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프랑스 소설가 안나 가발다의 대표작을 들고 왔습니다.
절판 이후 국내 재출간 요청으로 다시 나온 책이라고 하네요.
클로에와 피에르의 잔잔한 대화로 이어지는 전개입니다.
<책소개>
저서 :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저자 : 안나 가발다
발행일 : 2017-01-24 (재출간/ 최초발행 2002년)
페이지 : 60
등장인물 : 클로에, 피에르, 마틸드, 프랑수아즈 등
<줄거리>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며 집을 나간 남편. 시아버지 피에르는 그런 클로에를 돕고 싶다며 클로에와 그녀의 두 딸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내려간다. 시골집에 도착한 클로에는 슬픔과 분노와 체념 섞인 우울감 속에 빠져있다. 피에르는 그런 클로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에르는 출장을 간 홍콩에서 마틸드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동시통역가로 온 마틸드에게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몇마디 말을 나눴고 다시 만나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마틸드는 파리에 찾아 왔고 그 이후로도 둘만의 방법을 통해 간간이 만났다. 피에르는 마틸드를 사랑했지만 평온한 가정을 버리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이 때 피에르의 비서인 프랑수아즈가 남편의 외도를 말한다. 피에르는 프랑수아즈의 남편을 비난하면서 작은 위안과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기만적인 만족감을 갖는다. 여느날처럼 출장을 간 호텔 방에 들어간 피에르는 편지를 쓰고 있는 마틸드를 마주한다. 거기에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엉뚱하게 느껴지는 것들까지, 함께하고 싶은 일들이 몇장에 걸쳐 써져있다. 그걸 보며 피에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린 마틸드는 그걸 마지막으로 피에르의 앞에서 사라진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지만 눈물을 흘리는 피에르의 앞에서 마틸드는 본인의 슬픔을 털어내고 담담히 돌아선다.
<명대사>
나는 '그래, 울자. 이번을 마지막으로 한바탕 오지게 울자. 눈물이 마르게 하자. 스펀지를 꾹꾹 눌러 짜듯이, 이 슬픈 몸뚱이에서 물기를 빼버리자. 그러고 나서 이 모든 것을 지난 일로 돌리자.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 이제 걸음을 옮기자. 모든 걸 새로 시작하자.' 하고 생각했다. - 4 中 클로에 -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나를 사랑해주던 남자의 냄새를 잊을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될까? 그때는 언제일까? 누가 나에게 모래시계 하나를 내밀어주었으면 좋겠다. - 5 中 클로에 -
인생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금연을 결심하고 오랫동안 굉장한 의질젹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겨울날 아침 다시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십리 길을 걸어가는 것, 혹은 어떤 남자를 사랑해서 그와 함께 두 아이를 만들고서도 어느 겨울날 아침 그가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 하고 말하는걸 듣는 것, 그런 게 인생이다. - 6 中 클로에 -
우리가 행복한 게 당연하다고 믿는 것, 그게 바로 덫이다.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우리 삶의 방향을 우리가 좌우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일쑤니 말이다. -7 中 클로에 -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잘못을 저지를 권리가 있을까?'하고 또박또박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은 용감한 사람들이야. 그 몇 마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자기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안에 있는 잘못된 것과 추악한 것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해.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모든 것을 망가뜨릴 것을 각오하는 용기 말이다. (중략) '잘못을 저지를 권리', 말은 간단하지. 하지만 누가 우리에게 그걸 주겠어? 아무도 없어. 있다면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야. - 11 中 피에르 -
그녀와 함께 보낸 며칠동안, 나는 나 자신이었어. 더도 덜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나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었어... 그전까지 나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 (중략) 사랑에 빠지면 사는게 한결 즐거워진다는 사실을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깨달았으니, 앞날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 내가 행복하고 삶이 즐겁다는게 너무나 신기하고 경이로워서 먼 지평선을 살피느라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사랑에 관한 한 나는 신기한 것에 홀린 유치원생이나 다름없었어. - 11 中 피에르 -
마음이 단단하고 굳센 사람들은 늘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며 삶에 부딪혀 자꾸 튕겨 나오지요. 그에 반해서 마음이 말랑말랑한 사람들, 아니 말랑말랑하다기보다 유연하다는 말이 낫겠네요. 그래요, 마음이 유연한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아도 고통을 덜받지요. - 11 中 마틸드 -
때로는 에움길로 돌아가고 상황에 적당히 맞춰가며 사는 게 인생이야. 우리 안에는 약간의 비열함이 있어. 그 비열함은 애완동물과 같아. 그것을 쓰다듬어주면서 기르다 보면 애착을 갖게 돼. 그게 인생이야. 용감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어. 타협하며 사는게 한결 덜 피곤하지. - 11 中 피에르 -
"그럼 그 시절에 대해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계세요?""그건 점선으로 이어진 삶이었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없다가 무언가가 있고, 다시 아무것도 없다가 무언가가 있고, 그러고 나면 또다시 아무것도 없고 그랬어... 그래서 세월이 아주 빨리 지나갔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일이 겨우 한 철밖에 지속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 철도 아니고 그저 한 줄기 바람, 하나의 신기루였던 것 같아... 우리에게는 일상의 삶이 빠져 있었어."- 12 中 클로에 & 피에르 -
당신이 가진 것 중에는 내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어요. 나는 그 모든 걸 사랑해요. 물론 나는 당신의 결점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결점이 내 장점과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요. 당신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과 내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 같지 않아요. 당신의 악마들과 내 악마들이 동시에 들이닥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에요. - 12 中 마틸드 -
삶이란, 네가 아무리 부정하고 무시해도, 너보다 강한 거야. 그 무엇보다 강한게 삶이야. 전쟁 중에 수용소에 갇혀서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본 사람들도 돌아와서는 아이들을 만들었어. 고문당한 사람들, 자기 가족과 집이 불타는 것을 본 사람들도 예전과 다름없이 버스를 잡기 위해 달음박질을 치고 날씨에 대해서 말하고 자기네 딸들을 결혼시켰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겠지만 인생이 그런 거야. 삶은 그 무엇보다 강해. - 12 中 피에르 -
<마무리>
클로에의 시점으로 시작된 책은 담담히 얘기하는 피에르의 과거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대화라는 다소 독특한 구성이지만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소설이어서 쉽게 집중해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남편의 외도로 인해 슬픔에 잠긴 클로에에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아버지인 피에르의 이야기다. 그의 고뇌가 담긴 이야기를 통해 클로에는 남편의 심정을 엿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옳은 선택만을 할 수는 없다. 그게 인생에서 아무리 중요한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상,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적당히 좋은 상황과 좋은 사람이 맞물려서 결혼을 했는데 뒤늦게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온다는 것도 그렇다. 이때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하고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감당해야 한다. 행복을 위한 선택에 대해 누가 이기적이라 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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