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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VIEW/고전 & 현대 문학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줄거리&구절 + 후기

by 책 읽는 꿀벌 2022. 2. 15.

안녕하세요, 책 읽는 꿀벌입니다 : )

옴니버스 식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SF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근미래를 다룬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이 별 다를 바 없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상상이 현실이 된 이후에도 우리의 삶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이나 유토피아가 단순히 기술력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가 변하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책소개>

저서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 김초엽
발행일 : 2019-06-24
페이지 : 344

 

<줄거리>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마을에서는 성인이 되면 순례자들은 '시초지'로 떠난다. 1년 후에 그곳에서 돌아오는 이들은 소수이지만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의문을 품은 데이지는 '시초지'에 대해 알아본다. 마을의 설립자인 릴리와 올리브의 고향이자 지구라고 불리는 곳에서 올리브는 무엇을 알게 됐는지 도서관에 기록했고 데이지는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 배아를 디자인한 릴리 다우드나로 인해 지구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걸 바로잡기 위해 그녀의 딸인 올리브가 마을에 어떤 전통을 만들었는지를. 그리고 데이지는 지구로 향한다.

 

- 스펙트럼

할머니는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기 위해 생물학자로서 탐사선에 올랐다. 할머니는 40년만에 구조되었고, 자신을 인류 최초의 조우자라고 주장했다. 할머니, 희진은 한 행성에서 조난됐다. 그리고 무리인들을 만났다. 그 중 루이는 희진에게 음식을 주고 잘 곳을 마련해 줬다. 무리인은 3~5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들은 색채를 이용한 기록을 통해 의식이 이어진다고 믿었다. 희진은 그렇게 다섯 번의 루이를 만났다. 그리고 마침내 구조셔틀의 신호를 잡아 다시 지구로 돌아왔지만 그 행성에 대한 위치도, 기록도 없어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 공생 가설

류드밀라 마르코프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세계에 대해 그림을 그린다. 사람들은 정교하고 실존하는 듯한 류드밀라의 행성에 열광한다. 한편 뇌 패턴을 분석하는 프로젝트에서 7세 미만 영유아들에 대해 믿기 힘든 결과가 나온다. 철학적이고 심오한 사고를 가진 아기들의 데이터를 과학자들은 오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기들이 류드밀라의 행성에 대한 작품을 접할 때 뇌패턴이 활성화 된다는걸 알게 되고, 이 외계의 존재들이 유년기 인간의 뇌에 머물며 가르친다는걸 알아낸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온게 사실은 외계성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류드밀라의 작품을 보자 연구원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느낀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워프항법을 통해서 우주 여행이 보편화됐지만 더 먼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딥프리징 기술이 필요했다. 안나는 냉동수면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지구에 남고, 남편과 아들은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미리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웜홀이 발견되며 우주 여행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슬렌포니아 행성계는 웜홀 통로가 없어 먼 우주로 지정됐고, 안나가 딥프리징 프로젝트 성공에 따른 발표를 하는 날 슬렌포니아행 마지막 우주선이 출발한다. 시간을 맞추지 못해 떠나지 못한 그녀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냉동 수면을 반복하며 우주정거장에서 기다린다. 정거장을 철거해야 하는 순간까지 그녀는 자리를 지켰고 자신을 모시러 온 직원의 권유를 거부하며 우주로 향한다.

 

- 감정의 물성

행복, 설렘, 편안, 우울, 분노, 증오 등의 감정을 담은 물건이 출시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하지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정하는 이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장기간 연애를 한 보현이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체를 사 모으자 이해하지 못하고 지쳐간다. 이내 감정의 물성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며 식약처 검사에 들어가고 마약성분 판정을 받아 판매중지 된다. 정하는 감정의 물성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면서도 보현의 말을 통해 사람을 사로잡는 물성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한다.

 

- 관내분실

현대에 이르러 도서관은, 뇌의 시냅스 패턴을 스캔해 동일하게 구현해 냄으로써 망자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마인드를 보관하는 곳이 됐다. 지민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처음으로 엄마의 마인드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마인드의 인덱스가 제거되어 관내분실 됐다는 사실을 접한다. 생전 산후 우울증으로 은하(엄마)는 지민과 남동생에게 상처만을 준 존재였다. 하지만 지민은 그녀가 사후까지 세계와 단절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자신을 출산하기 전에 표지작업을 했던 책으로 은하의 마인드를 찾아낸다. 엄마이기 이전에 '김은하'였던 흔적으로 찾아낸 마인드를 만난 지민은 용서도 이해도 할 수 없지만 이제 그녀를 이해한다고 말한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가윤은 터널 우주비행사로 선정되어 사전 검진을 받던 중, 최초의 사이보그 우주비행사였던 재경이모에 관한 진실을 듣게 된다. 재경은 터널 통과를 위해 개조된 신체를 가지고 최종 미션 전에 바다에 뛰어든 것이다. 가윤의 엄마 유진과 재경은 비혼모라는 공통점으로 만나서 함께 품앗이를 하며 가윤과 서희를 키웠다. 가윤은 재경을 보면서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웠고 결국 사이보그 개조를 통해 터널 우주비행사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경을 이해하게 된다.

 

 

<구절>

올리브는 그렇게 우리가 반드시 한 번은 이 세계를 떠나도록 만들었어. 지구에서 그 모든 것을 보고 우리가 무엇을 외면해왔는지, 우리가 우리만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살아가는 동안 저 행성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고 오라는 의미였겠지.

 

희진은 이해하고 싶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루이의 연속성을, 분절되지 않은 루이의 존재를. 그때 네 번째 루이가 희진을 보며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희진은 그것이 미소임을 알았고, 그래서 마주 웃어주었다.

 

류드밀라의 행성을 보며 사람들이 그리워한 것은 행성 그 자체가 아니라 유년기에 우리를 떠난 그들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우리가 소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오직 감정 그 자체였던가?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의미가 배제된 감정만을 소비하는 것은 인간을 단순히 물질에 속박된 동물로 전락시키는 일이 아닐까? 애초에 인간이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조차도 궁극적으로 보다 고차원적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 않은가? (중략)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왜 몰랐을까. 당연한 일이었다. 은하에게도 지민을 낳기 전의 삶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라는 족쇄에 아직 걸리지 않았던 때. 그리고 어쩌면, 엄마의 진짜 삶을 가졌던 때가.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집단 전부의 실패가 되는데,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렇지 않다.

 

 

<마무리>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하나쯤은 실현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흔히 SF소설이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을 법한 웅장한 스케일이 아닌 소소한 일상을 다루고 있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중 '감정의 물성'에서 보현은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우울을 보듬어주고 찍어 맛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때론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더 선명하게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내 불행을 과시하듯 드러내고 싶은 순간도. 그렇기 때문에 감정의 물성 시리즈가 인기를 누린게 이해가 된다. 물질로써 존재하는 우울과 분노를 소유한다면, 내 맘대로 안 되는 나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조금쯤은 생길 것 같으니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의 감정마저 어쩌지 못하면서도 이 세상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갖지 못한 것을 끝없이 욕심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7가지의 에피소드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 무엇을 이뤄내더라도 항상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뒤따를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갈등과 차별이 생기면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은 어느 형태로든 약자일테다. 과학의 발전과 기술 개발은 이미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고 그에 따른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쌓여가고 있다. 과연 덮어 두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걸 받아들이고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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