -
주는 자가 받는 이를 오랫동안 세심히 지켜봐온 시간이 선물 받는 이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듯, 조언도 그렇다.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아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때야 '조언'이지, 뱉어야 시원한 말은 조언이 아니다. 하물며 몸에 좋다는 쓴 약도 캡슐에 담아 삼키는 마당에, 말에도 그만한 정성은 들여야 할 것이다.
- Part 01. 관계의 언어 : 포장하다 中 -
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하는 단어다. 나이가 들어가며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이 '염치'다. (중략)
나이와 상관없이 이런 태도를 가진 자들이야 답이 없다 쳐도, 나이와 밀접한 상관이 있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서글프다. 삶에 지쳐, 육아와 회사에 지쳐, 체면이란 게 사치인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태도일 테니 말이다. 수줍음이 있는 어르신이 된다는 건 그래서 어렵다.
- Part 01. 관계의 언어 : 염치가 있다 中 -
나를 들여다보고 챙긴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그렁그렁 맺히는 눈시울도 내 몸이 내가 들어줬으면 하고 중얼대는 혼잣말이고, 펑펑 쏟아져 나오는 오열은 내가 내게 살려달라고 외치는 울부짖음이다.
- Part 02. 감정의 언어 : # 마음을 방치하지 말아달라는 혼잣말 中 -
사랑과 행복은 비처럼 내려오는 감정들이다. 나의 의지로써가 아니라 누군가 갑자기 연 커튼 너머 햇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계획을 세워 준비할 수 없다는 점도 닮았다. 그렇다면 '내려오는' 감정들은 전부 좋은 것들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닌 게 슬픔도 비의 속성을 닮았기 때문이다. 사랑, 행복, 슬픔은 모두 '젖어 드는' 감정들이다. 때로는 폭우처럼 우리를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가랑비처럼 어느새 정신 차려보면 푹 젖어 있게 한다.
- Part 02. 감정의 언어 : 위로, 아래로 中 -
나이가 들어 육체가 약해지는 데에는 분명, 조금 더 신중해지고 조금 더 내려놓으라는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그때부터였다. 또 매사에 속도가 조금 늦어지고 일분, 일초를 읽는 감각이 둔해짐으로써 세상을 좀 더 큰 그림으로 읽을 줄 아는 어른이 되는 것도, 어쩌면 신체의 노화 덕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 Part 03 자존감의 언어 : #나이든다는 것 中 -
겁이 많은 자들은 지켜야 하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자들이다. 또 자신과 얽힌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일에 대한 신중함이 있는 자들이다. (중략) 삶에 있어 충동보다는 지구력으로 대처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나는 겁이 많은 편이야'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들은 더욱 호감이다. '겁이 없음'을 매력적인 무기로 휘두르지 않는 그들은, 결과적으로 늘 강했다.
- Part 03 자존감의 언어 : 겁이 많다 中 -
나이가 들면서 내 언어의 나이 듦을 인정하던 순간은 유쾌하지 않았다. 자괴감에 빠졌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돌아보면 쉬운 일이지만, 닥치면 어려웠던 모든 일들은 이 '인정'이었다. 나의 한계를 느꼈을 때, 더 이상 힘으로 밀어내는 건 객기일 뿐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 Part 03 자존감의 언어 : 살아남다 中 -
멀리서 보기에 다채로워 보일 수 있지만, 내 일상은 요일별로 정확히 정해진 루틴으로 반복된 지 오래다. 물론 육체적인 피로도 때문에 이 쳇바퀴가 문득문득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건 언젠가 깨달은 이 생각이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 Part 03 자존감의 언어 : 쳇바퀴를 굴리다 中 -
상대방을 간파하는 거 같은 제일 쉬운 말이 뭐냐면 "사실 마음 많이 약하지?"와 같은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대개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곤 하죠. 이처럼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약한 모습을 한 부분씩은 가지고 있다는 말이겠죠.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약한지 모르는 한편, 우리는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지 가끔 잊어버리는 거 같아요.
- Radio record : 약한 모습 -
<마무리>
한 챕터씩 읽을 때마다 공감 가는 구절들이 많아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고르기 어려웠다. 우리의 언어에 얽힌 정서와 성질을 본인이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을 토대로 나직하게 전달 해주는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챕터의 순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각각 관계, 감정, 자존감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우리가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순서와 비슷하다. (언어의 시작은 타인과의 소통이고, 그 목적은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교류를 통해 자존감을 형성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이 책을 따라가면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언어의 의미에는 사람마다 각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어 결코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없고 이것이 오해의 시작이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만큼 나와는 다른 이들을 접하며 상처와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말에 따르는 책임을 인지한 이후, 수많은 갈등 속에서 힘에 부친다는 생각도 못한 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각양각색의 사람들 사이 관계와 그에 수반되는 감정의 변화에 마모되어 '나'라는 존재가 닳아 가고 있었다. 청소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던 시절은 빠르게 멀어져 갔다. 하지만 법적 성인이 됐다고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학교를 나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어른들만의 보이지 않는 룰을 체감할 때면 기분이 울적해졌다. 시간이 흐른 뒤엔 종종 낯설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졌던 사고방식을 내가 답습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우울하면서도 뿌듯한, 냉소적인 감정이 들기도 했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어른으로 인정 받고 싶다는 모순된 생각이 공존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성인이 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리고 부끄러운 마음을 소중히 여겨도 좋다는 이 책의 메세지를 읽으면서 조금은 내 자신을 더 받아들이게 됐다.
난 겁이 많고 느리지만 누군가에게는 나름 괜찮은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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