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이번 소설은 위저드베이커리의 저자인 구병모 작가님의 장편소설 '아가미'입니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 삶을 이어가려고 각자의 방식으로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모순적인 존재인지 모르겠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아 끝내 씁쓸해지는 책이었습니다.
<책소개>
저서 : 아가미
저자 : 구병모
발행일 : 2018-03-30
페이지 : 220
등장인물 : 곤, 강하, 할아버지, 이녕, 양해류
<줄거리>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부양하며 살던 해류는 퇴근 후 한강 다리를 건너다가 실수로 강에 빠지고 만다. 이때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고 사라지는데 그의 목 뒤에 존재하는 아가미를 발견한다.
아이의 아버지는 11개월간 월급이 연체된 끝에 월세방에서 쫓겨난다. 아이를 실은 경차를 끌고 사장에게 찾아가 월급을 달라고 하던 도중, 사장의 아이를 팔아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말에 이성을 잃고 사장을 살해한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걸 알고 아버지는 아이와 함께 이내호에서 투신자살을 하게 된다. 새벽 낯선 소리를 듣고 깬 노인은 이내호로 나간다. 아이가 물가로 나오는걸 보고 손자인 강하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데려온다. 아이는 말을 하지 못 했고, 호수에 빠지기 전의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목 뒤에 두개의 아가미와 몸 여기저기 비늘이 돋아 있었다. 경찰 조사가 나왔지만 강하의 반대로 아이를 숨기게 되고 이후 아이는 '곤'이라는 이름으로 이내촌에 살게 된다.
곤은 대학 MT 정도만 간혹 오는 구석진 리버벨트의 한 민박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얹혀 살고 있다. 어느 날 젊은 여성(해류) 혼자 민박집을 찾아오고, 곤은 그녀에게 아가미를 들키게 된다. 해류는 곤을 찾아다녔다고 말한 후, 강하에 대해 얘기한다. 해류는 자신이 겪은 일을 SNS에 적었고 이를 본 강하에게 연락이 왔다고 말한다.
강하는 곤을 "고기새끼"라고 부르고 횟집에 팔아 넘긴다는 말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면서 몇년을 같이 살아냈다. 그 일이 없었다면 그렇게 살다가 독립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예고없이 강하의 친모인 이녕이 집으로 돌아왔다. 배우로 만들어주겠다던 소속사 대표(강하의 친부)는 부동산 부자와 결혼해 빚을 갚고 기획사를 접었다. 출산 후 룸살롱으로만 돌던 이녕은 그가 기획사를 접으면서 그마저 끝나고 만다. 이녕은 간간이 이어지던 그의 생활비를 받아 왔으나 본부인이 준 마지막 돈봉투로 연락이 끊기게 되자, 약을 잔뜩 산 후 이내촌으로 온 것이다. 곤은 그녀를 돌보았지만 이녕이 약을 먹을 때마다 상태가 더 안 좋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밤마다 호수에 가던 곤은 호수에서 목걸이를 건지고 이녕의 머리맡에 둔다. 고마움에 방문을 나선 이녕은 머리를 감는 곤의 모습에서 아가미와 비늘을 본다. 그 모습이 약을 하고 보는 환상 속의 존재와 닮아 "예쁘다"고 말한다. 곤은 생선고기처럼 되지 않기 위해 숨기기 급했던 자신이 그 한마디로 구원받은 것 같다고 느낀다. 이녕은 곤의 몸을 구경하다가 같이 잠들었는데 그 모습을 본 강하는 오해를 하고 화를 내며 집을 나간다. 곤은 약이 이상하면 없애버리라는 강하의 말에 분풀이와 걱정 섞인 심정으로 약을 변기에 버린다. 약을 먹지 못하자 이녕은 끔찍한 환각을 보고 도피처로 곤을 탐한다. 행위 중 이성을 잃고 곤의 목을 조르는 이녕을 저지하다가, 곤은 이녕을 죽이고 만다. 전화를 받고 온 강하는 곤을 도망치게 하고 사고사로 위장한다.
해류는 강하의 식당에서 위와 같은 얘기들을 듣게 된다. 강하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모시면서 식당일을 하고있었다. 해류는 여관을 찾아온 강하와 몇시간인지 모를 시간을 보내며 잠에 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비가 그치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다. 호우경보와 재난 방송이 나오다가 전기도 끊기고 여관 1층마저도 물이 들어찬 상황에서 강하는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여관을 나간다. 밤 사이 빗줄기와 바람이 잦아들고 아침이 오자 산사태에 덮인 식당이 드러났다. 강하와 노인은 실종처리 되고, 해류는 그곳에서 4개월을 머물며 시간을 보내다 곤을 찾기로 한다. 그리고 리버벨트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해류는 모든 이야기를 전한 후, 곤에게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신분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곤은 그를 거부하고 지금까지처럼 강과 바다를 배회하며 살아간다.
<구절 & 명대사>
다음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도 없겠지만,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번 만나는 행운이란 없을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에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 해류 -
꼽아보면 세상 어디든 흔히 있는 일이었고, 그것이 한 사람에게 연쇄적으로 닥쳐오는 일도 그리 드물지 않았으며 한 가지 불행은 철저하게 다른 연속된 고통의 원인이나 빌미가 되기 마련이었다.
"정말로 슬프거나 최악의 상황에 놓여 더 이상 아무것도 지킬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사람은 저렇게 술에 취해 소리칠 기운도 없을걸요. 제 눈에는 약간 불행을 전시하는 걸로 비치기도 해요."
곤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슬프다고 한 건, 저렇게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만큼 사람들마다 삶의 무게가 비슷하구나 싶어서입니다."
- 해류 & 곤 -
보통 사람은 말이지요,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남이 갖고 있으면 그걸 꼭 빼앗고 싶을 만큼 부럽거나 절실하지 않아도 공연히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리어 좋아하기도 하는 모순을 보여요. 양쪽의 세계에 걸쳐진 감정은 서로 교환되거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기껏해야 적정 수준에서의 은폐가 가능할 뿐이에요.
- 해류 -
이제 입을 열면 돌이킬 수도 내버려둘 수도 없는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 감정에 질서와 가치를 부여하는 건 그녀를 돕고 싶다는 단순 명료한 마음이었다.
- 곤 -
슬픔은 현실을 인정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일 뿐으로, 자신이 사태를 확인하기 전에는 얘기가 성립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 강하 -
"날 죽이고 싶지 않아?"
"......물론 죽이고 싶지.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 곤 & 강하 -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
- 해류 -
<마무리>
곤의 아가미는 살기 위해 생긴 상처와 같다. 아물지도 않고 낙인처럼 남아 곤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 우리에게도 이런 상처가 있다. 세상에서 호흡하기 위한 나의 아가미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할 비밀, 지금의 나를 만든 선택과 후회, 곱씹어봐도 지워지지도 옅어지지도 않는 그런 기억들 말이다. 깊은 물과 같은 세상에서 표류하다가 문득 숨이 막혀올 때 우리의 아가미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생각해보면 삶이란 살아가는 사람보다 버텨내는 사람이 더 많다. 각자의 사정이 없는 사람이 없고 자신만의 아픔을 품고 산다.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면 논할 수 없는게 인생이다. 하지만 주어진 삶을 버릴 수가 없어서 하루 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에게도 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가족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있고, 희망일 수도 있다. 마냥 해맑지만은 않은 감정일지라도 미련하게 붙들고 살아간다. 곤과 강하의 관계가 그러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지친 삶을 살아가면서 처연한 공감을 느끼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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